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문화전반]

'스마트'한 시대의 역설 니콜라스 카,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글 입력 2016.11.2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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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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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7년, 한 책에서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이 예찬받은지 370여년 후, 이제 이곳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여기, 우리가 숨쉬는 세상은 역설적이게도 '스마트한' 세상이다. 


“요즘 애들은 긴 글을 못 읽어” 
 
 전공수업 시간, 첫 레포트를 받아보신 교수님께선 우리를 탐탁지 않게 여기셨다. 레포트 주제로 준 논문을 제대로 읽어 낸 사람이 손에 꼽는다는 것이었다. 그 뒤에도 몇 번의 레포트 과제가 더 있었지만 교수님의 반응은 늘 같았다. 금방이라도 끓어 넘칠 것 같은 얼굴로 우리의 머리를 탓하셨다. 그럴때면 '아니, 우리 머리가 아니라 논문 자체가 너무 난해하다니깐요'라며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다, 언제쯤이었을까, 나의 머리가 변하고 있다는 걸, 긴 글 읽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내 머리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과제논문을 읽는 게 아닌 구글을 검색하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분명 읽으려 했는데, 몇 장 넘어가지도 못하고 여기저기서 요약문을 긁어 오고 있었다. 
 많은 수강생들 중 누구도 교수님을 만족시키지 못했던 걸 보면 머리가 변하고 있는 사람은 다행히 필자뿐만이 아닌가 보다. 분량이 길거나 전문성있는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요즘 사람들에게 흔한 일이지만, 단순히 사람들이 '멍청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청림출판) 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손바닥만한 모바일 기기로 세상의 모든 정보들을 섭렵할 수 있는 이 '스마트'한 시대가 만든 변화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변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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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지금껏 수많은 도구를 발명해왔다. 도구는 이용'되는' 것이기에 그것들이 인간의 뇌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의 저자는 도구와 인간 사이에 일어났던 상호작용에 집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뇌는 외부 자극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 즉, 가소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가는 사용자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고 뇌에 자극을 가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선형적, 문학적 사고 방식을 만들어 내 르네상스를, 계몽주의를, 산업혁명을 이끌어냈다. 어떤 도구가 있기 전과 있은 후의 인간은 질적으로 다르게 된 것이며 이는 역사를 바꾼 원동력이었다
 

"맥루한은 '기술의 영향력은 의견이나 개념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히려 이 영향력은 '인식의 방식을 꾸준히 아무런 저항 없이' 바꾸어 놓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도구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탄생시킨다. 지금 우리의 '새로운 도구'란 정보 미디어다. 저자는 이 도구가 갖는 특별함 때문에 지금이 중요한 전환점이라 말한다. 이전의 역사를 지배한 인간의 문자적 사고방식이 인터넷과 같은 전자미디어에 의해 완전히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뇌는 인터넷 상의 검색, 선택, 스캐닝과 같은 일들에 적합하도록 재구성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자극에도 능숙하게 대처하고 멀티태스킹 능력도 향상되었다. 반면 인터넷상의 링크와 마주칠 때마다 활성화되는 전전두엽 피질은 과도한 업무탓인지 때때로 사람의 이해력을 저하시킨다. 디지털 기기들에게 "기억 아웃소싱"을 맡기게 되면서 정작 우리는 디지털 치매를 겪거나 깊은 통찰과 분석이 필요한 업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 기기들이 생각의 주체가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 변화가 두려울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도 인쇄술이 발달하자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인간은 그 기술에 적절하게 적응했으며, 찬란한 문화를 일궈냈다. 변화로 얻어질 것과 버려질 것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새로운 도구의 등장으로 이전엔 상상할 수 없던 편익이 보장될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중요한 것은 변화함으로써 버려지는 것, 얻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채는 일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우리가 적응할 것이란 사실이다. 


[이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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