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버티는 삶에 관하여 [문학]

당신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글 입력 2016.12.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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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다.
책상 앞에 앉는다.

차를 한 잔 우리고, 아이유의 "우울시계'를 튼다. 
"우울하다... 우울해... 또 우울 시계가 째깍째깍..."

우울하다. 
음악을 끈다. 이승기의 "되돌리다"를 튼다.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있다 책장에서 책을 집어든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지웅 작가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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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정확히는 11월 30일에
허지웅 작가의 신간 『나의 친애하는 적』이 나왔다.
유일하게 덕질하는 작가답게,
책이 나오자마자 부랴부랴 예약구매를 하고
시험기간에도 불구하고 북콘서트도 다녀왔다.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 책을 뒤로하고,
나는 왜 다시 이전 책을 꺼내 들었는가. 

책을 폈다. 
작가의 말이 보인다. 


 "마음속에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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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버티다가 버티다가
무너져버린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2학기 내내 나를 따라다니던 우울증, 무기력증, 묘한 상실감. 
해야할 일은 많은데 중심이 잡히지 않고 표류하는 기분. 

많은 감정의 폭포를 거치고
이제는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해나가며 
종강만을 기다리는 나. 


갑자기 이 책을 꺼내든 이유는
아마 다시 삶을 버틸 힘을 찾고 싶어서 였을 거다. 


책을 덮고, 눈을 감는다. 
나에게 스스로 묻는다. 

"당신의,  삶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눈 앞이 깜깜하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
.
.

혹시나 나와 비슷하게 삶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삶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당신을 지탱하는 문장은 무엇입니까?"

.
.
.

이전의 나를 지탱하던 문장들은 지금 그냥 활자가 되었다. 
다시 이들이 나를 지탱하는 문장이 될지,
새로운 문장이 나타날 지 모르겠다. 


다만, 어쨌든, 다시.
나의 문장을 찾고 싶다. 

버티는 삶을 위한 나만의 문장을, 



우리는 버텨야 합니다.
 버티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어느 누가 손가락질하고 비웃더라도,
우리는 버티고 버티어 끝내 버티어야만 합니다.

저는 모든 종류의 당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주제가 버티는 것이라면 당위가 되어도 좋습니다.
 제 인생이 닳고 닳아 한줌의 비웃음밖에 사지 않더라도
끝내 그거 하나만은 챙기고 싶습니다. 
그래도 쟤 꽤 오래 버텼다, 라는 말 말입니다.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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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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