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부터 뱃속까지 울리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 [시각예술]

공복으로 보면 안 되는 맛있는 셰프의 이야기
글 입력 2016.11.2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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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공복으로 이 영화를 보지 마라. 영화의 예고편부터 온갖 리뷰들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소개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인 셰프(아메리칸 셰프)와 그에 대한 이야기다. 셰프 칼 안에 있는 그의 마음 속 소리와 그의 밖을 둘러싼 이야기들.


시놉시스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 칼 캐스퍼는 레스토랑 오너에게 메뉴 결정권을 뺏긴 후 유명음식평론가의 혹평을 받자 홧김에 트위터로 욕설을 보낸다. 이들의 썰전은 온라인 핫이슈로 등극하고 칼은 레스토랑을 그만두기에 이른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는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에 도전, 그 동안 소원했던 아들과 미국 전역을 일주하던 중 문제의 평론가가 푸드트럭에 다시 찾아오는데… 과연 칼은 셰프로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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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이 레스토랑을 나와 푸드 트럭을 하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를 달고 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용기를 보게 되고 그것은 제 3자까지도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사실 안 좋은 사건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레스토랑의 최고 셰프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칼의 그 용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요리’를 할 때 환히 빛이 나는 그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들뜬 모습으로 그의 요리가 되어 줄 재료들을 만나고, 아들에게 ‘나는 이 일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요리를 할 때에는 온 신경을 집중한다. 셰프로서 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요리를 할 때의 그의 태도와, 그의 요리를 만나는 고객의 태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이 영화는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문제와 어려움들까지도 보여준다. 아들 퍼시가 트럭을 치우며 음식물쓰레기에 손대기 싫다고 말했을 때 칼은 '이게 주방에서 하는 일이야'라고 말한다. 그 말은 주방에서 하는 일이 우리가 매체에서 접하는 요리의 단계만 있는 것이 아님을 새삼스레 깨닫게 한다. 우리는 모든 직업이 화려하고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추상적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면에 가려진 힘든 일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하는데, 그러한 우리에게 구체적인 예시를 영화의 한 씬으로 보여줌으로서 추상적 이해를 직접적으로 도와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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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초반의 칼과 아들 퍼시의 모습은 ‘친구같은 부자사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칼은 퍼시와 함께 무언가 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으며, 애정을 표현하는 일에도 익숙하지 않다. 칼이 정성껏 간식을 만들어주는 것은 그의 입장에서 퍼시를 향한 가장 진한 애정표현이다. 그는 늘 바쁘고 퍼시는 그런 칼을 기다리며 사소하지만 많은 상처를 받아왔다. 퍼시가 칼과 함께 푸드 트럭으로 미국 곳곳을 다니게 되면서 둘은 부자사이이지만 어색하던 친구사이가 친해지는 것처럼 천천히 같은 정서를 공유하며 친해지게 된다. 칼도 퍼시와 지내며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말하지 않아요 알아요’라고 했던가, 항상 말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완벽한 애정표현은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영화 후반의 칼의 인생은 초반과 확연히 달라져있으며 그의 삶 속에는 아들이라는 존재가 더욱 넓게 퍼지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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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영화에서 바라본 퍼시는 영리하고 성숙한 것 같다. 실망한 일이 있어도 칼이 신경쓰지 않게 하려고 괜찮은 척 하는 모습, 솔직히 그 모습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떤 면에서는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을텐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퍼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의 생산적 취미활동을 잘 보여준다. 지금은 어떻게 보면 흔한 일이지만 ‘하루1초동영상’을 만드는 모습이나 SNS를 이용해서 푸드트럭 홍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최근의 정보사회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는데 그 사실을 퍼시를 통해서도 볼 수 있었다.

  ‘아메리칸 셰프’는 SNS 때문에 일어난 사건으로 이야기 전개를 멀리까지 잘 시킨 영화이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패밀리 드라마와 아메리칸 드림을 특유의 색깔과 - 약간 바랜 듯 한 노란색과 쿠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재치 있는 인물들의 등장으로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나갔다. SNS로 인해 발생했던 문제를 SNS로 풀어나가고 다시 회복했다는 사실도 참신하고 그러면서도 한 개인을 성장시킨 과정 또한 흥미롭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음식냄새가 풍겨올 것 같은 음식들을 훌륭하게 화면에 담아내 눈이 즐겁고, 인물들의 변화와 그들의 이야기로 마음이 즐거운 영화다. 다만 지금껏 이 영화를 보아온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정말이지 공복에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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