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코엔 형제의 집 찾기 여정 :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2.1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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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의 영화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0)"는 죄수로 복역하던 세 사람이 보물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 로드무비이다. 감독관으로부터 도망치는 율리시스와 델마, 피트 중 중심이 되는 것은 율리시스라는 인물로, '율리시스(Ulysses)'는 그리스 신화 속 '오디세우스(Odysseus)'의 라틴어 표기이다. 즉 이 영화는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인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율리시스의 귀향서사이지만 원작과 달리 델마와 피트라는 동행이 설정되어 있다. 그들의 각기 다른 지향점으로 하여금 이 영화는 단순히 ‘집’을 향한 여정 그 이상의 복합성을 가지는데, 나는 궁금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어디로 향하는가? 델마와 피트가 추구하던 ‘보물’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그럼 이 부재된 목적의 자리에는 무엇이 들어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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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먼 철도 위의 노인은 그들이 찾는 재물이 애초부터 그들이 원하던 재물과 다른 것이었음을 예고한다. 또한 그가 ‘구원’을 언급함으로써 주인공들의 여정은 구원을 향한 여정으로서 정체성이 예정된다. 이 즈음에서 나는 ‘형제’에 대해 생각한다. 영화의 제목에서 코엔 형제는 이 여정을 형제를 찾아 나선 여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목적은 ‘형제’일 것이며, 이들의 여정이 구원을 향한 여정이라면 형제란 곧 구원으로서의 의미를 갖추어야 했기 때문이다.
 
형제란 나와 비밀을 공유하도록 태어난 존재이다. 같은 배를 거쳐 태어난 형제는 인간의 근원적 공간인 자궁과 집, 고향의 기억을 공유한다. 이런 이유로 형제는 나와 다른 나의 분신이라고도 말할 수 있고 형제를 찾는 일은 나의 다른 속성을 찾는 것, 따라서 내가 재탄생하는 일이다. 처음에 보물이라는 말에 속아 시작된 이들의 여정은 이내 보물의 부재가 밝혀지며 겉으로 보기에 의미를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종래에 사회적 존재로 재탄생함으로써 명백히 구원을 획득하게 된다.
 
인간은 어딘가에 소속됨으로써 정의되는 존재이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원래 소속된 곳을 상실한 존재였다. 그들이 그룹 ‘밑바닥 아이들’로서 부른 노래에는 ‘난 방황을 해야 하거든요’라는 방랑자로서의 자기 인식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후 이들은 인기 가수로 인정받게 되고,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비켜서있던 죄수는 사회 안으로 포용된다. 그리고 이것이 델마와 피트에게 있어 구원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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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가 집에 돌아옴으로써 정체성을 회복했듯, 나름의 ‘큰 집’으로서 사회라는 소속될 공간을 얻은 델마와 피트는 다시 어엿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이렇게 '형제' 즉 또 다른 자기 정체성을 찾아 신원을 회복함을 마친 이 시점에서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디로 가는가?'
 
오디세이아와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에는 모두 주인공들이 어느 목적지로 끊임없이 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의 여정은 집을 향해 돌아가고자 하는 여정이었고 애초에 집을 떠나왔기 때문에 시작된 여정이었다. 그리고 사회는 성인 된 자에게 자신만의 새로운 '집'을 결성하길 요구하므로 나 역시 곧 이러한 서사를 찍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이 귀향서사는 내가 나고 자란 곳으로 돌아오는 서사가 아니라 내가 새롭게 구축할 ‘새 집’으로 가는 서사가 되리라.
  
그러나 여기에는 신이 존재하지 않고 때문에 나는 나의 서사로부터 잠깐 눈을 돌린 채 생각한다. 이 시대의 오딧세이아에는 신도 예언자도 없으니 결국 이 서사의 끝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이다. 애초에 나의 서사는 이미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닌 아직 구축하지 않았기에 남을 수 있는 환상, 즉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여정이 될 것이었다. 그러니 이 여정의 끝은 누구도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 영화 속 끝 없이 뻗어 있는 철도처럼, 나의 서사는 영화처럼 끝맺지 못하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코엔 형제가 그려낸 형제들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맺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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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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