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리의 낙서 예술이 되다! ‘위대한 낙서展’

낙서 혹은 예술? 그래피티 전시회 '위대한 낙서展' 리뷰:)
글 입력 2016.12.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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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143번째 문화초대
: ‘위대한 낙서展’

#서예박물관에서 만난 그래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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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낙서展' 입장 티켓)


대개 전시회를 떠올리면 전시를 떠올리지 전시장 그 자체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내게 있어서 전시장을 먼저 떠오르게 하는 전시였다. 서예 박물관에서 그래피티 전시회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참으로 신선한 조합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자면, 내 기억속의 서예박물관은 굉장히 조용하면서도 웅장한 곳이었다. 큰 족자 안에 적혀있는 글자는 글씨라기보다는 예술에 가까웠으며, 이를 비춰주는 은은한 조명으로 가득한 곳이었던 것이다. 그런 분위기는 내가 생각하는 서예와도 얼추 맞아떨어졌다. 서예를 배우고 써내려가면서 종종 예술이라기보다는 마음을 닦아가는 길이라고 느껴오곤 했었다. 그런데 서예를 위한 공간에서 그래피티 전시회라니. 그저 신선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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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한창인 예술의 전당 서예 박물관)


서예 박물관에 들어서면서부터 맞이해주는 위대한 낙서전은 ‘지금은 서예가 아닌 그래피티의 시간이에요.’라고 내게 알려주는 듯 했다. 그렇다. 지금은 그래피티 전이 한창이고 그 안에서 서예 박물관이라는 장소와 그래피티 전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느끼고 파악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한적한 어느 금요일에 찾은 전시장에서 느낀 것은 그래피티라는 것에 대한 내 생각은 그저 고정관념에 불과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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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


그래피티는 그냥 낙서인 줄 알았다. 그 속에는 어떤 의미도, 작가의 의도도 없는 것만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래피티는 거리를 벗어난 이상 하나의 작품이 되었고, 작가 마다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한 작품이었다. 전시장에는 여러 작가들이 함께 위대한 낙서展을 꾸려나갔는데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작가는 라틀라스(L'Atlas)와 쉐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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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틀라스의 작품들)


라틀라스는 그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받는 영감의 원천이 독특하고 신선했다. 그의 작품은 고대의 미학과 테이프, 스프레이 페인트 등과 현대적 재료를 결합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아랍의 서체, 중국의서체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작품을 기본으로 한다고 한다. 어딘가 모르게 낙서라기보다는 하나의 아름다운 문양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건물 외벽에 큰 테이핑을 한다던가, 혹은 도시의 한 복판에서 작업을 하는 그의 도전 정신도 좋았다.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서 오늘을 만들어가는 그의 작품 정신이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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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퍼드 페어리의 작품들)


그리고 쉐퍼드 페어리는 스트릿 브랜드인 오베이를 만든 작가이다. 평소 오베이의 캐릭터(?)를 좋아했는데, 그 캐릭터가 그려진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오베이는 스트릿 브랜드 의류 속에 있을 때 보다 더욱 빛났다. 그리고 미처 만나보지 못한 그의 다양한 오베이 작품도 있었다. 판화 느낌이 나는 그의 작품을 보면서 그래피티는 단순히 머물러 있는 장르의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도 쉐퍼드 페어리는 가장 최고의 예술은, 예술을 통해서 세상을 조금은 덜 두렵게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세상과 더 밀접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 믿는다고 한다.
 
서예와 캘리그라피, 낙서와 그래피티. 어딘가 모르게 계피와 시나몬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맛을 낸다. 서예가 정적이라면 캘리그라피는 보다 동적이고, 낙서가 어지럽고 난잡한 것이라면 그래피티는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에 ‘위대한 낙서展’은 애초에 경계는 존재하지 않았고, 상반된 것은 항상 같이 존재했음을 알려준다. 전시장에서 예술로 재탄생한 도시의 낙서와 이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나간 이들의 이야기가 있는 전시다.



< information >


전시명 '위대한 낙서(The Great Graffiti)'展
전시기간 2016.12.09~2017.02.26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28일(토) 설날 당일)
장소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1층, 2층
관람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입장 마감:오후6시)
주최 예술의전당, 미노아아트에셋
예매 문의 예술의 전당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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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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