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번에 각인되는 알폰스 무하의 작품들

글 입력 2016.12.2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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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회화, 성당에 가는 것 그리고 음악의 개념은 너무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내가 성당의 음악 때문에 성당을 좋아하는 것인지 성당이 내포하는 신비로운 장소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는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벽에 적힌 그의 말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 천주교 신자인 나로서는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역시 성당이라는 장소의 신비로움과 성가를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성당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낮게 울려 퍼지던 사람들의 노랫소리. 그 속에 녹아드는 나의 목소리.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피아노 소리는 그 어떤 기도의 순간보다 즐겁고 고요하며 평화로운 시간이다. 가톨릭이라는 종교 안에서 그나마 찾을 수 있는 장점이랄까. 아무리 형편없는 것일지라도 좋은 점 한 가지는 있기 마련이니. 잡설은 뒤로하고, 무하의 그림들을 보면 볼수록 그가 종교적, 민족적 영향을 크게 받은 작가였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르 파테1.jpg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작품은 <르 파테>와 <백합의 마돈나>였다. 가톨릭의 미사 예식 혹은 기도에 쓰이는 주기도문을 무하가 사적으로 해석하여 완성한 작품 <르 파테>. 이 작품을 무하의 작품이라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그를 대표하는 아르누보 양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죄를 사하여 주옵고, 유혹에서 벗어나 악에서 구원해주길 바라는 인간들과 천사, 마리아의 모습은 부드럽고 온화한 아르누보의 작품들과는 달리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밝은 희망과 평화로움을 상상하며 주기도문을 읊어댔던 나와는 정반대로 세기말적 혼란스러움을 나타낸 무하의 해석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백합의 마돈나.jpg
 

<백합의 마돈나>라는 작품 또한 그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임과 동시에 민족주의자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그림이었다.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자애로운 표정의 여인과 슬라브 민족의 전통의상을 입은 붉은 머리의 여자아이. 주름진 밑단. 따뜻한 색감. 두 여성을 둘러싼 백합꽃. 이 백합꽃은 순결함을 뜻하며 가톨릭에서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한다. 이처럼 무하 특유의 아르누보 양식 안에 종교와 민족적 색체를 동시에 담아내어 보는 순간 탄성이 나왔던 작품이었다. 그 외에도 스테인드글라스 형식의 회화, 유화, 인물화, 습작, 모라비아 지방의 전통 꽃 문양을 활용한 작품 등.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작품과는 상반된 무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던 점은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전시회에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었다.


대중의 감각을 자극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그들을 깨우기 위해서 
예술가는 유혹하는 법을 알아야한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가 제품의 특징을 너무나 잘 파악해 포스터를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무하가 활동하던 당시 파리는 다색 석판화의 대량 생산을 통해 광고 효과와 소비 증가로 포스터 전성기를 맞이하던 시절이었다. 그가 이 시기에 남긴 작품들을 보면 포스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그는 지스몽다, 메데, 라 토스카와 같은 연극 포스터로 여성의 기쁨과 슬픔, 분노의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해 배우들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이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제품의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유아를 위한 네슬레 푸드, 바퀴가 넝쿨과 꽃으로 표현되고 여행의 설렘이 묻어나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철도를 홍보한 포스터, 자전거를 손에 쥔 채 웃음 짓는 여성, 맥주를 든 여성을 표현한 작품들은 화려하고 디테일한 문양, 옷감의 주름, 꽃, 부드러운 곡선,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뛰어난 관찰력과 회화 실력, 날카로운 감각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그가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작가임을 알 수 있다. 비슷한 부분은 있을지언정 똑같은 그림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은 나의 소비심리를 마구 자극해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난 뒤엔 홀린 듯이 아트샵으로 발길을 향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내 손에 엽서와 책갈피들이 쥐어져 있었다. 아. 그 시절 파리 시민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심히 짐작 가는 바이다. 비록 이번 전시회가 2013년도 비해 지나치게 광고 포스터, 석판화에 치중되어 있다는 단점이 존재하나 섬세함과 오묘한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을 직접 눈으로 감상하는데에 의의를 둔다면 그리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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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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