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익숙한 그림을 새롭게 보다, “알폰스 무하 展”

글 입력 2016.12.1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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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展





2016 알폰스무하-Woman_with_Daisy_textile.jpg
Woman with Daisy


미술에는 뛰어난 관심도 소양도 없지만 예전부터 좋아하는 화가를 택하라면 구스타프 클림트와 알폰스 무하를 골라 왔었다. 두 사람의 그림은 일단 보기에 좋았기 때문이다. 둘의 그림에는 덩굴같은 무늬나 아리따운 여인 피사체 등 비슷한 부분이 있고, 이건 고스란히 아르누보 양식의 특징으로 연결된다. 눈에 띄게 예쁘지만 로코코처럼 사치스러운 건 아닌, 실용 역시 추구했던 아르누보는 여러모로 매력 있는 양식임에 분명했다.

아르누보Art Nouveau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아르누보(Art Nouveau)는 1890~1910년 사이 유럽 각지와 미국, 남미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으로 유행한 양식이다. 이 양식의 주된 테마는 ‘해초나 식물의 넝쿨 따위를 연상시키는 길고 감각적이며 유연한 선’으로 정리된다. 아르누보는 건축과 회화 등 전 양식에 걸쳐 적용되었으며 그 시작에 알폰스 무하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3일, 알폰스 무하의 전시가 3년 만에 돌아왔다. 나는 아트인사이트의 지원을 받아 알폰스 무하전을 관람하고 돌아왔다. 간만에 가본 한가람 미술관은 여전히 넓고 쾌적했고, 무하의 작품은 역시나 예뻤다. 무하는 예전부터 좋아했지만 그의 작품을 이미지 파일이 아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 둘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실제로 본 무하의 작품은 예쁘단 말보단 아름답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전시의 초기 구성은 그를 유명하게 한 초기의 화풍보다 스케치나 그의 유화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전혀 두꺼워보이지 않는 유화가 나에게는 어색했다. 얇고 부드러워 보이는 유화라니? 거기에서부터 그의 스타일은 이미 소질을 보였던가 싶었다. 피사체간 명확하지 않은 경계와 색채가 부드럽게 이어지는 그림이 수채가 아닌 유화라는 것에 나는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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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몽다 포스터


그리고 그 뒤로 몇 점의 스케치를 더 거쳐 드디어 너무나 유명한 그의 그림들을 보게 되었을 때, 내 머릿속에는 역시 무하라는 생각이 저절로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슬며시 다가오는 압도였다. 실제 사람의 크기보다 더 크게 그려진 지스몽다의 포스터는 당시 사람들을 한 눈에 사로잡았던 것이 당연해 보였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여인의 그림 너머 실제 인물을 생각해 보자면, 이 포스터로 홍보가 되지 않는 사실이 더 이상한 것이었다.

이후로도 눈에 익은 작품들을 거치면서 내가 그의 그림에서 감탄한 부분은 섬세함이었다. 선 하나하나를, 무늬 하나하나를 직접 그려낸 노력이 감탄스러웠다. 그의 실제 작품 앞에 서서 사진으로 봤던 게 훨씬 예쁘다며 실망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화려한 미를 기대하고 왔다면 그럴 수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내가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에서 느낀 건 이 예쁜 것들이 사람의 손으로 직접 그려졌다는 사실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계적이지 않고 비뚠 부분이 있는 아리따운 패턴들, 그래서 나는 이번 전시가 좋았다.

 
2016 알폰스무하.jpg
무하 본인의 사진


무하의 그림은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예쁘다. 그리고 그 확고한 스타일로 하여금 그 예쁨은 질릴 수가 있는 성격의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나는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품이 예쁘다기보다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무하에게 질리게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아름다움을 그릴 수 있나 너무 잘 알고 있는 듯한 작가로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아름다움들 속에서 그의 노력을 보았다. 그가 그리고 연구했던 문양, 여러 시도와 활동들을 생각하면 그의 아름다움은 작품마다 답습되는 것이라기보다 치열하게 아름다움을 탐구를 통해 매번 새롭게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무하가 더 좋아졌다. 타고난 감각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의 탐구에 의해 아름다움의 경지를 획득했다는 것이, 그리하여 매혹을 만들어내고, 숱한 여성 피사체를 그리면서도 그 개개인이 모두 다 다른 느낌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나는 놀라웠다.

심지어 이번 전시는 내게 내가 기존에 그의 작품에 갖고 있던 이미지, '밝고 아름다운 어여쁜 여인들'의 이미지를 버리게 해 주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나의 취향을 격타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그가 그린 어두운 이미지의 그림들이었다. 달과 별 시리즈와 메데이아, 음습한 초록빛의 포스터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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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의 달과 별 연작.
순서대로 Morning star, Evening star, 북극성, 달.


익숙할 줄만 알았던 그로부터 새로운 점을 거듭 보게 되어 나는 기분이 좋다. 아름다움에 취해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전시였다. 알폰스 무하의 전시는 3월 초까지 이어진다. 요즘 너무 팍팍한 것만 보고 살았다 하시는 분들, 예쁜 것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나는 이 전시를 열심히 추천하고 다닐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한 가지의 감탄쯤은 선사해 줄, 이 전시는 누구에게나 가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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