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리를 전시장으로 만든 작가 - 알폰스무하

글 입력 2016.12.0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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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감각을 자극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그들을 깨우기 위해서
예술가는 유혹하는 법을 알아야한다."



 2016 알폰스무하-메인포스터.jpg


설계하던 도중 잠깐 짬내서 다녀온 알폰스 무하 展

1부에서는 체코 태생의 알폰스 무하의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가 다녔던 곳에 내가 갔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리고 고갱과 무하가 함께 찍은 사진들이 꽤 있었는데, 고갱이 너무 멀쩡한 모습으로 있어서 좀 낯설었다. 내가 아는 고갱의 이미지와 좀 달랐달까..

알폰스 무하의 그림들은 너무나 다 아름다웠다.
여신이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림들은 대부분 테두리가 굵은 검정 선들로 둘러져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그림에 별, 꽃, 사람 등등을 모두 하나하나 잘라서 붙인것 같았다. 검정 테두리로 둘러져있는데도 그림이 딱딱하게보이지 않고 부드럽고 연하게 보인것은 파스텔톤의 색깔때문이였을까 아님 알폰스 무하의 능력이였을까...

그림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컸다. 내 키 만한 그림들도 많았다. 포스터로 사용된 것도 많아서인지 반짝이는 재질도 많이 보였고, 제목만 모자이크로 해놓은 경우도 많이 있었다..

알폰스 무하의 그림에는 여자밖에 없었는데, 이 여자들은 여신이라고 불러도 될만큼 모두 아름답고 도도하고 당당했다. 
전시 중간즈음에 알폰스 무하가 제작한 홍보포스터들을 볼 수 있었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과자상자, 초콜릿상자, 와인, 맥주, 담배, 분유, 자전거 등을 홍보하는 그림들이었는데, 너무 진지해서 웃음이 나왔다.
마치 SSG 쓱 광고를 처음 본 느낌이랄까.. 
옆에 써져있는 제목을 보지 않으면 광고포스터가 아니라 그냥 멋진 그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특히, 담배 광고가 기억에 많이 남는데..
여자가 담배를 피고 있는 그림이었는데, 처음에 담배연기가 아니라 스카프가 날라가는 줄 알았다.

KakaoTalk_20161206_131653643.jpg
'유아를 위한 네슬레 푸드' 포스터 Poster for 'Nestle's Food for Infants' Colour lithograph 72 x 34.5 cm . 1897 . 분유광고

KakaoTalk_20161206_131654036.jpg
랑스 향수 '로도' 포스터 Poster for Lance Perfum "Rodo" colour lithograph 44.5 x 32 cm 1896. 향수광고

KakaoTalk_20161206_131655162.jpg
       '모나코-몬테 카를로' P.L.M. 철도 서비스 포스터 Poster for 'Monaco-Monte Carlo', P.L.M. railway services colour lithograph 110.5 x 76.5 cm 1897. 철도광고


내가 이렇게 느꼈다면 그 시절 사람들은 어땠을까...
실제로 알폰스 무하는 원래도 유명했지만, 자스몽다라는 포스터를 내놓은 이후 하룻밤만에 스타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포스터는 더 많은 대중을 계몽하기에 좋은 수단이다.
일하러 가는 그들은 멈춰서서
포스터를 보게될 것이고,
정신적인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거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전시장이 될 것이다."


      
2016 알폰스무하-지스몽다.jpg
Alphonse Mucha, Gismonda, 1895


거리에 나뒹구는 포스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림으로서 거리를 전시관으로 만들었다. 알폰스 무하는 자신이 예술을 한다고 노동자들을 우습게 보지않았다. 그는 평생을 사회에 헌신한 예술가 였다. 그는 예술의 힘으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기때문에 1898년 프리메이슨에 가입하고, 다양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들을 지지했다. 그는 예술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 힘썼는데, 이를 위해 장식의 목적으로 디자인된 텍스트가 없는 포스터 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특권층에게만 허락되었던 기존의 예술작품과 달리 대량생산된 무하의 저렴한 장식 패널들은 일반 대중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예술로 성장했다.


"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는
사람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기를 바란다."



