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국립국악관현악단] 2016 마스터피스 : 국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다

글 입력 2016.12.0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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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짜르트는 익숙하지만 김기수는 잘 모르는 우리

   국악은 어쩐지 낯설다. 중학생 때 음악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은 주로 서양음악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수행평가 중의 하나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듣고, 특정 파트가 묘사한 동물을 맞추는 것이다. 수행평가를 위해 각 파트를 여러번 들었던 기억이다. 생상스, 바흐, 헨델, 모짜르트와 같은 음악가의 이름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김기수, 김희조, 이강덕, 이성천, 백대웅, 이상규'라는 이름은 낯설 것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한국 음악사에 족적을 남긴 6인의 거장을 선정했다. 바로 앞에 열거한 그들이 그들이다. 하지만 낯설다. 낯서니 좀 더 알아보자.
 
 
 
한국음악사 6인의 거장?

  김기수는 한국창작음악이 활성화되기 전 창작음악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특히 국립국악원 개원 후 시작된 창작국악 작업을 중심에서 이끌었다. 김희조는 전문작곡가로서 국악, 양악, 군악, 뮤지컬, 무용음악, 영화음악 등 다방면에서 우수한 작품을 남긴 인물이다. 대중들이 접근하기 쉬운 음악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겸비한 작품들을 남겼으며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합주 기본 형식을 정착시켜 창작국악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이강덕은 정악에 대한 깊이있는 이론을 축적하고 민속악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국악계에 새롱누 세대를 형성한 인물이다. 이성천은 탄탄한 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이지적이고 이성적인 작곡가이다. 백대웅은 서양음악과 전통음악에 대한 깊은 연구와 이해를 기반으로, 전통음악을 양식화하고 선율구조를 분석하여 음악이론을 체계화하는데 힘썼다. 이상규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현악의 장중함과 시문학의 서정성, 세련되고 세분화된 리듬감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1977년 '석인2'를 통해 제 1회 대한민국작곡상을 수상했다. <2016 마스터피스>는 근대 국악관현악의 성장을 이끌고 역사를 만드는 데 기여한 6일의 인물의 음악세계를 새롭게 재조명한 음악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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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인의 음악 세계를 누가 재조명했을까? 이들의 음악은 각 작곡가들의 음악적 유산을 계승하고 이어나가는 제자 또는 자녀들에 의해서 무대에 올랐다. 총 6곡의 음악은 15분의 인터미션과 함께 죽 이어졌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지휘자 임재원씨는 관객들 앞에서 연주한 악보를 들었고, 그 때마다 해당 작곡가가 무대 앞으로 등장해서 지휘자와 악수를 나누고 다시 들어갔다.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함께했다. 연주 프로그램은 총 6곡으로 구성되었다. 김기수 주제의 관현시악 '죽대엽', 김희조 주제의 '합주곡 1 번 2016', 이강덕의 '환상합주곡'에 의한 대금협주곡 '죽竹의 환상幻想', 이성천 주제의 관현악을 위한 '음양의 조화', 백대웅 주제에 의한 환상곡 '이면과 공감', 이상규 주제에 의한 거문고 협주곡 '초소硝俏'. 각각의 음악은 <2016 마스터피스>의 취지에 맞게 고인이 된 6인의 음악세계를바탕으로 재챙작된 작품이다.
 


김희조 주제의 '합주곡 1번 2016'과
이상규 주제에 의한 거문고 협주곡 '초소硝俏'

2015 마스터피스 공연실황_국립극장제공 (2).jpg
 

 맨 처음 연주곡이 흐르며 극장의 양 옆 스크린에는 김려의 한시가 떠올랐다. 국문학과인 필자는 이번학기에 한문학을 듣는데, 반가웠고 연주에 있어 운치를 더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상적이었던 곡은 김희조 주제의 '합주곡 1번 2016'과 이상규 주제에 의한 거문고 협주곡 '초소硝俏'. 합주곡 1번 2016의 경우 주제를 통한 변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전통장단의 다양한 변주와 주제의 반복을 통해 이루어지는 원곡에 담긴 반복의 원리에 주목한 작품이다. 원작 고유의 멋을 살리면서도 주제를 좀 더 다양하게 변주하고 원곡 작곡 당시보다 변화된 개량 악기들의 기능을 확장했다. 작곡가 김만석은 스승을 회상하고 그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곡이 될 수 있도록 원형의 맛을 최대한 유지한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이 음악은 들을 때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었다. 송순의 면양정가가 생각났다.


구름 탄 청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 벌린 듯
옥천산 용천산 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에 올올히 펴지는 듯
넓거든 길지 말거나 푸르거든 희지 말거나
쌍룡이 뒤트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르는 듯
밤낮으로 흐르는 듯물을 따른 모래톱은 눈처럼 펼쳤거든
 
송순- 면양정가 中


  면양정가에 묘사된 것처럼, "쌍룡이 뒤트는 듯 긴 비단을 펼쳐놓은듯, 어디로 가느라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르는 듯 밤낮으로 흐르는듯," 곡조는 때로는 바쁘게 흘러갔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느리게 흘러갔다. 하지만 이내 고조되는 느낌이나, 다양한 악기를 통해 음색이 풍성해지기도했다. 마치 한 폭의 수묵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거대한 산악의 장경이 구비구비 흐르는 시내의 물과 함께 펼쳐질 것만 같았다. 그 산수화에는 내내 움츠러있다 하늘로 상승하는 금빛의 용이라도 있을 것같았다.

  이상규 주제에 의한 거문고 협주곡 '초소硝俏'는 작곡가 이상규의 '거문고 협주곡 1번'과 대금 협주곡 '내바람소리', 해금협주곡 '수나뷔', 피리협주곡 '자진한입'등에 담긴 독주악기와 함께 존재하는 이중주적 느낌의 거문고 선율들을 차용해 거문고 솔로로 녹여낸 작업이다. 작곡가 이상규의 작품에 드러나는 정악의 시김새를 이용해 관현악에 장중함을 부여하고 베이스가 아닌 주도적인 선율악기로서 거문고의 존재감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이 곡을 연주할 때에 국악관현악단 앞으로 한 거문고 연주자가 나왔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살지 않는 사람들이 없는 요즘, 거문고의 운치를 즐기는 그 시간이 귀하다 여겨졌다.
 
 
 
국악에도 오케스트라가 있다! - 국립국악관현악단

   <2016 마스터피스>는 개인적으로는 국악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연주회였다. 바이올린의 선율을 듣고 감탄하고, 첼로의 낮은 음을 통해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이번 공연은 거문고의 선율을 선사했고, 대금의 아릿한 소리를 선사했다. 한국 고유의 악기들이 모여 풍성한 화음을 연출할 때 서양 음악과는 또 다른 청각의 즐거움이 찾아왔다. 이런 즐거움을 선사한 연주단체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다. 서양음악에도 오케스트라가 있듯이 국악에도 오케스트라가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995년 국립극장의 전속 에술단체로 창단되었으며 한국 고유의 악기로 편성된 오케스트라이다. 전통음악을 현대음악으로 재창작하는 작업을하고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립으로서 품격이 있는 공연,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국립국악관현악단만의 정체성이 담긴 공연을 목표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음악을 선보인다. 과거를 거쳐 현대인 지금도 국악을 보존하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재창작하려는 노력이 빛나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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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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