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디지털시대 신인류는 행복할 것인가 - 2인극 ‘암스트롱의 달’

글 입력 2016.12.0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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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2인극 페스티벌
거대한 괴물 제 2부
암스트롱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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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 암스트롱의 달
단체명 : 극단Theartre201
극작 : 김민정
연출 : 이명일
출연 : 김웅희, 오재균



매일 주방용품 판매 영업을 하는 직장인 재인은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의 삶은 우리들의 삶과 다를 바 없다. 그는 자신을 옴짝달싹못하게 하는 부장님께는 늘 굽실거리지만 아버지를 비롯해 자신을 화나게 만드는 이들에게는 마음껏 분노를 표출하며 공격적으로 변한다. 그런 그의 모습을 잘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 세상 속의 블로그다. 소위 말하는 파워블로거 재인의 닉네임은 암스트롱이다. 우주의 역사를 바꾼 바로 그 암스트롱 말이다. 재인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현실 세계는 체념한 채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실현시키려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지도 모른다. 암스트롱... 내 닉네임은 무엇이었던가?

재인의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모습은 모두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사실 익명성을 위시한 극단적인 감정 표출은 이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다. 나는 디지털 시대가 주는 편리함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심히 우려한다. 어떤 불합리한 문제를 고발할 때 트위터나 각종 SNS를 사용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보복으로 인한 두려움에 선뜻 나서기 어려웠던 이들을 용기 있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정보라면? 후에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해명과 진실이 밝혀진다 해도 주홍글씨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모든 이야기들의 잘잘못, 경중을 따지고 확인할 여유도, 그럴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재인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달의 저쪽’이라는 책을 저술한 작가 정시형을 신랄하게 비난한다. 더 나아가 작가가 성추행범이라는 폭로를 하기에 이른다. 과연 재인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확신한 뒤 글을 게시한 것일까? 혹은 그것이 사실일 것이라고 믿기만 한 것이 아닐까? 이것도 아니라면 그저 한낱 오락거리로 그런 글을 게재한 것은 아닐까? 자신에게 늘 적대적이던 암스트롱에게 작가 또한 적의감을 품게 된다. 극의 절정 부분에서 드디어 그 둘은 만나게 되고 재인은 자신의 글에 떳떳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작가가 글을 쓰는 자유가 있는 것처럼 그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극은 큰 갈등의 해소 없이 결말을 마무리 짓는다. 나는 이 부분이 아쉬웠다. 재인의 처벌을 바랐기 때문이다. 그것이 물리적이든, 정신적인 차원의 것이든. 자신을 파렴치한으로 몰고 간 한 블로거를 표현의 자유라는 그늘 아래 그대로 방치해두어도 되는 것인가? 그것이 옳을 수 있을까?

최근 PD수첩에서는 문단계의 성파문 사건을 다루었다. 재인이 작가 정시형을 성추행범을 몰아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 사건을 떠올렸다.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었던 수단은 SNS였다. 하지만 일부 가해자 측은 일정 정도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글이 과장되었거나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가 어디까지를 사실로 받아들일 것인 가에 관한 것이다. 당사자가 아닌 한 우리는 사실이라고 주장되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때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요즘 각종 억측과 꽤 그럴 듯해 보이는 소문들, 그리고 그 사이의 진실들이 한데 엉켜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려내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혼란스러우면서도 답답하다. 디지털시대에 이미 많은 것들을 편승시킨 이 때, 우리는 과연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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