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랑액숀가족활극 ‘산토끼’ [공연]

새로이 바라보게 된 오늘날의 제사
글 입력 2016.12.1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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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토끼’라는 동화같은 제목에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극장에 입장하니, 참새를 연기하는 배우 두 명이 관객들을 맞고 있었다. 그들은 자유석이라는 특성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관객 모두에게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그들은 연극이 시작하기 전에 관람객들에게 사진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해주는 등 추위에 꽁꽁 얼었던 몸과 마음을 발랄한 모습으로 사르르 녹게 해준다. 처음에는 앙증맞게 총총거리는 것을 보고 저들이 토끼로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참새들이었다. 참새들은 선산을 표현한 무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싹을 콕콕 쪼아먹으며 마냥 해맑은 모습을 보여준다.

  무대는 동굴 안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은 것처럼 어딘지 예스럽고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삼베옷 같은 의상과 천으로 된 바닥은 전통스러운 느낌을 주고 관객석과 가까운 거리 덕분에 관객들과의 소통이 중요시되는 연극인 것 같다. 앞자리에 앉는게 행운인 연극이다. 종종 배우들이 다가와 말을 걸고, 떡도 주고, 많은 호흡을 함께 나눈다.

  등장인물은 참새를 연기한 배우 두명을 제외하고 총 9명, 소극장 연극치고는 상당히 많은 수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각자의 삶의 이야기가 뚜렷이 구분되고, 조상이 그 위의 조상을 찾아가는 구조가 반복되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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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제사’라는 문화는 우리 삶 속에서 많이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제사를 아예 지내지 않는 집안도 더러 생겨났다. 우리는 혹시 제사가 여자들에게만 큰 희생이 되고 (참새들의 대사 중에 ‘여자들만 죽어나!’하고 외치는 대목도 있다.) 가부장적이라는 이유로 오래되고 낡은 문화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그 이면에 담긴 의미는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하는 조상에게 감사한다는 좋은 생각인데 말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제사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런 감사하는 마음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테다.

  이처럼 이 연극은 멀리서 바라보면 내 위주가 아닌 타인의 마음에서 어떠한 것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산토끼’는 더군다나 점점 그 빛과 의미를 잃어가는 제사에 대해 흔히 하는 현대인들의 생각이 아닌, 그 본질의 의미를 다시 꺼내옴으로서 우리의 전통과 가족애에 대해서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산토끼 공연사진  (10).JPG


  내가 생각하는 '산토끼'라는 연극은 처음 기대했던 마냥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아닌, 그 속에 더 깊고 진한 의미와 생각을 담은 이야기였다. 실감 나는 노인들의 연기와 유쾌한 연출, 그리고 연극을 보는 동안 품게 된 새로운 생각들로 즐거운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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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_에디터9기.jpg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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