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문학의 경계는 어디인가? [문학]

한국 문학이라는 범주는 경계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어떻게 정의내려야 하는가?
글 입력 2016.12.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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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학의 경계는 어디일까? 보통 우리는 한국문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한국 사람이, 한글로, 한국에서 쓴 한국 정서에 부합하는 문학’.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점들 중 하나는 ‘한국 정서’라는 것은 정확하게 정의내릴 수 없는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현재 한국에서 말하는 ‘평범한 진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한국 정서’에 부합한다고 얘기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정의는 여러 가지 반례나 문제점을 가진다. 예를 들어, ‘재미교포가 쓴 문학, 한국사람이 영어로 썼으나 번역되서 한국에 출판된 문학은 과연 한국문학인가?’, ‘북한문학은 과연 한국 문학인가?’와 같이 어려운 사례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를 잘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국문학의 경계를 좀 더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예로 북한 문학부터 생각해보도록 하자. 북한 문학이란 분단 이후 북한에서 쓰인 문학들을 일컫는다. 이 북한 문학은 위에 언급된 한국문학의 정의였던 ‘한국 사람이, 한글로, 한국에서 쓴 한국 정서에 부합하는 문학’을 통째로 흔들어 놓는다. 왜냐하면 북한을 한국으로 볼 것인지 보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서부터 정의에 걸리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내 의견을 얘기하자면 북한은 한국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으며, 때문에 북한 문학 역시 한국 문학이다(미래에 통일이 된다면 더 이상 북한문학, 남한문학이 아닌 단순한 한국 내에 있는 지역 문학으로 분리 될 것이다). 그렇지만 걸리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 바로 '한국 정서에 부합하는 문학’이라는 부분인데, 관련된 평론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두 가지 부류의 문학이 공존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의 부류가 바로 ‘김일성’이나 ‘김정일’과 같은 독재세력, 혹은 당에 대한 예찬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정서에 부합한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다른 한 부류인 ‘자연미에 대한 찬양’이나 ‘통일 염원’ 등에 관한 문학들(당이나 독재세력과 관련 없는)은 몇 편만 읽어보아도 충분히 우리의 가슴을 적실만큼 우리의 감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한국 문학이라 정의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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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다른 예로 ‘재미교포가 쓴 문학’이나 ‘외국인이 한국어로 쓴 문학’, ‘한국 사람이 다른 언어로 쓰고 번역되어서 한국에 출판된 문학’,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되는 ‘한국어로 다른 나라에서 쓴 문학’같은 것을 얘기해보자. 이 역시 필자의 생각을 단적으로 들자면 다음과 같다.

  재미교포는 물론, 외국인이더라도 한국어로 쓰고, 한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그 문학은 한국 문학이다. 예를 들어 ‘GO'라는 일본 소설은 재일교포가 쓴 소설인데, 본인의 한국에 대한 정체성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어로 쓰였고 일본 감성이 더 많이 담겨있기 때문에 일본 문학으로 분류된다. 두 번째로 한국 사람이 다른 언어로 쓰고 번역되어서 한국에 출판된 문학 역시 한국정서를 제대로 담고 있다면 이는 한국 문학이다. 그 예로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작품이 있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독일어로 쓰여 독일에서 먼저 출간되었으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묘사와 정서가 분명하기 때문에 한국문학이라 본다. 마지막으로 한국어로 다른 나라에서 쓰인 문학 역시 한국 문학이다. 우리나라는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들 중 하나다. 다른 곳에서 썼다고 해서 우리나라 문학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세계는 너무 좁다. 그리고 여행을 배경으로 쓴 수필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쓴’이라는 정의는 쉽게 무너지고 만다. 때문에 한국에서 쓰이지 않았어도 한국 문학일 수 있다. 아마 이 외에도 사례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은 아무래도 ‘한국인의 정서’와 ‘한국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느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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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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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 한국문학전집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분류는 지금 현재에 이르러서 내린 결론일 뿐이다. 과거에는 이보다 훨씬 경계가 보수적이었다. 그리고 아마 미래로 갈수록 한국 문학의 경계는 더욱더 흐릿해지고 넓어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 문학의 경계라는 것은 시간에 따라 점차 변화함을 알아두고, 유연한 사고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세계화 시점에서, 과연 '한국 문학'이라는 범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해보아야 하겠다.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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