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낯설지 않아, 이 장면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1.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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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낯설지 않아, 이 장면 [시각예술]

 
  2016년 11월 16일, 전 세계를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바로 영화 ‘해리포터’'시리즈의 스핀오프작이자 원작 작가 J.K. 롤링의 시나리오 작가 데뷔작인 ‘신비한 동물사전’이다. 마법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법 동물학자 ‘뉴트 스캐맨더’가 신비한 동물을 찾아 나선 뉴욕에서의 여정을 그린 영화는1926년대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이로써, 개봉 당일 극장으로 달려가 영화를 관람하였다. 오랜만에 듣는 친숙한 해리포터의 오프닝 음악을 시작으로 덤블도어, 머글, 호그와트 등의 익숙한 단어들이 들리자 너무나도 반가웠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판타지 감수성이 활짝 열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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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평탄한 느낌이었고, 강력한 한 방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어린 시절 함께했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대학 진학 후 하고 싶은 리스트에 늘 빠지지 않고 있었던 ‘해리포터 시리즈 다시보기’를 이제서야 실행에 옮겨보기로 했다. 배우들의 어린 시절을 오랜만에 보니 굉장히 감회가 남달랐고, ‘마법사의 돌(2001)’을 시작으로 ‘비밀의 방(2002)’, ‘아즈카반의 죄수(2004)’, ‘불의 잔(2005)'까지 차례대로 한 편씩 감상해나가다보니 어제는 ‘불사조 기사단(2007)’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사실 이 작품(불사조 기사단)은 어린 시절 컴퓨터로 보다가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그만둔 작품이었는데, 짧지만 그 때의 감상 당시를 떠올려 보면, 분홍색 투피스를 갖춰 입은 아주머니(엄브릿지 교수)가 아주 얄미웠다는 것만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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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브릿지 교수에 대한 어제의 감상은 예전과 비슷하긴 했지만 무언가 좀 더 더해져, 얄미움을 넘어선  불편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 불편함의 이유는 곧 찾을 수 있었는데,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했던가, 그녀가 휘두르는 모든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너무나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부, 언론, 사회 권력층 등의  비민주적이고 시대역행적인 사고와 행동들이 영화 속 엄브릿지 교수를 보는 내내 중첩되어 마음을 복잡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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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中 '돌로레스 엄브릿지'  


# 통제와 복종

엄브릿지 교수는 해리포터 세계 속 정부(政府)인 마법부에서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파견한 교수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실제 마법행위는 가르치지 않고 오히려 금지시키며, 오직 시험통과만을 위한 ‘이론’만을 가르친다. 이에 대한 학생의 반발에는 가혹한 체벌로 응한다. 호그와트 기존규정에 어긋나는 체벌로 인한 항의가 빗발치자, 그녀는 마법부와 이야기하여 교수에서 장학사로 승격되어, 자신의 원하는 바를 실행시켜 나간다. 나중에는 호그와트의 교장자리까지 꿰차며, 무수한 통제의 규율들을 만들어내며 대화는 용납하지 않은 채로 복종만을 강요한다.  낯설지 않다.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은 정부가 그 힘으로 국민을 누른다. 위안부 합의, 국정화 교과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여러가지 국가의 중대한 사안들이 국민들의 동의도, 심지어 국회의 동의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의문제기나 반박은 통제되었다. 껍데기만 민주주의 국가인 채, 소통이 단절된 오로지 복종만을 강요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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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권력을 휘두르며 기존의 질서를 흔들고 복종을 강요한다.


# 조작과 이간질

  해리는 인간세계에서 마법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율을 어겨 마법부 재판에 호송되었다. 해리가 마법을 사용한 이유는 '디멘터'라는 생명을 위협하는 어둠의 존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었는데도, 엄브릿지를 비롯한 마법부의 몇몇 수뇌부들은 그저 해리를 위법자로 몰아가기 위해, 앞 뒤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법을 사용한 행위자체에만 중점을 두어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배심원들의 다수결의 원칙으로 판결이 나는 마법부의 규율에 따라 해리는 무죄가 되었지만, 그를 재판에 호송하게 만든 이 사건은 사실 엄브릿지 일당이 그들의 눈에 아니꼬운 해리를 곤경에 처하기 위해 조작한 일이었다.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중상모략도 가리지 않고 사건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도 유사하게 찾아 볼 수 있었는데,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비롯해, 정부의 각종 조작 의심 사건들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또한 엄브릿지 교수는 수업에서 금지된 실전 마법을 직접 가르쳐주는 해리 무리의 학생모임을 새로운 규칙을 통해 제지하고, 이 모임을 감시하는 조사반 학생들을 모집해 특별점수를 딸 수 있게 한다. 교장으로써 학생들을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관심을 두기 보다는, 위기가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서로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학생들 사이를 이간질 한다. 인터넷에 소위 ‘댓글 알바’를 풀어 사건들에 대한 정확한 사리판단을 흐리게 하며 여론을 몰아가고, 이름만 멀쩡한 무조건적 정부 옹호 단체를 뒤에서 지원하는 등 국민들의 화합을 이간질 시키는, 낯설지 않은 상황들이 대한민국 사회 속에서도 존재하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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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언론

 해리포터 세계 속의 언론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영화 속에서 그들이 보는 신문은 제대로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그저 들리는 대로 보이는 대로의 이야기만을 전달해주는 듯 했다. ‘예언자 일보’ 속의 거짓 기사로 인해, 호그와트 학생들은 해리를 의심하고 그에게서 등을 돌린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이들은 신문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기로 한다. 한국의 많은 언론들 역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특히 공중파 방송의 경우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전달하며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한 대가로, 최근 촛불집회의 현장에서는 촬영거부까지 당하고 있다. 각각의 이데올로기와 힘에 갇혀, 유리한 쪽으로만 정보 전달을 해대고 그 결과는 책임지지 않는 언론의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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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中 '예언자 일보'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상상 속의 판타지라 할지라도 그 속에는 현실이 묻어나 있다. 그저 재밌게 보고, 극적 재미를 위해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지나갈 수 있는 부분임에도, 현 시국에서 영화를 보게 되니, 하나하나에 감정이입이 되어 편히 볼 수가 없었다. 영화 속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궁금하여 인터넷에 찾아본 결과에 의하면 엄브릿지는 결국 볼드모트의 죽음 이후 이제껏 행했던 죄들을 처벌받고 감옥 아즈카반에서 종신형에 처해진다고 한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평가는 역사 속에서 치러진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금의 권력도, 앞으로의 권력도 그 힘의 기원에 대해 생각하고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현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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