[Review] 낙서이거나, 예술이거나: 위대한 낙서展

글 입력 2016.12.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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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낙서展

낙서이거나, 예술이거나
사소하거나, 위대하거나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2016. 12. 9. ~ 2017. 2. 26.




2016년의 끝자락에 찾은 예술의 전당은 뜻밖에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었다.
‘낙서'들을 한 데 모아 전시장 안에서 선보인다는 것. 우리가 학창시절 종이에 끼적이곤 했던, 그러나 곧 지워져야 했던 그 낙서들이 ‘그래피티’라는 이름으로 전시된다니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순수예술 전시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낙서 프린트는 이미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디자인 소재 중 하나라고 한다. 실제 이케아의 스트리트 아트 컬렉션에서 선보여지는 등 가구와 패브릭, 패션 런웨이 등에서 활용도가 높은 낙서 프린팅, 그래피티 아트는 어느덧 하나의 디자인 트렌드로 변신하였다.

예술의 전당이 택한 이번 전시는 비교적 역사가 짧은 거리의 예술인 그래피티가 스튜디오라는 환경에 얼마나 안착이 되었는지, 그 가치와 힘을 우리에게 닿게 하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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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전시 안내도: 출처 예술의전당)


전시장 입구 안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다양한 낙서를 만날 수 있다.
건물 외벽(위 사진) 현수막으로 제작된 라틀라스, 존 원의 작품과 함께 맞은편 아이스링크 빙판 내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 오페라하우스와 음악당 사이 계단광장에 위치한 라틀라스의 작품 등 우리가 지나치는 공간들을 그래피티로 충만하게 채웠다. 모두 내한한 일부 아티스트들이 현장에서 직접 작업한 낙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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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내 존원(Jon One)의 라이브 페인팅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물감 자국과 넘치는 에너지, 선명한 색감이 압도적이다. 또한 금방 작업을 끝낸 듯한 느낌들- 바닥을 팔레트 삼은 듯 널브러져있는 물감 통, 작업 신발, 마시다 남은 생수병 등이 생생히 살아있는 라이브 페인팅으로서의 낙서를 느끼게 해준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존원은 미국의 아티스트지만, 프랑스 최고 권위의 명예훈장인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ur)’ 훈장을 수여받았다. 자신만의 확실한 스타일인 컬러풀, 다이나믹한 붓터치와 흘러내림으로 뉴욕의 지하철, 벽, 등 도시 경관에 이어 서예박물관 한 켠을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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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퍼스트' 뮤직비디오 캡쳐화면-존원)


존원은 특히 가수 윤종신의 월간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 1월호 ‘더 퍼스트(The First)'의 뮤직비디오에서 타블로와 함께 출연한 것으로 유명하다. 존원의 화려하고 거침없는 페인팅과 강렬한 에너지, 환상적인 영상미라는 컨셉으로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뮤직비디오였다. 전시장에도 영상이 재생되고 있으니 작품들과 함께 확인해보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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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의 트레이드마크를 활용, 역시 흘러내리는 형태로 재창조해냈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한 이미지들에서 영감을 얻은 제우스(Zevs)의 리퀴데이션(Liquidation) 작품. 역시 현장에서 작업하였다. 
늘상 보아온 친숙한 것에 어떤 행동을 가해도 여전히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점에 착안하였다. 겉보기에 견고해 보이는 이미지들이 사실은 어떻게 해도 쉽게 변형이 가능하며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브랜드 로고이든, 트레이드마크이든 너나 할 것 없이 불안정하게 흘러내리는 형태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가, 라틀라스(L'Atlas)!
이번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 중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latlas_art)을 통해 ‘위대한 낙서전’ 행사와 자신의 창작품을 가장 활발하게 홍보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었다. 덕분에 이번 전시의 비하인드 컷(?)을 다양한 각도에서, 흑백으로 엿볼 수 있었다.

전시된 작품은 그의 그래피티 스타일을 일관적으로 담아낸다. 수많은 직선들을 미로같이 이어 가장 단순하지만 깔끔하면서 세련된 느낌이었다. 작품은 고대의 미학과 테이프, 스프레이 페인트 등 현대적 요소, 아랍의 서체, 중국의 서체 등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재해석하였다고 한다. 모든 글자 하나하나가 형태로 여겨지며 모든 형태가 글자로 보이도록 페인팅과 라이팅을 서예와 결합했다는 점에서 서예박물관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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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작품(위)와 야외 그래피티 제작과정을 담은 프로젝션(아래).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큰 규모의 그래피티를 완성하는 전 과정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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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atlas_art 인스타그램 계정)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와 음악당 사이, 계단광장 쪽에 위치한 라틀라스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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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atlas_art 인스타그램 계정)


서울 시내 맨홀 시리즈 제작 사진.
 맨홀시리즈는 라틀라스가 각 도시의 맨홀 커버를 찍어낸 작품들이다.
전시장 내 서울의 맨홀을 찍어낸 작품(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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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이 자이언트 캐릭터


가장 이름이 알려진 아티스트, 쉐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는 스크린 프린팅, 스트리트 아트를 추구한다. 그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이 아니라면 생각해보지 않았을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인 이슈를 바라보도록 영감을 줄만큼 강렬하고 설득력 있는 작품들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오베이 자이언트라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거인 레슬러 앙드레 자이언트의 얼굴을 모티브로 만든 이 캐릭터를 그 자신이 거리 곳곳에 직접 붙이고, 또 최근에는 강한 윤곽선이 인상적인 오바마 포스터를 디자인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의 오베이 자이언트 캐릭터는 모두가 한번 쯤 봤을 법한 대중적인 그래피티로 부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티스트 7명의 작품을 한 데 모아놓았지만 누구하나 겹치지 않고 각자의 고유하고 독특한 스타일이 있는 낙서들이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유무에 관계없이, 뚜렷한 윤곽선과 입체적인 색채, 눈을 사로잡는 강렬한 이미지는 낙서를 단순히 가벼운 끼적거림에 머물지 않게 하였다. 구석진 벽면, 인적이 드문 거리에 놓이더라도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마치 ‘나를 봐주세요’라고 말할 것처럼 자신만의 색깔과 정체성이 분명했다.

 2016년 연말, 혹은 다가오는 2017년을 특별한 계획 없이 흘려보내려 한다면, 이번 낙서전에서 새로움과 활력을 다시 한 번 찾아오는 것은 어떨까.




[심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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