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학창시절, 친구라는 값진 선물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2.0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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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아트인사이트의 문화 초대로 친구와 함께 대학로에 청춘밴드 ZERO라는 공연을 보러 갔다.

평생 간다는 고등학교 친구.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그날 그 순간부터 졸업하는 날까지 우리는 항상 모든 것을 같이 했다.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이 4~6명이 있었고, 모두가 친했지만 이 친구와는 3년 내내 같은 반에, 학원까지 같이 다녀서 더 각별했다.

우리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비평준화 고등학교. 즉,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매우 많은 그런 고등학교였다.
그곳에서 우리가 공부로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나름 공부 좀 한다고 하고 갔지만, 잘 하는 아이들 틈에서 내신을 따고 대학을 간다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입시, 대학을 목표로 살아온 지난 고등학교 3년은 놀아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고,  매일같이 이어지는 공부를 하는 것도 힘겨웠다.

그래도 우리는 치열하게 함께 공부하며 서로를 의지했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서로의 걱정을 들어주며..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3년 동안. 매일같이. 방학에는 학원에서.

" 우리 좋은 대학에 같이 가서 또 붙어 다니자 !! "

고등학교 친구는 평생 간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대학을 와서 그 말의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건축학과라서 그나마 설계실이라는 공간에서 친구들과 조금 더 오랜 시간같이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물리적으로 같이 붙어있는 시간이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관계에는 시간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같은 공간에서 매일 같은 일상을 공유하며 14시간씩 함께한다는 것은 고등학교가 아니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공연을 본 후 친구는 내게 생일 선물이라며 두꺼운 앨범을 건넸다.
그곳에는 친구들과 찍은 3년 동안의 사진들이 들어있었다. 못생겼지만 앳된 사진들..

입학식. 첫 날.. 한자공부시켜줄까?
1학년 때 간 수련회, 방 안에서 코 팩하고.. 공부한다고 난리치다가 결국 진실게임하고.. 몰래 치킨 시켜 먹다가 걸려서 3분 만에 폭풍 흡입하고..
뮤지컬 한다고 대본 만들고 연습하고 발표하고 ..
2학년 때, 제주도. 정말 다들 재미없다는데 정말 정말 재미있게 놀았고, 용머리해안 다 올라가고 성산일출봉 달려가고..
고3 동안에는 하루 종일 교실 맨 뒤에 서서 공부하고, 야자 끝나고 전교에서 제일 늦게 나가고, 학원에서 맨날 만나고 숙제하고...

고등학교 3년 내내 친구들이 없는 추억이 없었고, 즐겁지 않았던 순간들이 없었다.

사진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렇게 같이 다녔으면서 사진이라도 좀 많이 찍을걸.. 그래도 남아있는 사진과 함께 과거를 추억할 수 있다는 것 . 그런 소중한 추억을 함께한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
그거면 충분했다.
난, 사실 너무 나쁜 친구다. 먼저 연락도 잘 하지 않고, 만나자고 하면 맨날 바쁘다고 모임에 못 나가기 일쑤다.
사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한데... 바쁘기도하고, 집순이의 본능을 떠나서 약간의 자격지심과 어색함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매일같이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어쩔 수 없이 수능을 보고 대학을 간 우리들은 모두 다른 대학에 다니고 있다. 다른 친구들은 몰라도 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대학을 왔기에 약간의 자격지심을 느끼는 것이 있다. 난 현재 대학에 굉장히 만족하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하고 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좋은 대학이 아니기에 내가 스스로 몸을 사리는 것 같다.

그리고 어색함. 고3 말, 한 친구와 틀어진 사이는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고3이기에 큰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아 계속 참고 참다가 터져버린 이후 다른 아이들까지도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아 미안했고, 그 상황을 누구 하나 나서서 중재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은 서운했다. 누구라도 귀띔이라도 해주었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내가 그렇게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그 이후에도 내가 있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 같아 일부러 계속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런데, 포토앨범을 받고 , 그 속에 있는 카드를 읽어보며 난 이 모든 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소중한 친구의 진심이 느껴졌고, 앨범 속에 있는 사진들이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이 웃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정과 추억을 훼손시키면 안 될 만큼 소중한 친구들이고 추억이었다.
내게 이런 소중한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다들 이 글을 보며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면 뜬끔없는 연락한번 해보는 것이 어떨까..

고마워 친구야.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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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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