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쩌면 처음부터 이러했을 운명, 철든 책방 [문학]

글 입력 2016.12.0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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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처음부터 이러했을 운명. 나는?

철든 책방

노홍철 지음│ 벤치워머스 │ 2016년 10월 24일 출간





 사실 나는 이 책을 쓴 사람이 노홍철이라는 걸 언급해야 할지 고민이다. 이 책을 지은 철든 책방 주인장 노홍철은 내가 좋아했던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실망했던) 방송인 노홍철과는 전혀 다른 인물인 듯 글을 썼다. 서투르고 투박하지만 워낙 솔직해서 잘 읽히는 글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그가 철든 책방이라는 서점을 열게 된 계기, 6개월간의 과정, 지금의 소감 등을 많은 양의 사진과 함께 정리해 놓은 어쩌면 본인 가게홍보용이라고 오해 받을 수도 있을 단순한 책이다. 확실히 독립 서점, 출판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해방촌이라는 동네를 발견하게 되고 허름한 옛 건물에 입점하게 되면서 겪은 어떠한 마음가짐이었는지,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고 극복했는지, 그리고 자세한 인테리어 과정 등이 꽤나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담겨있어 인테리어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도 고개를 끄떡하게 만들었다.

 단지 그보다 내가 눈여겨본 부분은 그러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보다 노홍철이라는 사람이 해방촌 이라는 동네에서 어떻게 하다가 여러 분야의 다양한 개성을 가졌고,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대기업과 공무원이라는 이름의 ‘왕도의 길’을 걷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들의 독립 예술인(?) 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게 됐을까 하는 이야기이다. 책의 구성을 봐도 초반부에는 해방촌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의 삶을 사는 이른바 ‘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중반부에는 철든 책방이 탄생하는 과정, 후반부에는 다시금 ‘그들의 삶’을 인터뷰한 것이 나온다. 나는 역시 그 초반부분에 온 신경이 쏠렸다.
 
 원래 노홍철이라는 방송인이 평소 미디어에 비췄던 이미지 자체가 길바닥 출신, 자유로움, 확고한 아이덴티티와 캐릭터 등의 단어들과 밀접한 관계로, 그가 그런 예술인들과 섞이는 모습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순도 100퍼센트 예술인들과 만나게 됨에 의외로 낯설어하고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선천적으로 그들과 여러모로 동떨어지지 않은 사람이기에, 해방촌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정겨우면서도 특이한 분위기에 취해 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갔다. 어쩌면 그는 처음부터 ‘그’였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살 운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이후에는 당연하게도 ‘그렇다면 나는?’ 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 책을 집어 든 이유가, 노홍철에 대한 팬심도 아니고 책방을 열 결심을 해서도 아닌, ‘그들의 삶’에 대한 동경 때문일 것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에서 왕도의 길을 걷지 않는 ‘그들의 삶’은 부끄럽거나, 떳떳하지 못하거나, 불안요소들만이 가득한 것으로 여겨지고, 나 또한 어느 정도는 그렇게 생각해 그들에 대한 동경과는 다르게도 많이 망설이고 있다. 과연 나는,노홍철이 처음 해방촌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해방촌에서 그들의 삶을 살겠다는 굳은 결심과, 진짜로 행동에 옮기는 실행력을 가졌을까? 아직은 좀 더 많은 생각과 경험들이 필요하다.

 워낙 낯을 가려 이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철든 책방에 찾아갈 생각은 딱히 들지 않는다. 다만 해방촌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문화 예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그들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겨 그들을 찾아가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은 진해졌다. 어느새 철든 책방의 주인장이 된 노홍철이 해방촌을 처음 찾아갔을 때의 그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진 출처 :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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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마띠아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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