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선생님의 세계도 저의 세계와 다를 바 없어요, 고상한 척 하시기는 [문학]

글 입력 2016.12.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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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세계도 저의 세계와 다를 바 없어요, 고상한 척 하시기는
-  김승일·김언희의 시 세계에 관한 짧은 평론 -



Ⅰ. D에 관하여

김승일의 「에듀케이션」에는 흥미로운 등장인물이 있다. 쥐가 나오는 집에 사는 D가 그 주인공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D에게는 부모가 있었다. 그의 엄마는 어린이날 선물로 D에게 양파튀김을 주었다. D는 화장실 타일 바닥에 엎드린 채로 무력감에 빠져 낮잠을 잤다. 그가 타일 위에 누워 낭비한 시간을 엄마가 이해해준다고 할지라도, 또다시 자신에게 양파튀김을 줄 것이라는 사실을 D는 알고 있었다. 그런 부모가 죽어버리자 D의 화장실은 더러워졌고 동생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D는 자주 지각했으며 급식을 거른 채 옥상에서 담배를 피웠다. 동생은 변기에서 쥐가 나오자 똥을 싸기 위해 학교에 갔다. 그들의 부모가 죽은 지 세 달이 흐르고, D에게 학교는 유일하게 ‘어른’과 마주칠 수 있는 공간이었다.





Ⅱ. D와 선생님

D가 가장 싫어했던 시간은 체육시간이었다. 체육을 가르치는 여선생님은 구두를 신고 온 아이들을 엎드려뻗치게 했고, 축구공을 까서 천창을 때린 D를 빠따로 때렸다. D는 즐겁게 탁구를 치는 무리들 사이에서 체육관 천장을 바라보며, 저곳에 목을 매려면 사다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유일하게 체육관에서 우울을 느끼는 아이였다.

그런 D는 문학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문학 선생은 D의 내면에 잠재된 음울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D에게 시를 써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다. 저의 일상은 특별한 게 하나도 없는데요, 그저 학교에 늦게 왔다가 집에 가서 자는 것뿐인걸요. 대꾸하는 D의 말에 선생님은 단 몇 줄이라도 좋으니 적어만 온다면 자신이 글을 봐주겠다고 이야기했다. D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에 가는 길에 시상 하나를 떠올렸다. 그리고 D가 지은 시의 제목은 <옥상>이었다.


급식을 거른 아이들과
아파트 옥상으로 가서
담배를 피웠다
빈속에 헛구역질이 나서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보기도 하고 
배를 주목으로 연신 쳐보기도 했다 
(인용자 중략)
우리는 속이 꼬일 때까지
담배를 피웠다

김승일, <옥상> 中


D의 시를 읽은 문학 선생은 미간을 찡그렸다. D, 너 담배를 피우는 아이였구나.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교칙 위반이야. 주의하렴. 선생의 말에 D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선생은 D의 글에 대한 칭찬도 덧붙였다. 담배를 피웠다는 구절만 빼면, 아주 잘 쓴 시구나. 다만 다음번에 쓸 때에는 이런 내용들 말고, 네가 평소에 느끼는 소소한 것들로 시를 적어봤으면 좋겠다. 학생답게 말이야. 선생의 말에 D가 써온 시 중 일부분은 다음과 같다.


부모가 죽고 세 달이 흐르자 형제는 화장실 청소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샤워를 할 때마다
바닥에 오줌을 누는 동생, 치약 거품을 천장에 뱉는
형, 바닥은 노란색 천장엔 파란 얼룩. 형제는 일주일
전부터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김승일, <방관> 中


선생은 D에게 어두운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자신이 뿌듯했다. 한 때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던 선생이기에, 그는 D가 조금 더 실력을 다듬는다면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생은 무표정한 얼굴로 수업을 듣던 D를 방과 후에 조용히 불러 말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구나, 선생님이 그건 몰랐다. 슬프지는 않니? D는 고개를 들어 선생의 얼굴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선생은 웃으며 D에게 말했다. 이 시도 역시 잘 썼구나. 동생의 입장에서 쓴 시 같은데, 다음에 쓸 때는 너의 마음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적어보면 어떨까? 혹은 부모님이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상상해서 써보는 것도 글쓰기 실력에 큰 도움이 되지.


