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폰스 무하 전 후기

La Belle Epoch: 아름다운 시대, 무하 스타일에 취하다.
글 입력 2016.12.1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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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전 후기
La Belle Epoch: 아름다운 시대, 무하 스타일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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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전주의와 모더니즘을 잇는 아르누보,
라 벨 에포크(La Belle Epoch: 아름다운 시대)라고 불렸던 안정과 번영의 시기인 1890년에서 1910년 동안 전 유럽과 미국에서는 아르 누보(Art Nouveau) 스타일이 유행하게 된다.

항상 디자인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아르누보와 알폰스 무하.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는 더욱 익숙했다. 특히나 사라 베르나르가 그려진 지스몽다 포스터와, 백일몽과 같은 작품들은 어느 책이나, 자료집에 단골로 등장해 굉장히 눈에 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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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네나 고흐와 같은 순수회화를 그렸던 유명한 인상파 화가도 아니고, 알폰스 무하에 대해 무지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예술에 전당에 도착해서도 바로 밑층에서 하는 오르세 미술관전에는 대기번호까지 받아가며 줄이 늘어져있었던 반면, 알폰스 무하 전시장은 썰렁했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전시장 입구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번 추천하고, 세 번 추천하고 싶다.
백 마디 말해 뭐하나, 한 번 가서 보면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알폰스 무하의 작품의 진가는 직접 보았을 때 나타난다.


“직접 보아야 진가를 알아본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정말 그랬다. 여느 전시에서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에서만 보던 고흐의 해바라기를 직접 보았을 때 느꼈던 그런 감동과는 다른 차원의 감동이었다. 큰 기대가 없었던 탓이었기도 했겠지만, 가장 놀라웠던 두 가지는 알폰스 무하의 엄청난 작업량과, 작품 하나하나 빼곡하게 들어간 디테일들이었다.

처음에는 별 감흥 없이 팔짱을 끼고 전시를 관람하다가, 중간 쯤 가서는 함께 관람한 친구와 감탄사를 연발했고, 마지막에 가서는 나는 내 나이 23년 동안 무얼 하고 살았나, 하는 인생의 회의감? 이라고 해야 하나 ‘인생무상’을 느꼈다. 정말이다. 어쩜 이렇게 하나하나 다 다른 다양한 포스터들과, 패키지, 광고물, 조형예술, 회화까지 모든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 즉, ‘무하 스타일’이 너무나도 명확한 작품들을 쏟아냈는지. 한국에 가져온 작품들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더욱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번 전시의 작품 수가 워낙 많아서 3시간 가까이 관람한 것 같다. 워낙 전시를 좋아해, 한 작품 한 작품을 정성스럽게 보는 편이기도 하지만, 최근 다녀온 전시회 중에 작품의 양 측면에서 가장 알찬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작품이 많아도,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긴 전시를 좋아하지 않는데, 알폰스 무하전은 용서가 되었다. 주최 측에서도 최대한 많이, 한국에 알폰스 무하의 엄청난 작품들을 보여주고 싶었을 마음이 아니었을까.

가장 감동을 느꼈던 부분은, 알폰스 무하가 표현했던 섬세하고, 미친 디테일(다소 격한 표현이지만 어쩔 수 없다)이었다. 알폰스 무하의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크기가 크다. 상업포스터이기 때문에 건물 외벽이나, 가로등 같은 데에 걸어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큰 포스터들에 너무 다양한 장식요소, 기하학적 요소, 표현의 디테일이 들어가있다. 한 작품의 한 구석도 놓치지 않고, 충실하게 디자인했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포스터의 레이아웃과, 폰트, 입체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가미한 기하학적 도형들은 놀라울 정도로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한 사람에게서 이 모든 것들이 나왔다는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예를 들면, 'JOB'이라는 담배광고 포스터를 보면, 뒷 배경에 다이아몬드와 삼각형을 겹쳐놓은 듯한 기하학적 장식같은 도형들이 연속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JOB을 기하학적으로 형상화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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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패키지를 보면서는, 요즘 과자에도 정말 이런 무하스타일의 아르누보 디자인을 복고풍으로 놓으면 너무 예뻐서 맨날 사먹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소소한 디자인들을 찾는 재미에 더 자세히 자세히 보다보면, 한 작품에 20분이고, 30분이고 더 길게도 머무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림이 너무 다 비슷한 것이 아니냐며 한 섹션을 몇분만에 휙휙 지나쳐 가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내가 다 아쉬울 정도였다. 너무 찬양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하면, 반박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보고 느낀 것이 그렇기 때문에, 또 나의 후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나는 지극히 미니멀하고, 모던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아르누보 양식에 대해 큰 관심도 없었으며, 크게 감동을 줄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너무 화려한 장식은 아름답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근데 이렇게 알폰스 무하에게서 큰 감동을 받을줄이야! 물론, 전통적인 양식에서 탈피해 자유분방하고 새로운 양식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르누보 양식 자체가 너무 사치스럽고 환상적이며, 지나치게 여성적이고 쾌락적인 과잉 장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신고전주의와 모더니즘을 이어주는 중요한 가교로 이어졌으며, 자연물의 유기적 형태를 양식화 하였고, 생동감있는 형태로 건축, 조각, 공예, 패션에까지 거의 모든 예술 분야에 응용되었다.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단한 양식임은 틀림없다. 전시의 마지막 파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파트는 많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외에도 알폰스 무하의 삶과, 작품의 배경이라던지, 시대상에 대해서도 굉장히 논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작품을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느껴지는 감동이 가장 컸기에 이정도로 후기를 줄이겠다.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알폰스 무하의 작품들을 꼭!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색감 부터 느낌이 인쇄물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이 정말 다르다. 왜 인쇄물과 컴퓨터 이미지는 원작의 은은한 색감을 살려낼 수 없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무하의 작품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본인의 경험과 생각이 덧붙여져 작품을 읽고, 또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무하와 함께 아름다운 시대로 돌아가보자.


[반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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