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와 소통하는 위대한 낙서 그래피티 [전시]

글 입력 2016.12.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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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방면에서 사회적인 불만을 드러내는데 사용되었고, 때문에 예로부터 ‘반항자들의 미술’, ‘벽에 하는 낙서’ 등으로만 인식되었던 그래피티는 어느새 당당히 현대미술의 한 갈래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전시를 시작하는 문구에서 나는 굉장히 당연하지만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그래피티의 의의를 알게 되었다. ‘그래피티가 위대하다 말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래피티를 통해 예술은 어디서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는 것에 있다’. 너무나도 자주, 예술은 그 자체로도 빛나는 존재이지만 사람과 만났을 때의 그 가치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그래피티라는 존재가 내가 그토록 소중히 생각하던 그 가치를 담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그야말로 ‘위대한 낙서’임을 나는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사실 이번 전시는 나부터도 잘 알지 못했던 그래피티의 예술적 가치를 사람들에게 깨우쳐 줌으로서, 또한 그렇게 그래피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됨으로서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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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기억 속에 가장 크게 남은 작가는 바로 ZEVS였다. 그는 이 전시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된 작가이기도 하고, 친숙하게 다가오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그래피티의 측면을 확연히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전시와 시작을 함께하며 한 쪽의 벽을 가득 채운 거대한 그의 작품에 관객은 흠칫 놀라게 되었을 것이다. 거대한 벽화 작품부터 이어지는 기업 로고들 등 대부분의 그의 작품은 흘러내리는 (liquidated) 특유의 기법으로 견고해 보이는 것을 불안정하게 보이도록 한다. 그가 이러한 기법을 통해 표현하는 존재는 우리에게 이미 너무도 익숙한 거대한 아이콘들이다. 사람에 의해서 창조되었지만 어쩌면 지금은 사람을 쥐어 잡고 있는 듯 한 애플, 루이비통 등의 아이콘들은 그의 불안한 기법으로 인해 한 없이 약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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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전시를 보러 갔던 날에는 Nick Walker의 퍼포먼스가 있었다. 스텐실을 사용한 그래피티 기법을 사용하는 그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작업을 했다. 그는 그래피티의 이미지를 재생산 가능하게 하고 때문에 그래피티에 더 큰 자유와 독립성을 가져왔으며,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한 아티스트라고 한다. 실제로 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그 방법과 크기에 실제로 그 작업을 바라보는 관객들을 압도했다.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의 집중을 관찰하고 있는 나 또한 신선한 풍경을 바라본 것 같다.
 
  그래피티는 어떠한 메시지를 확고히 그 안에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낙서와는 차이가 있다. 예술에서 그래피티라는 영역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이 웅장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을 전시장이 아닌 그래피티가 시작했던 길거리에서, 그들이 작업하는 외부의 설치물들을 통해서 직접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또 어떤 움직임을 보여주고 어떤 다이나믹한 느낌을 줄지, 그것을 확인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처럼 내가 알지 못했던 영역과의 새로운 만남은 대부분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번 전시 역시 낯선 장르에서의 여러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어 나에게 즐거움을 선물해 주었던 고마운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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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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