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폰스 무하를 통해 아르누보를 만끽하다.

알폰스 무하 모던-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展의 주관적 리뷰
글 입력 2016.12.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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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누보는 무하로부터 시작해 무하에서 꽃을 피웠다"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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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8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기획된 알폰스 무하의 두 번째 단독 전시 <알폰스 무하,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展>을 다녀왔다. 이 전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아르누보라는 미술양식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이 컸다. 사실 학교에서든 책에서든 서양의 미술양식에 대해 배울 때, 아르누보는 상대적으로 분량도 적은데다가, 다른 굵직한 미술사조에 비해 덜 자세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나 또한 '아르누보'하면, '대략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자연의 형상에서 영감을 얻은 패턴, 장식적'정도의 짧은 설명만 뜨문뜨문 기억 날 뿐,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을 대보라 한다면 딱히 바로 떠오르지도, 연결이 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르누보 양식의 대표 작가인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통해, 아르누보가무엇인지 직접 감상해보고 싶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 않던가.

 전시는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먼저 1부는 무하의 생애와 19세기 말 파리의 문화적인 배경, 그리고 그래픽 아티스트로서의 작품활동에 대한 섹션이다. 알폰스 무하의 영향을 받은 현대의 만화가를 소개하는 마지막 6부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섹션 구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행적으로 이어져 있다. 전시장의 동선은 무난했고 관람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전시장의 분위기가 맘에 들었는데, 그 이유에는 벽면 색과 전시장 내 음악이 한 몫 했다. 우선 벽지의 색은 섹션에 따라 구분되어졌는데, 그 색이 무하의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유의 무하 스타일 색상'이었다. 또한 전시장 내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관람에 전혀 방해되지 않으면서 전시와 어울리는 곡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 액자 얘기도 뺄 수 없다. 전시 디피에서 액자는 그림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인데, 확실히 액자를 신경 쓴 티가 났다. 심지어 같이 보러 간 친구는 몇 개는 액자가 눈에 더 온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이 말은 작품이 액자에 묻힌다는 것이 아니고, 그만큼 액자 선택이 아주 좋다는, 과장이 살짝 보태진 표현이었다. 전시 디스플레이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전시장 조명이 조금 어두웠다는 것인데, 일부는 작품을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면 그림자가 지기도 했다. 하지만 후에 찾아보니, 무하의 작품들이 빛에 굉장히 민감해 30룩스라는 제한된 전시 조명 아래 에서만 전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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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알폰스무하-지스몽다


 가장 인상 깊은 섹션은 파리의 여배우인 사라 베르나르를 모델로 한 첫 번째 포스터 '지스몽다(Gismonda)'가 있는 3부였다. 이 포스터는 무하의 성공 기점이 되었다. 왜 이 포스터를 제작하고 나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는지 수긍이 간다. 약 2m 높이의 세로로 길고 폭이 좁은 지스몽다는 멀리서 봐도 그 화려한 장식과 풍요로운 색감이 눈에 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아주 충분히 매력적인 포스터다. 사라 베르나르와 무하는 서로를 성공으로 이끄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전시장 벽면 한 켠에는 무하 후손들의 인터뷰 영상이 스크린에 빔 프로젝터로 상영되고 있는데, 둘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언급한다. 전시를 구경하다 말고 잠깐 쉬어가는 느낌으로 앉아서 보기 딱 좋다. 또한 무하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해주는 내용이다. 아무튼 나는 사라 베르나르와 알폰스 무하의 관계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사랑은 언제나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 특히 예술가와 뮤즈의 관계는 얼마나 흥미롭고 매력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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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im of art is to celebrate beauty"
예술의 목적은 미를 찬양하기 위함이다



 전시장 내 작품을 보면, 기존 서양의 그림 특징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외곽선을 진하게 강조해 배경과 개체를 분리한 모습이 외려 동양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느낌이 요즘의 만화 같은 느낌도 든다. 사실 100년도 더 지난 작품이지만, 6부의 현대 만화가들의 작품과 비교해서도 전혀 촌스러움이 없고,  현대의 어느 것보다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하는 근본적으로 선형 예술가인데, 역시 그의 그림에선 유려하고 섬세한 선이 인상 깊다. 그가 포스터 작업을 들어가기 전에 그렸던 드로잉과 습작들은 연필로 그린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섬세해서 실제 부드러운 질감이 머리 속으로 자연스레 상상되기도 했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는 아르누보 적인 별이나 기하학적인 패턴의 반복을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그리고 거의 여성이 등장하는데, 항상 우아하게 미화하여 표현했다. 그는 예술의 목적은 미를 찬양하기 위함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저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하의 그림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예술은 미를 찬양하고 있다. '아름답다.'



"포스터는 더 많은 대중을 계몽하기에 좋은 수단이다 ...
거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전시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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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알폰스무하- '유아를 위한 네슬레 푸드' 포스터 


 무하를 더 매력적인 미술가로 느껴지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는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갖고 그것을 실천하는 미술가였다는 것이다. 예술가는 예술이 주는 영감의 힘을 빌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프리메이슨 같은 다양한 사회 개혁 집단에 가입해 다양한 예술의 대중화 프로젝트 시행에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즉, 그는 미술의 대중사회를 지지한 사회에 헌신적인 예술가였다. 4부의 제목인 '만인의 예술가'는 그를 잘 표현한 단어다. 그가 한 상업적인 디자인을 보면 그 당시에 '잘 나온' 포스터나 포장지지만, 그의 말처럼 예술을 삶의 일부로 만들어 놓은 모습이다. 무하의 디자인을 보면, 뭐랄까 그야말로 '예술적'이다. 그의 사상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글의 초반에서 언급했던 나의 관람 목적 -아르누보를 무엇인지 직접 감상하고 싶다-은 달성했다. 글로만 보고 배웠던 아르누보를 눈 앞에서 본 경험은 그 성스러움과 신비함에 놀라고, 세련되고 화려한 표현에 감탄했다. 비록 한 작가의 전시를 본 것이지만, 그는 아르누보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확실히 알폰스 무하는 아르누보의 진수면서,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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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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