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삼시세끼 -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행복 [문화전반]

글 입력 2016.12.0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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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못해 냉장고도 없어서 옆집 냉장고를 빌려야만 하는 문명이라고는 많이 찾아볼 수 없는 섬의 작은 집에 며칠을 머무르며 삼시세끼를 해먹는 방송이다. 촬영 중에 도망도 가고 제작진과 끊임없이 전쟁을 선포하고 투덜거리며 생활한다. 자신이 나오는 방송이지만 재미도 없고 망할거라는 얘기도 서슴없이 한다. 모두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니고 쉬는 사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것 같아도 자꾸만 이 프로그램을 보게된다. 도데체 무슨 매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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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의 취지는 말그래도 하루 삼시세끼를 해먹는 것이다. 어찌보면 너무 쉬워서 도데체 이런 아이템으로 어떻게 방송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정말 이서진의 말대로 제대로 망할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촌과 농촌을 번갈아가며 시즌이 바뀌면서 출연진들도 바꼈지만 시청자들은 여전히 삼시세끼에 열광한다. 정말 별것 없다. 스스로 낚시도 하고 텃밭을 가꾸며 자급자족하며 제때 한 끼니를 지어먹는 것일 뿐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기엔 요리방송 같기도 하고 진지하게 보자면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엄연히 웃음을 자아내는 예능 프로그램이 맞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오히려 너무 예능스럽지 않기 때문에 좋았다. 웃음을 만들기 위해 다소 무리수있는 멘트를 친다던가 과한 몸개그를 한다던가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의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색하면 어색한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했다. 제작진 몰래 도망도 가보고 서로를 놀리는 모습이 예상외로 재미를 가져다 주었다. 심심한것 같은데 전혀 심심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웃음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가식없는 출연자들의 모습들은 그 사람의 본모습을 보는 것 같아 오히려 편안했다. 늘 화려하고 착한 모습의 연예인들의 모습만 봐오다가 툴툴대고 자신들의 모습을 비웃고 톡 쏘는 말들을 하는 모습을 보니 그들도 그저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그런 모습들이 가감없이 방송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좋은 점만 가질 수도 없고 좋은 것만 볼 수도 없다. 나의 성격와 다르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지 결코 그 사람이 불편한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출연진들의 모습들이 연예인이 아닌 그저 평범한 주변인으로 비춰지는 것에 괜히 나와 가까워진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즐겁다. 식사가 끝난 후 잠자리에 들기전 술 한잔에 마음 속에 묻어두었던 진심들을 보여주며 수다를 이어간다. 특별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아도 그저 진솔하게 건네주는 몇 마디에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준다. 그 고즈넉한 밤과 술자리를 같이 지새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쉼없이 달려온 평일을 조용히 위로 받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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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가 제목인만큼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음식이다. 방송되는 시간대가 야식을 부르는 야심한 시각이라 그런지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음식을 주문하게 된다. 어찌나 맛있게 만들고 맛있게 먹던지 보는 내내 고통스러울 정도다. 음식을 만드는 건 요리 프로그램에서 정말 많이 봐왔는데 왜 여기서 보는게 더 먹고싶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 세끼 먹는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세끼를 챙겨먹는것의 어려움을 몸소 느끼기 때문이다. 출근 혹은 등교를 위해 아침을 포기하고 바로 점심을 먹게 된다. 그리고 퇴근 후 저녁을 먹거나 저녁을 먹지 못한다면 야식으로 한끼를 억지로 때우게 된다. 밥 한끼 제대로 그리고 편하게 먹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슬프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밥을 하고 그것을 차려내서 먹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인간의 3대 욕구에 들어갈만큼 식욕은 중요하고 또한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서도 식(食)은 정말이지 중대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온전히 그 행위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급하게 먹거나 그저 다른 생각을 더 하게 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삼시세끼를 먹다가 하루가 다가는 웃지못할 상황이 자주 연출되지만 사실은 그게 사실이다. 매 끼니마다 정성을 다하고 먹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중요성을 우리는 너무 빠르게 넘겨버리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또한 잦은 외식문화로 인해 집밥에 대한 갈증이 심해졌기에 프로그램의 취지와 맞아떨어져 열광하는 이유도 있다. 집을 떠난 사는 이들에게는 엄마의 손맛이 담긴 밥이 직장인들은 그저 집에서 먹는 밥이 그립다. 삶에 여유가 부족하다보니 집밥을 차릴 시간도, 에너지도, 돈도 투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몇넌 전부터 외식트렌드는 값비싸고 평소 잘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이 아닌 집 밖에서도 먹을 수 있는 집밥으로 키워드가 바꼈다. 요즘 음식 문화는 산해진미가 나오는 코스요리가 아닌 소박하고 정겨운 그런 밥상이다.  분명 밖에서 친구와 맛있게 파스타 한접시 먹고 왔는데 삼시세끼에서 출연진들이 먹는 카레나 어묵탕이 왜 그렇게 맛있어 보이는지. 이는 집밥에 주는 따뜻함과 정겨움이 그립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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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시세끼에서의 삶과 현실은 솔직히 너무나도 동떨어져있다. 마치 다른 세상인것처럼. 세끼를 먹기 위해 하루를 보내고, 낚시도 하고, 가끔 늦잠도 자며,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멍하니 보기도 한다. 현실에서의 우리처럼 빡빡하게 사는 삶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환상같기도 하고 이상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삶이 사실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기본적인 것들을 향유하지 못하기에 우리는 대신 그것들을 실천해주는 방송을 보며 간접적으로 충족감을 얻는다. 기본적이고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지대한 원동력이 된다.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행함에 있어서 우리는 커다란 행복감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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