2016 알폰스무하.jpg
 


"어려서부터 나는
계속 관찰하는 것에 집중했다.
...
평범하지 않은 모든 것들을
드로잉이나 페인팅 아니면
의식적으로도 충실히 기록했다."



무하의 그림들은 아주 다양한것으로 꽉 채워져있다. 어느 한 부분도 비어있지 않다. 색채도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강렬한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그림이 조잡해보인다거나 어느 부분을 강조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촌스러워보이지않는다.
그의 그림은 그냥 아름답다.
그게 거장의 힘이 아닐까.

전시에서 무하의 스케치해놓은 그림이나, 습작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림을 정말 잘 그린다. 
습작에는 치마 주름이나 손, 누드화를 연습한 것들이 많았는데, 이러한 노력을 통해 그런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하의 그림에 나오는 여자들의 머리카락 한올한올, 치마의 주름 하나하나의 디테일들이 합쳐져서 화려하면서도 조잡하지 않은 그림이 나온것이 아니였을까..
무하의 그림은 대체로 묘하게 슬프고 쓸쓸해보였다. 눈빛이 아련했다고 해야할까.. 내가 그렇게 느낀것일 지도  모르겠다.

무하의 그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있다. 바로 성당에서 사용하는 주기도문을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주기도문을 말로만 하다가 그것을 한 구절 구절 표현해 놓은 것을 보니 새롭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했다. 그림이 좀 어두컴컴했다.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한 번도 제대로 머리속으로 장면을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그림으로 표현해놓으니  머리속에 좀 각인이 되었다고나 할까.. 왜 옛날에 라틴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성당에서 스테인드글라스에 성경을 그림으로 표현했는지 알것 같았다...
실제로 무하는 프라하의 성 비투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가본듯.. 매우 화려했던 것만 기억이 난다.)

전시 후반부로 가면 무하가 디자인한 가구나 악세사리 등을 볼 수 있다. 그림뿐만아니라 다른 디자인까지 잘하다니 ;;
전시의 마지막은 알폰스 무하가 현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그의 작품들은 현대의 만화나 게임 캐릭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내가 만화나 게임을 잘 몰라서 제대로 설명할 수 는 없지만, 신화처럼 표현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무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사실 현대의 그림을 보면서 느낀것은 알폰스 무하의 그림이 더 화려하다는 것이다.
좋고 싫고가 아니라 현대의 그림이 더 색채도 튀고 인물들도 비율이나 생김새가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하가 인물주변에 그린 장식들때문일까.. 색깔때문일까.. 무엇이든간에, 현대의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더  화려한 것은 아닌것 같다.

      
20160929_115800.png
 장식 도큐먼트: 삽화 49의 최종 드로잉 Documents décoratifs: final drawing for Plate 49 Pencil heightened with white on paper 51 x 39 cm c.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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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연 『씨엘 CIEL』 13권 단행본 표지용 일러스트 (완성본) Ciel: The Last Autumn Story vol.19 - decorative motifs for cover illustration Print from digital file A4 size 2009



"인간 신체의 놀라운 시
그리고 꽃 잎사귀 과일로 부터 나오는
선과 색채들의 음악은
우리의 눈과 감각의
가장 분명한 선생님이다."



알폰스 무하의 그림 전시도 좋았지만 그의 말들이 참 좋았다. 건축가를 꿈꾸는 나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말들이었으니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들어야하고.. 나의 건물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어 거리를 전시장으로 만든다면 행복할 것 같고.. 건물을 위한 건물이 아닌 사람을 위하는 건물을 만들어야하고..
나에게 필요한 덕목도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그 속에 내재된 생각과 의도를 알아내는 것 . 특히 자연 속에서..

굉장히 인상깊은 전시였고, 눈이 호강하는 전시였다.
그는 노력하는 유능한 예술가일뿐만 아니라, 세상을 조금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멋진사람이었다.
그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에게 예술가 그리고 건축가로서의 덕목을 배우고 가는 것 같아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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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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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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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honse Mucha - 알폰스 무하 展]
2016.12.03~.03.05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문의 및 예매

티켓예매 . 인터파크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http://www.sac.or.kr               
전시안내 홈페이지          
http://alphonsemucha.modoo.at/
전시안내  02-6273-4242

      

     

[김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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