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심각하게 웃긴 거짓말, 라이어 2탄 : 그 후 20년

글 입력 2016.12.1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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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철저한 무교인 나는 친구를 따라 어떤 교회의 수련회를 가게 됐다. 열정적인 (그들만의) 예배를 지낸 후, 자유 시간에 방 안 그득한 ‘기독교인’들과 함께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고 있던 중, 나는 ‘마피아 게임’을 제안했다. 그 즈음 나는 서로를 속이고 속는 거짓말이 난무하는 그 게임의 스릴에 빠져 있었고, 당시의 환경도 적당하니 그런 것인데, 내 예상과 달리 그 제안은 단칼에 거절 당했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하느님의 이름으로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마피아 게임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속상해 하면서도) 그 신실한 종교적 믿음에 놀랐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만큼 거짓말이라는 것이 나쁜 것이고 부정적인 것이구나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오늘 날, 나는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거짓말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어느 연극무대의 관객석에 앉아서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다. 그 거짓말들을 다 듣고 있느라 마음이 불편해져서가 아니고, 너무 웃겨서 말이다. 그리고 그 연극은 다름아닌 아주 정직한 이름의 [라이어 Liar]이다.

 
라이어-2탄포스터(20160121).jpg


 [라이어]는 1988년 대학로에서의 초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8년이라는 엄청난 기간 동안 공연된 연극이다. 이 기록은 만약 [라이어]가 뉴욕의 브로드웨이 작품이라고 치면 오페라의 유령 (1988년 초연), 라이언 킹 (1997년 초연) 등과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대단한 기록이라고 한다.

한국 연극계의 메카라고 불리는 대학로는 그 초기 시절만 하더라도 연극을 소위 기초 예술로서 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으므로, 자연스럽게 연극이라는 매체는 대중들에게 어렵고 무겁지만 예술성이 있는 매체로 인식되었는데, [라이어]의 등장은 새로운 바람을 가지고 왔다. 다른 연극과는 달리 이른바 관객에게 철학적인 메시지나 감동적인 교훈이 아닌 오로지 ‘웃음’만을 주는 데에 집중하여 연극의 ‘엔터테인먼트’적인 기능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후로 연극의 ‘대중성’이 대폭 상승하였고,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 매체로 발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연극은 코미디 연극의 역사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라이어] 시리즈 중 두 번째인 [라이어 2탄 :그 후 20년]을 봤는데, 그 역사와 전통에 걸맞게 무대 구성과 연출에 뭔가 노련미와 탄탄함이 느껴졌다. 다른 두 가정의 집들을 무대 하나에 좌, 우 반으로 나눠 표현한 무대 구성과 그 곳에서 배우들이 교차되면서 연기하는 연출은 한 눈에 존의 이중 생활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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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도 전에 좁은 무대를 적극적이고 노련하게 활용한 무대 연출이 눈에 띄었다.
 

 스토리는 초반에 의외로 잔잔하고 진지하게 흘러가다가, 중반부터는 하나의 거짓말로부터 시작된 다른 거짓말들이 등장하다가, 중 후반에는 관객들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머리 아파서 대충 넘기게 될 정도로 그 거짓말들이 서로 엉키고 설켜 말 그대로 ‘난무’한다. 혼돈의 카오스. 물론 서로를 속고 속이는 (전형적인 말로 ‘어리석은’) 모습을 보면서 끊임없이 웃는다. 그리고 최 후반에는 반전까지. 그야말로 관객들을 (좋은 의미로) 탈진시키기에 참 좋은 연극이다.

 사실 무대 밖에서 보는 관객들이야 재미있다는 듯이 보지만 생각해보면 픽션이라도 극 속의 인물들에게는 얼마나 진지하고 아찔한 상황인가. 극 속의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거짓말들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위기를 모면하고 남을 속이고 그야말로 (나름의) 평화로운 인생을 유지하기 위해 치는 나쁜 거짓말들이다. 그런데 밖에서 보는 관객들은 그런 상황을 보고도 모순되게도 웃다가 탈진한다. 나는 이 점이 재미있었다. 몇 년 전 교회 수련회에서 느꼈던 거짓말의 부정적인 모습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연극을 자주 보지 않은 나지만, 연극이라는 매체의 가장 큰 매력이 극의 생생함과 현장감이라는 것 정도는 분명히 아는 나는 [라이어 2탄]을 보면서 더더욱 그 매력을 알아버렸다. 나는 이번공연을 보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게 배우들의 열정과 에너지이다.

 눈 앞에서 연기를 보는 것도 신기해 죽겠는데, 배우들은 저러다가 쓰러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저러다가 목이 다 나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리 높여 대사를 치면서, 그리고 공간 배경이 집이라 문이 참 많았는데, 저렇게 세게 두드리고 여닫으면 공연 2번만 해도 문을 교체 해야 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대 요소들을 활용했다. 심지어는 너무 열정적으로 연기하느라 배우끼리 쫓고 쫓기는 장면에서는 예정에 없이 주인공인 존이 소파에 걸려 실제로 넘어지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상대 배우들도 당황해 웃음을 참는 모습이 (코미디 연극이라 참 다행스럽게도) 관객들을 더 웃겼고, 나는 그 장면에서 배우들에게 경외심 비슷한 것마저 느껴졌다. 여담이지만 존 역의 배우 분께 별 탈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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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중간 다리 역할 정도만 할 것이라 생각한 스탠리. 근데 알고 보니 씬 스틸러와 감초 조연과 중요 인물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분명 나는 [라이어]를 계기로 연극에 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원래도 연극에 관심은 있었지만 항상 망설이기만 했는데, 1988년 대학로에서 [라이어]를 보게 된 당시의 대중들처럼 나 또한 연극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보게 될 사람들도 연극을 즐길 마음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뿌듯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으로는 [라이어]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보 출처 - 네이버 캐스트

자료 출처 - 파파 프로덕션




국민연극 <라이어>!
끊임없이 인기몰이 중인 대학로 1순위 연극
 
      
캡처123.JPG
 

 
공 연 명 :  연극 <라이어 1탄>
러닝타임 :  100분
공연기간 :  OPEN RUN
공 연 장 :  대학로 브로드웨이아트홀 1관
티켓가격 :  35,000원
제    작 :  파파프로덕션 02-747-2070
공 연 명 :  연극 <라이어 2탄 : 그 후 20년>
러닝타임 :  90분
공연기간 :  OPEN RUN
공 연 장 :  대학로 브로드웨이아트홀 2관
티켓가격 :  35,000원
제    작 :  파파프로덕션 02-747-2070
공 연 명 :  연극 <라이어 3탄 : 튀어!>
러닝타임 :  90분
공연기간 :  OPEN RUN
공 연 장 :  대학로 해피씨어터
티켓가격 :  35,000원
제    작 :  파파프로덕션 02-747-2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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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마띠아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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