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삶도 죽음도 아닌 아무 것도 아닌 것! 연극 ‘스프레이’(12.23~12.31)

글 입력 2016.12.1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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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144번째 문화초대
:연극 ‘스프레이’


스프레이_극단초인_포스터.jpg


시놉시스


옆집 고양이 울음소리에 밤새 잠을 설친 709호 남자는
실수로 109호 택배를 집어온다.
남의 택배를 뜯는 순간 짜릿한 쾌감을 느낀 남자는
이후 의도적으로 남의 택배를 집어오기 시작한다.
 
옆집고양이 울음소리와 새벽에 귀가하는
옆집여자의 소음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은 계속된다.
하지만 남자의 항의는 인터폰 너머 옆집여자의
무례한 반응으로 번번히 묵살된다.
 
지속적으로 택배를 훔치던 어느 날 드디어 남자는
옆집 택배를 발견한다.
 
복수심이 발동한 남자는 옆집여자의 택배를 훔쳐온다.
하지만 택배상자에 담긴 건 옆집 고양이의 시체


 
View Point


#1.침묵 속에 박힌 시한폭탄
저 벽 너머에서 누군가는
남의 택배를 뜯으며 쾌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이웃집 고양이를 죽이고
누군가는 울부짖으며 몸부림치고 있다.
그 누군가의 시한폭탄은 불발하거나,
차가운 콘크리트 속에서 소리 없이 터진 뒤 조용히 사라진다.
 
#2.다양한 벽을 이용해
공간과 심리를 창출해내는 오브제연극
한 남자의 시선과 상상을 따라
 여러 개의 벽이 무대를 분할, 확대, 축소하며
시시각각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낸다.
때때로 벽은 시공간 뿐 아니라
 인물의 심리와 상황을 묘사하는
적극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연출의도


더 나아지길 희망하기보다
더 나빠지지 않길 바라는 사람의 이야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동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식물인간처럼 호흡하며 살아가는 삶. 
그들은 기대치 않은 관계, 예상치 못한 사건을 피해 
안락함인지 무료함인지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숨어든다.

하지만 그 속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남의 집 택배를 훔치는 쾌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고양이를 죽이고,
또 누군가는 울부짖으며 몸부림치다
 7층 베란다 너머로 자신의 몸을 던진다.

벽 너머 들려오는 옆집 여자의 울부짖음을 듣게 된
‘그’ 듣지 말았어야 할 그 절규,
들었어도 느끼지 말았어야 할 그 슬픔을 느끼다
침묵의 카르텔을 어기고 금지된 동정과 공감을 느낀다.
 어둠이 짓누르고 있는 밤의 시간
단단한 콘크리트 벽이 갈라놓고 가둬버린 공간에서, 
콘크리트 벽 너머 이웃의 울부짖음을 그는 듣게 된다.


2016-12-10 01;42;00.PNG


무대 구성


인물의 심리를 공간과 빛으로 표현한다.
 
이번 작업의 목적은 공간의 확대, 축소, 이동 그리고 빛의 분할을 통해 소설 속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이다. 소설 속의 그를 나로 바꾸는 작업을 거쳐 객관적 관점을 주관적 관점으로 바꾸고 주인공의 관점에서 필요한 공간만 무대 위에 만들어 나간다. 주인공의 심리에 따라 확대되고 축소되면서 소설의 줄거리 외에, 인물의 감정을 배우의 연기에 의해서만이 아닌 공간의 변화로 이미지화 한다.
우리는 김경욱 작가의 소설 스프레이를 통해 안락함과 무료함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 곳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곳에서는 살아있는 것이나 죽은 것이 큰 의미의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이 곳은 서로 충돌하고 사랑하고 몸부림치는 열정도 소통도 없는 공간이다. 그저 습관적인 화석화된 삶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주인공 '나'의 우연한 일탈은 이런 화석화된 삶이 벗어 날 수 없는 현실임을 확인시켜준다. 결국, 우리는 모두 작품 속 택배 기사처럼 산호호흡기로 연명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공연을 통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또 던지고자 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연극의 작은 특징 중에 하나는 작은 무대 위에 온 세상을 올려 놀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우리는 그렇게 자부해왔다. 보이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통해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이번 작업의 숙제다. 
보이지만 인식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인식, 공감되면 살아있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고 보이지 않은 것이 죽은 것이라는 인식에 대한 의심이다. 삶도 죽음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에 관한 이야기 
무심히 흘러나오는 티브이 소리, 백색소음처럼 들리는 라디오 소리, 태엽 강아지, 전기 코드를 꼽으면 돌아가는 선풍기, 컴퓨터,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는 환자. 그리고 스프레이와 메니큐어. 이것들과 함께 아무것도 아닌 우리들..
 
 
원작 소개


지독하게 고지식하고 병적으로 결벽스런 사람들

2012년 이상문학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던 단편 「스프레이」에는 대표적으로 왜곡된 시각을 가진 채 살아가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백화점 구두 매장의 점원으로 늘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씻고 용변을 보며, 구두를 아홉 켤레나 신어보고 그냥 돌아서는 손님에게도 깍듯하게 인사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남의 택배 상자를 가져오는 실수를 하고 축축해지는 손을 내려다보며 크게 당황한다. 긴장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첫사랑에게 차인 것도 축축해진 손 때문이 분명했다. 손을 처음 잡고 며칠 뒤 돌연 결별 통보를 받았으니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여자의 손을 멀리함으로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 첫사랑에게 차인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랑을 얻는 것보다 실수를 피하는 게 더 중요했다. 그가 실수를 저지르면 아버지는 버럭 소리부터 질렀다. 넌 대체 뭐 하는 놈이냐? 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곤 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축축한 놈 ._ 「스프레이」 에서 실연의 원인을 다한증 탓으로 돌리던 그는 택배를 잘못 가져온 이유도 옆집 고양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이던 일상에 침입해 그의 잠을 깨우고 피로하게 한 고양이 울음소리를 탓하는 이 맹목적 단정이 복수를 계획하고, 옆집 여자를 향한 집착과 스토킹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이상야릇한 광기는 낯설지 않다.



Information


스프레이_상세페이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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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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