동생의 마음이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도
양아치였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깨달아버린 것이다. 
학교에 가지 않는 양아치보다는 학교에 가는 양아치
가 더 멋있다는 사실을. 
(인용자 중략)
학교에서, 나는 농구하는 애. 담배 피우는 애. 의자
로 후배를 때린 선배. 아버지가 엄마보다 늦게 죽을
줄 알았어. 자주 앓는 사람이 오래 사는 법이니까.
부모가 동시에 죽고, 이제 누가 화장실 청소를 하나?

김승일, <부담> 中


D의 시를 읽으며 선생은 충격에 빠졌다. 담배를 피우고 지각이 잦지만 온순한 학생인 줄 알았는데, 의자로 후배를 때리기까지 했다니. 게다가 부모가 죽었는데 누가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할지 부담감을 느낀다는 말은 선생으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짓이겨졌지. 화장
을 원했어. 시체도 부모잖아? 쥐가 있는데. 
우리는 덫을 놓지 않았어. 죽은 쥐도 쥐잖아. 큰애
가 쥐를 무서워해서. 쥐를 인정하지 않았어.

우리는 작은애를 잘 몰랐지. 학교에 가서. 큰애는
늦게 오고, 작은애는 일찍 왔어.

김승일, <가명> 中


시를 읽고 난 뒤 선생은 D를 불러 호통을 쳤다. 이게 정상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생각이냐?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슬프다거나 그립다는 말 정도는 써줘야 하는 거야. 알겠니? 그리고 담배를 피운다는 말은 쓰지 말라고 했지? 다그쳐 묻는 선생의 말에 D는 딴청을 피웠다. 듣기 싫다는 마음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선생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골랐다. D가 교실 뒷문을 박차고 나가자 선생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선생은 D의 학생답지 않은 시에 자꾸만 매혹되는 스스로에게 당혹감을 느꼈다. 복도를 유유히 걸어가는 D의 뒷모습에 대고 선생은 소리쳤다. 


D! 내가 네 선생이라고. 네가 그렇게 믿고 싶다면. 김승일, <다음>

D는 선생의 격앙된 외침을 들으며 생각했다. 당신이 내 얼굴을 부정하는걸. 당신에게 주려고 나는 썼지만 주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김승일, <만나요>


D가 시를 써오지 않자 선생은 D를 따로 불러 물었다. 왜 시를 쓰지 않는 거니? 선생님이 네 시를 봐준다고 말했잖아. 선생님은 네가 부담 갖지 않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이야. 뭐든지 이야기 해보렴. 힘든 일이 있니? 선생의 물음에 D는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다. D는 시종일관 불만으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대화를 나누려는 의지가 없어 보이는 D의 태도에 선생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문학을 포기했는데. 너랑 친해질 만큼은 문학을 알아! 
왜 시종일관 삐딱한 태도로 시를 쓰는 거니.
선생의 말에 D가 대꾸했다.
선생님, 더는 못 쓰겠어요. 더는 못하겠어요. 김승일, <펜은 심장의 지진계>
 제가 언제까지 시인 노릇을 해야 하는 거죠?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까요? 몰랐어요 선생님이 골초라는 걸. 들었어요 어떤애가 말해줬어요. 김승일, <에듀케이션>


 저는 아는 게 너무 많아요. 친구들의 사물함에 토막 난 시체가 들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요. 저는 선생님이 무서워요. 선생님도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군요.

쏟아내듯 말하고 나가버리는 D의 뒷모습을 선생은 황망하게 바라보았다. 

선생은 그가 원하는 방식대로 D를 가르치지 못했다. 선생은 D가 집으로 돌아가 동생을 때리고 담배를 피우고 화장실 천장에 치약을 뱉는 모습을 상상했다. 선생은 D를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바르게’ 이끌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생은 D에게 세상에 대한 확고한 지식을 주고 싶었다. 그것이야말로 어리고 외로운 D가 불안에 떨지 않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D가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자 선생은 더욱 D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마치 시체를 너무 만져서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보통의 존재가 되기를 거부하는 D의 축축한 시들을 다시 읽고 싶었다.

