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시를 보다, 전시를 만들다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2.1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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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동안 들었던 교양 수업, ‘전시예술공학’ 수업이 끝났다. 전시의 역사를 배우고, 전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배우고, 실제로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전시해보는 수업이었다. 가볍게 즐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정하고, 그것을 표현할 방식을 정하고, 실제로 구현해내고, 그리고 그것을 관람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전시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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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알폰스무하 展>(2016)


교수님께서는 전시를 구현할 때 세 가지를 고려하라고 강조하셨다. 첫째, 주제의 명확성. 전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해야 한다. 둘째, 표현방식의 타당성.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해내야 한다. 셋째, 결과물의 전달성과 치밀한 설정. 완성된 작품과 전시가 관람객에게 분명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아주 간단한 영상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약 한 달을 보냈다. 그것도 주제 정하기만 세 주에 걸쳐 했다. 이 과정에서 머리에 쥐가 나는 것을 경험했고, 넌더리가 날 지경이었다.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무언가를 창작하고 그것을 남 앞에 드러내 보이는 일이 처음이라 그랬나. 혼자만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때와 전시(display)를 할 때의 차이는 꽤 컸다.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하면 누구의 마음에도 제대로 닿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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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전시예술공학 워크룸 (2016)


우리는 일상에서 점점 전시와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SNS 영향이 크다. 여러 아트 관련 페이지들에서 앞다투어 이달의 전시, 볼만 한 전시를 그럴 듯하게 소개한다. 미술에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던 사람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연인과 데이트하러, 혹은 사진을 찍으러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전에 비해 문턱이 확연히 낮아진 것을 느낀다. 영화, 뮤지컬, 연극 등이 그렇듯 전시라는 문화·예술 장르는 대중의 영역과 점점 가까워질 것이다. 그럴수록 좋은 전시, 그저 그런 전시들이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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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2016)


모든 문화·예술 장르에 대해 생각할 때 공통적으로 드는 의문인데, 대체 그 ‘좋음’이란 게 뭘까? 좋은 전시는 어떤 전시일까?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관람객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이 좋은 전시일까? 그러나 현대미술 전시에서는 점점 관람자의 다양한, 무한한 해석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추세다. 작품이야 어떠하든, 전시를 통해 관람객 자신의 고유한 배경을 가지고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 현대 미술의 본질이라고까지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교수님이 강조하신 것들은 결국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보통 공공 미술관에서 많이 하는 ‘친절한 전시’도 좋은 전시이지만, 조그마한 갤러리들에서 열리는 ‘불친절한 전시’들도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런 불친절한 전시들도 치열한 고민과 노력의 산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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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스탠리 큐브릭 展> (2016)


전시를 관람하는 입장에서만 보아오다가, 한 학기 동안 제작자의 입장을 체험하게 되니 전시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친절하든, 불친절하든, 어쨌거나 전시장은 제작자과 관람객을 연결해주는 주요한 공간이다. 앞으로 더 많은 제작자와 관람객이 전시장으로 모여들 것이다.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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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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