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 그리고 두 남자 이야기, 대학로 연극 < 올드위키드송 >

글 입력 2016.12.2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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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 그리고 피아노"
올드위키드송 (Old Wicked Songs) by. Jon Marans

2016. 11. 8 ~ 2017. 1. 22 드림아트센터 1관 SbTown
이호성 ㅣ 송영창 ㅣ 안석환 ㅣ 김재범 ㅣ 박정복 ㅣ 이현욱 ㅣ 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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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바쁜 일정을 전부 뒤로 하고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갔다.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이 쌓여있는 상태긴 했지만 내게 일상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할 여유를 주고 싶어 내린 결론이었다. 당분간은 문화생활을 하긴 힘들 거야, 하고 번번히 날아오는 문화초청들을 이 악물고 다 물렸건만 <올드위키드송>의 시놉시스를 주루룩 보는 순간, 일순간 사고가 정지됐다. 보고싶다, 너무 보고싶어!


 
가슴속에 절망을 품고 사는 두 남자
다르면서 같은 그 절망을
‘마슈칸’은 웃음으로 포장하고,
‘스티븐’은 마음의 문을 닫아 감춘다.

오스트리아 빈, 
어느 대학의 음악 연습실.

피아노 연습이 한창인 한 중년의 남자.
계속 같은 음을 잘못 연주하는 자신을 질책하고 있다.
그때 불쑥 연습실로 들어와 다소 거만하게 끼어드는 젊은 남자.
“슈만. 작품 번호 48번. 시인의 사랑. C# 마이너로 연주하셨네요. 원곡은 F# 마이너죠.”

마슈칸 교수와 스티븐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괴짜 교수 ‘마슈칸’과
자기 세계에만 갇혀있는 피아니스트 ’스티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둘은
'슈만'의 연가곡‘시인의 사랑’을 통해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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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을 끊고 공연장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내가 제 정신인 걸까,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싶었다. 계속해서 오늘, 내일까지 해야할 것들의 리스트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무대를 확인하고 자리에 앉는 순간 그런 사념들은 몽땅 사라졌다.  빈티지한 가구들과 전축, 커다란 창, 오래된 피아노, 아늑하면서도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 된 방과 높은 천장. 마슈칸과 스티븐의 음악 연습실이었다. 극이 시작되고 어둠 속에서 슈만의 서정적인 가곡 '시인의 사랑'이 흘러들며 현장은 20세기 세계 2차대전이 종식 된 후의 오스트리아 빈으로 바뀌었다.





  <올드위키드송>은 음악적 성향이 너무나도 다르고 감수성도 다른 두 남자의 만남과 소통을 다룬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스티븐과 산만하고 어딘가 정서적으로 불안해 보이는 괴짜 교수 마슈칸은 물과 기름처럼 섞여들지 못하고 서로를 밀어내며 어긋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런 충돌을 거듭할 수록 인간 대 인간으로서, 예술인 대 예술인으로서, 스승과 제사로서 깊게 서로의 인생에 얽혀든다. 연주를 하는데 있어 자기만의 감정은 없고 위대한 음악가들의 기술만을 기가 막히게 따라할 줄 알았던 스티븐에게 분노와 사랑, 슬픔, 환희와 같은 감정들을 점점 일깨워주는 마슈칸. 그는 말한다. 슈만의 '아름다운 5월에'를 들려주며 멜랑꼴리하고 서글픈 반주 위에 어쩐지 밝은 느낌의 노래가 얹혀지는 것이 어쩐지 불협화음 같지만 산다는 것 자체가 곧 슬픔과 환희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을 역설하는 것임을. 슬픔이 고조되면 다른 한편으로는 강렬한 쾌락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환희가 있을 때 깊은 우울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억제된 슬픔, 조용한 정열. 스티븐은 점차로 마슈칸을 자신과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한 명의 인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감정들을 배워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들을 강하게 한 데 묶는 것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고통의 역사'를 지닌 유대인으로서의 민족적 동질감이다. 작품이 절대 거대한 역사 담론이나 이데올로기를 제창하지는 않는다. 다만, 모든 것이 끝난 후 아무도 그것에 대해 더 이상 '현재진행형'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여전히 그 시간 속에서 갇혀 있을 수 밖에 없는 한 개인, 음악인의 삶이 고스란히 놓여있다. 수용소에서 무슨 일을 당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슈칸은 그때 얻게 된, 차마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가슴 깊은 곳의 아픈 내상을 떨리는 손가락과 떨리는 가슴으로 건반을 두드리며 나타낼 뿐이다. 그리고 스티븐은 결국 그런 그의 내밀한 아픔을 알아본다. 비로소 진정한 이해가, 이해로부터 싹튼 예술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시작된 것이다.





   여러모로 감상 포인트가 많은 극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음악극으로서의 완성도도 높았다. 아마 예술 종사자 분들이 감상을 한다면 더더욱 공감을 할 수 있는 대목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음악에 대한, 인간의 감성에 대한 놀라운 직관과 묘사가 아름다운 대사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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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
         이호성, 송영창, 안석환, 김재범, 박정복, 이현욱, 강영석   

<크리에이티브 팀>
원 작 | 존 마란스(Jon Marans)
 
연 출 | 김지호
번 역 | 현은영
음 악 감독 | 서은지
무대디자인 | 박동우
조명디자인 | 마선영
음향디자인 | 박재현
소품디자인 | 이미연
의상디자인 | 박소영
분장디자인 | 정은이
프로듀서 | 한현기
제 작 | 스페셜원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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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연 명 음악극 <올드위키드송>
공연기간 2016년 11월 08일(화) ~ 2017년 01월 22일(일) 
공 연 장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공연시간 화~금 오후8시 / 토 3시, 7시 / 일 2시, 6시 / 월 공연없음
티켓금액 R석 55,000원 / S석 35,000원 
관람연령 중학생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0분(인터미션 포함)
예    매 YES24 1544-6399 인터파크 1544-1555
출    연 이호성, 송영창, 안석환, 김재범, 박정복, 이현욱, 강영석   
 연    출 김지호
    주    최 스페셜원옴니버스일탄문화산업전문회사(유)
 제    작 ㈜스페셜원 컴퍼니
 투    자 ㈜이수창업투자
 후    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벤처투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    찬 ㈜리큅 
  홍보마케팅 PEITHO_Pia
  공연문의 ㈜컬처마인 1566-5588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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