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구에게나 있을 인생 책 이야기 -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문학]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준 책
글 입력 2016.12.1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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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있을 인생 책 이야기
-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

*변혜정, 백승선 지음*



  누구에게나 인생 책은 한 권씩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할레드 호세이니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를 비롯하여, 양귀자의 《모순》, 박웅현 CD의 《여덟단어》 등 여러 권이 있다. 기본적으로 4-5번 이상 읽었던 책들인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들이 드는 책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인생 책의 1번을 차지하고 있는 한 책은 아무리 읽어도 처음의 설레는 감성이 되살아나지 않아 매번 나를 안타깝게 한다. 바로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라는 책이다.



  막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도서관에서 뽑아든 그 책은 마치 깊은 장롱 속 숨겨진 비밀의 문처럼, 사소하지만 왠지 낯설었다. 그리고 비밀의 문이 새로운 세계와 연결되는 것처럼, 그 책 역시 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책의 내용은 일반적인 여행에세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가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사진과 글로 표현한 것이다. 어찌 보면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소박한 책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작가와 같이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크로아티아의 비취색 바다를 보며 감탄하고, 작은 마을의 전설에 흥미를 느끼고, 새로운 도시에 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을 읽는 동안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아릿한 감정이 일어났다. 무언가가 가슴을 두드리는 것처럼 작은 울림이 퍼져나갔다. 책을 덮었을 때의 느낌은 굉장히 묘했고 한동안 나는 그 느낌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여담이지만, 한동안 나는 크로아티아에 빠져 있었다. 내가 저 책을 접했을 때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라 크로아티아는 사실 미지의 나라였다. 나만 알고 있는 예쁜 나라가 방송에 노출되어 한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졌을 때, 그 방송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이미 많은 입소문을 타버렸지만, 나는 아직도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크로아티아로 교환학생을 가는 게 목표다. 나에게 (물론 나의 개인적 사정이지만) 의미가 깊은 이 나라에서 꼭 살아보고 싶다. 

  아무튼 이 책을 읽은 뒤, 닥치는 대로 여행에세이들을 읽기 시작했다. 유럽지역의 여행에세이부터 터키, 인도,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책으로는 안 가본 나라가 없을 만큼 빠져들었다. 비록 책을 통해서이지만, 세계 곳곳의 문화를 만나는 일은 매번 나를 들뜨게 했다. 읽어 내려가는 여행에세이의 수가 많아질수록 그 문화들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아마 이때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책을 읽은 후의 변화는 다수의 여행에세이 탐독만이 아니었다. 간접적으로나마 여러 문화를 접하고 나니, ‘도대체 왜 이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 의문을 해결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세계 각국의 역사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역사 속에는 그 당시 그 지역 사람들이 공유했던 맥락, 즉 당대의 문화가 녹아있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역사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깨달은 점 하나는 여러 문화 간의 갈등과 충돌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었다. 여러 문화들 각각의 다채로움에 반했던 나로서는 굉장히 큰 문제였다. 이걸 깨닫고 나서부터 균형 잡힌 문화교류를 위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스쳐 지나가듯 읽었던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 순간이었다.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란 책을 뽑아든 순간부터 지금까지, 꿈에 대해 생각하고 구체화 시키는 과정은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특정한 한 시점을 잡아서 내 꿈이 결정된 순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가 꿈을 찾는 과정의 시작은 약간 애매하긴 하지만, 딱 집어 말할 수 있는 순간으로 존재한다. 바로 이 책의 책장을 덮던 순간이다.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났던 그 순간이 지금 나의 모습을 만드는 데 아주 크게 이바지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의 인생 책 리스트에 당당히 일순위로 들어가 있다. 여전히 이 책을 다시 읽어도 그때의 감성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말이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물체와 사람 사이에는 현상학이 존재하는 것 같다. 아마 이 책은 내가 사춘기였을 때, 그것도 꽤나 방황을 하던 시기에 감정의 폭포와 함께 나에게 다가왔기 때문에 내 인생 책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행복이 번지는 곳' 시리즈는 크로아티아 말고도 굉장히 많은 나라를 다룬다. 내가 중학생 때부터 이 책이 있었으니, 적어도 7년은 지났고, 그 시간 동안 많은 시리즈가 나왔다. 사실 크로아티아 편 만큼 깊은 감동은 못 받았지만 다른 시리즈 역시 틈나는 대로 읽고 있다. 섬세한 문체, 이야기 하는 듯한 말투는 여전히 다른 에세이들보다 독자의 마음을 끌기 충분하다. 여행 에세이들 중에선 확실히 추천할 만 하다. 혹시 모르지 않나. 이 시리즈를 읽다가 여러분도 인생 책을, 혹은 남다른 애정을 가지게 될 국가를 만나게 될 지. 



[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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