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친일과 문학, 한국인으로서 생각해 봐야 할 것 [문학]

'지난 날의 죗값으로 사라지게 해야하는가' '선택할 수 있게 해야하는가'에 대하여
글 입력 2016.11.3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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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가 시끄럽다.
그것도 아주 많이 시끄럽다.
사람들은 정치와 경제 같은 주제를 꺼내는데 무심하고 기피했던 지난 날을 반성하듯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에 혹은 같은 의견에 동조하는데 적극적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나는 너무 서글프다.

오늘은 어김없이 통학으로 아침을 보내던 중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는데 한 커뮤니티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꾸준히 논란이 되었던 국정 역사 교과서가 다시 수면에 떠오르자 기존에 친일 문학인을 그대로 싣는게 맞는가 아닌가에 대한 찬반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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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최남선, 이인직, 이관수, 주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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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체시, 신소설, 현대시, 자유소설 관련 자료>


댓글을 달기에 앞서 게시된 글에는 우리가 그동안 교과서에서 한번씩은 읽었던, 수능을 치룬 대한민국 고3이라면 마주했을 문학인들과 그들의 작품 리스트가 있었다.
이광수의 '무정'은 물론이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서정주의 '귀촉도', '자화상' 등. 언어를 열심히 공부했던 나에게 그 리스트에 있는 작품은 한번씩은 다봤던 작품이었다.


이 토론은 옵션이 3가지였다.

1.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작품을 싣는다는 것은 친일행위를 옹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에 수록되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작품은 작가와 한 몸이라는 전제를 갖고있다)
2. 친일 행적은 사실이나, 그들의 작품이 예술사적으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으므로 친일 성향과는 무관한 작품들을 수록하는 것은 괜찮다. 다만, 그들의 친일행적에 대해서는 작가 약력에 소개를 한다. (작품과 작가를 별개로 봄)
3. 기타 의견 Ex:친일 예술가 파트를 분리하여 무관한 작품과 친일성향 작품까지 (비판적으로) 함께 소개해야 한다.


100명 넘는 사람들이 이 토론에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어느한 곳에 의견이 몰린 것이 아니라 신기하게도 골고루 표를 던졌다.

1을 고른 사람은 더이상 이런 친일파들에게 용서는 없다는 것이었고
2를 고른 사람들은 친일행적이 있다면 이를 알리고 이런 굵직한 작품들은 대중에게 보여주면서 보는 사람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을 거 같다는 의견이었다.
3 역시 아예 모두 공개하는 것도 참신한 방법이라는 의견이 오갔다.


나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작품만큼이나 작가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하고 나름 작가의 개인사도 알고 싶어했다. 그래서 이들이 어떤 과정에서 변절 했고 독립이 된 후에는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몇명을 알고있다. 자신을 부끄러움을 인정하기보다 핑계를 댔던 사람, 이미 늦었지만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는 사람....
훗날 이 이야기를 듣고나서 아무 것도 모를때보다 다시 본 작품이 더 깊게 혹은 새롭게 다가온 건 그냥 내 느낌이 아니었을거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더 더양한 폭으로 문학을 볼 수 있게끔 작품들을 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긴 역사속에서 일제치하는 너무 슬프고 암흑같은 시간이지만 어찌되었든 우리가 견뎌낸 역사의 일부이다. 이들에 대한 단죄는 조용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아니라 사람들이 그들의 작품을 읽고 실망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괴로운 형벌이 아닐까 생각된다.


[권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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