그렇게 교육자로 살아가던 선생은, 시간이 흐르고 D가 여전히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생이 마주한 시는 다음과 같았다.


열두 살에
폐경했어요, 밑구멍에 거미줄
치랴 쳤어요, 누군가에게 파고들면
누군가의 모든 것이 썩어
문드러졌어요, 나의
지옥이, 나의
참호였어요, 침대에서 잠들었는데
물이끼 시퍼런 욕조 속에서
깨어나곤 했어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몸 둘 바를 
몰랐어요, 결정적인 순간마다 
배터리가 나가고, 눈이 멀 때까지 꾸역꾸역 
마른 밥을 먹었어요, 광풍(狂風)에 구르는 모자를 
쫓아다녔어요, 두 눈이 
멀 때까지, 모든 걸 
웃어넘기다 
그 웃음에 
소름이 끼쳤어요, 팔월에도
허연 입김이 나왔어요, 유령에게도 
유령이 있었어요, 범접
못할 입 냄새를
풍기는,

김언희, <정황 D> 中





Ⅲ. D의 정황

D는 세상이 정해둔 당위성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아침부터 썩어 있을 권리가 있고
하루를 구토로 시작할 권리가 있소
매사에 무능할 권리가 있고
(인용자 중략)
에미 애비고 몰라볼 권리가 있고 딱 오 분만 모친의 부고
(訃告)를 즐길 권리가 있소
(인용자 중략)
더 이상 미래가 궁금하지 않을 권리가 있고
젓가락 행진곡만 삼십 년을 칠 권리가 피가 나도록 칠 권
리가 있소

김언희, <마그나 카르타 – 선언하면서 동시에 절규할 수 있다면> 中


부모도 몰라보는 D는 하루를 활기차고 유용하게 보내야 한다는 보편적인 생각에 거부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그는 무능력하게 썩어있는 자신에게 세상이 퍼부을 말들을 차단한다. 빛나는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미래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고도 말한다. 학생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교육을 거부한다. 피아노를 배우는 대신 피가 나도록 젓가락 행진곡만 배우겠다고 선언한다.


먹는다, 살아 있는 거품을, 살아있는 쇠똥을, 노모(老母)를, 고의가, 아니었어요,
김언희, <완자 어육(魚肉)> 中

놈은정액으로어미를접대했지그게바로모자(母子)간의진정한로망아냐
김언희, <보나파르트 공주의 초상> 中

사마귀
였다, 버썩버썩
내 뒤통수를 씹는 음탕한
턱주가리, 노모(老母)
(인용자 중략)
죽음보다
흥건한 웃음을 물고
옴쭉옴쭉 나를 우겨넣는 흥건한
가랑이, 흥건한 마중물, 노모

김언희, <사마귀> 中


선생은 D의 시를 읽으며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D는 심지어 자식이 부모를 대하는 보편적인 방식마저 거부하고 있었으며, 이를 드러내는 데에도 스스럼이 없다. ‘어머니 같은 것은 여기에 없소’ 라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를 읽는 내내 선생은 마치 사마귀 시체로 가득 찬 박스를 열어보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러나 시집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는 없다. D가 적어 내려간 시들은, 무의식의 수면 위로 한번 쯤 떠올랐을 법한 이야기들을 그로테스크한 표현방식을 빌려 그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D는 스너프 비디오에 관한 시를 쓰기도 했다. 스너프 필름이란 사람이 실제로 죽는 장면을 담은 영상물을 의미한다. 선생은 D의 시를 읽는 내내 스너프 필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스너프 필름이 불쾌한 이유는 영상 속 이야기들이 실제라는 데에서 기인한다. 시가 그려내는 가감 없는 언어들을 마주할 때 선생이 멈칫하게 되는 것은, 그 언어들이 분명 세상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무의식은 그것을 억압하고 있을 뿐이다.

