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다 불안하다.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 성진환 콘서트 [공연예술]

글 입력 2016.12.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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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었다. 모두들 한해를 마무리하며 나름의 치열한 삶을 돌아보고 있을 것이다.
올해 나는 정말 힘들었다.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아무리 자도 모자란 아침잠처럼 하지 못한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나를 따라다녔고, 회사에서 이루는 성과에도 마냥 기쁠 수 없는 날들이 내 인생의 낭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돌아온 학교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도 어긋났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마음도 회의적으로 변했다. 굉장한 사람들 속에서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를 버텨내면서 나의 선택에 대해 수 만번을 곱씹었다. 그리고 억울했다. 나는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이 곳에 있는데, 누군가는 더 쉽게 좋은 결과를 얻는 다는 게 불평등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열등감에서 오는 무기력때문인지,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을 듣는 일도 전처럼 즐겁지 않았다. 십년에 가까운 시간을 좋아하던 가수들의 공연에서 내 인생의 한 조각이었던 음악을 들어도 좀처럼 마음에 동요가 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스윗소로우 성진환의 솔로 소식을 들었다. 나는 성진환의 목소리를 무척 좋아한다. 그룹 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만 오롯이 담긴 노래들이 나온다는 소식이 오랜만에 나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그의 솔로 준비과정을 보며 또 못난 마음이 생겨났다.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한 능력을 지녔음에도 하고 싶은 일을 택하고, 그것을 불안없이 행복하게 해나가는 모습에 괜히 심술이 나기도 했다. 거의 십년을 기다린 앨범이었음에도 듣는 내내 설렘과 자괴가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열린 그의 단독 콘서트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그가 지니고 있는 불안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만 이런 걱정들을 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남들이 보기에 부러운 것들을 많이 가진 그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오히려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도, 그에 따라오는 불안도 더 컸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순간순간 그것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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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즐거운 콘서트였다. 노래와 연주, 그리고 게스트로 나온 그의 친구들과의 무대도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공연이었다. 그는 자신이 불안하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는 정말 잘 해나가고 있었다. 그를 보며 들었던 못난 마음은 사라지고, 그의 노래가 자리잡고 있던 내 인생의 한 부분이 더욱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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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 나눠준 호두과자


결국 모두가 다 혼란스러운 삶일 것이다. 싫어하는 것을 참아내는 만큼 좋아하는 법을 잃어버린다는 가사가 있다. 이 가사처럼 모든 것에 무뎌지고 그것에 서글퍼지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만, 이런 불안한 나와 함께해 줄 사람은 나 자신이기에 내가 한 선택에 조금 더 기쁜 마음으로 임해보려고 한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때는 꿈꾸던 순간이었던 지금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공새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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