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믿을 수 없는 "자백"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2.0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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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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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알고 있다시피 다큐멘터리 영화는 허구적으로 줄거리를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영화와는 다르게 사실을 중점적으로 기록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보기도 전에 흥미를 잃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워낭소리”, “트루맛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장르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을 성공했던 영화들 덕분에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장르는 우리와 점점 친숙해지고 있으며, 이미 이 장르만의 특유한 매력을 느껴 보았던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2016년 10월 개봉해 현재에도 상영 중인 “자백” 또한 다큐멘터리 영화로서의 힘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자백”에서 뉴스타파의 최승호 PD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말에 가서는 1970년에 있었던 많은 간첩 사건들 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화려한 효과나 음향 없이도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충격을 선사하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다큐멘터리형식을 차용해 제작한 허구적인 영화 같이 느껴질 정도로 영화 속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게 한다.




영화는 2012년 탈북한 화교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가 국정원에 간첩으로 찍혔을 때 그의 무죄에 반대 증거가 되었던 그의 여동생의 자백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지만 여동생은 그 자백이 압력과 폭력에 의한 거짓이었다고 하는데, 사건과 관련된 정확한 증거 자료와 정황들을 알기 위해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파헤치는 장면들은 여느 액션 영화 못지 않은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다큐멘터리답게 진실을 파헤치면서도 동시에 이 장르만의 힘을 똑똑하고 분명하게 이용해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 같다.





언론의 진실


많은 사람들이 2015년 개봉했던 “내부자들”의 유명한 대사를 기억할 것이다. 사실 후에 이 대사를 인용했던 사람 덕분에 더 이슈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영화 속에서 “국민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 질 겁니다.” 라고 말했던 배우 백윤식의 연기는 잊을 수가 없다. 어지럽고 말 많은 현 시국에서 정말 ‘개, 돼지’로 기억되고, 남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좋은 걸까? “자백”에서는 간첩 조작 사건을 집요하게 물어 뜯고, 비판하며 국정원의 공식 전언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기만 했던 수많은 미디어들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게 한다. 진실을 파헤쳐야 마땅할 수많은 언론을 도대체 어디까지 뭘 믿을 수 있으며, 어디까지만을 보도하는지 평생 알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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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에서 “한국은 나쁜 나라입니다”라고 했던 피해자의 말은 통렬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당시 고문과 폭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무죄’ 선고를 받지 못하고 사과 한마디 받지 못했던 김승효 씨는 아마 “자백”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평생토록 몰라도 괜찮았을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에 불과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어지럽고 불확실할 때, 믿고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등대가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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