보편적인 사람들은 질서를 거부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선생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부모가 없는 D를 동정했고, 학생 주제에 담배를 피우는 D를 비난했다. 그러나 D는 세상의 질서를 자신의 몸에 새기려는 교육을 온 힘을 다해 거부했다. 그리고 그러한 거부가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시를 통해 외친다. 당신들도 다 질서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잖아. 왜 나를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거야, 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세계는 ‘무대 위의 촛불을 입으로 불고 나는 무대 위의 왕과 술래잡기를 하기로,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기로, 동침을 하러 가기로 되어있지만, D는 그러한 당위성에 대해 자신만큼은 ‘촛불을 끌 수 없’다고 말한다. 선생은 그래서 D의 시를 읽는 내내 불안하다. 선생은 세상의 규율을 학습했으며, 그것이 어긋나면 응당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담배를 피우면 체벌을 받을 것이고,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다면 비난받을 것을 걱정한다. 선생은 이러한 ‘걱정거리들의 목록’을 D에게 알려주고 그에 대비하도록 돕고 싶었다. 그러나 D는 보란 듯이 스스로 ‘걱정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썩는 것의 몸가짐에 대해 배운 바가 없’는 선생을 비웃는다. 스스로 위험하고 통제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 버린 D는, 세계의 질서를 배우는 것이 어른이 해야 할 일이라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내 인생은 무료 증정 이벤트에서 무료로 증정받은 개도 웃은 증정품’이라며, 선생이 들었다면 ‘인간의 존엄성’ 따위를 운운했을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으면서.

또한 선생과 학교가 자신을 옭매려고 했던 과거를 이렇게 회상하기도 한다.


미치게 하는 짓이었어요

미치게 하는 짓이었어요 그건
커다란 비눗방울 속에
나를 가두고

터지면 넌
죽은거야

김언희, <여름 고드름> 中


D는 까딱하면 터져버릴 연약한 비눗방울 속에 얌전히 들어가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는 이미 비눗방울을 터트리고 나온 존재이기 때문이다. 변기에서 쥐가 나오는 게 싫어서 학교에 갔던 그는, 이제 ‘변기 닦은 칫솔로 이빨을 닦고, 이빨 닦은 칫솔로 변기를 닦’는다. ‘적당하게 더러운 인생보다 더, 더러운 인생은, 없’다며, 누군가가 그어둔 선을 넘어버리진 않을지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한심하다고 말한다. 그런 이들을 목도한 D는 ‘추문 사라질 날이 없’는 자신의 인생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D는 세계의 위선적인 얼굴에 혐오감을 느낀다.





Ⅳ. 선생님께, D 올림

그런 D가 선생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우울하십니까?
돈 때문에 힘드십니까?
(인용자 중략)
막막하고 갑갑하십니까? 답답하고
캄캄하십니까? 곧 미칠 것
같은데, 같기만
하십니까?

여기를 클릭
하십시오

김언희, <요즘 우울하십니까?> 中


학생 D는 자신의 일상성이 무너지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존재였다면, 학교를 거부하고 홀로 자라난 D는 타인에게 일상의 파괴를 권유하기 시작한다. 선생 또한 누구나 그렇듯 우울하다면 자신의 시 속으로 들어오라며 유혹한다. 갑갑하고 답답한 질서를 자신과 함께 파괴해보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그 구절을 읽는 선생은 무력하게 D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선생 또한 세계의 비눗방울을 터트리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을 잡은 선생에게 D는 생긋 웃으며 말한다. 잘 왔어요, 선생님. 선생님의 세계나 나의 세계나 다를 바가 없어요. 다만 선생님의 세계는 좀 더 점잖은 척 하고 있을 뿐이죠. (속삭이듯이) 저의 세계가 실은 부러우셨지요? 눈을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돌리려야 돌릴 수가 없는, 나에요. 당신과 눈이 딱딱 마주치는 나. 

그렇게 D는 선생을 비눗방울 속 ‘허공에 둥둥 떠 있게 하고는 그냥 가버렸다.’ 비눗방울을 터트리는 일은 당신의 일이라고 덧붙이면서.


[이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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