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리랑 별곡” 농악과 발레의 만남 [공연예술]

글 입력 2016.11.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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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악과 발레 얼핏 들어보아도 어울리기 힘든 조합이다. 농악이라고 하면 자유분방하고 흥으로 가득한 공연인 반면에 발레는 우아하고 쉽게 즐기기엔 조금은 어려워 보이는 공연이다. 마치 푸근한 시골 총각과 깍쟁이 도시 처녀가 만나는 느낌이다. 공연 레퍼토리를 처음 봤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조합이어서 얼마나 서로를 잘 융합시킬까? 라는 생각보다는 장구소리에 춤추는 발레는 어떤 모습일까? 라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 공연을 보기 전에 기대를 많이 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진정한 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이나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이미 발레 심청이나 왕자 호동 같은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간 창작 공연을 많이 해왔다. 동양과 서양의 조합이라고 말하지만 음악은 여전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이루어졌고 한복을 입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일반 클래식 발레공연과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서울발레시어터와 연희단팔산대가 함께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1995년에 출범한 순수 민간 직업발레단이고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연희단팔산대는 60-70년대 유랑하면서 예능을 펼치던 마지막 유랑단체 여성농악단을 복원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단원들이 모두 여성들이고 소리와 춤, 풍물을 겸하는 종합 예능을 지향한다.
 공연은 총 여덟 작품으로 꾸며졌다. 발레단과 팔산대가 함께한 문굿, 아리랑별곡, 당산벌림과 서울발레시어터의 Hope(각설이타령)과 도시의 불빛 그리고 연희단팔산대의 장한몽, 판굿 그리고 채상소고춤이 무대에 올랐다.
 
이 여덟 작품 중에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아리랑별곡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랑별곡은 농악과 발레의 만남에 표제가 된 초연 작품이고 정선아리랑의 곡을 중심으로 아우라지에서 마포나루까지 소나무를 엮은 뗏목을 탄 떼꾼들의 여정을 표현했다.
이 작품은 내가 본 어떠한 발레 공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고 무한한 감동을 선사했다. 내가 기대했던 그 이상의 무대였다. 먼저 음악부터가 신선했다. 태평소, 장구와 북 그리고 피아노가 함께 선율을 만들어 갔다. 피아노와 장구가 함께 무대에 올랐을 때 마치 피자에 된장을 얹어 먹는 것처럼 큰 이질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웠다. 또한 그 둘의 소리가 발레와 너무 잘 어울렸다. 태평소와 장구 소리가 발레와 자칫 엇박자가 날 것처럼 보였지만 그 위에 피아노 소리가 얹어짐으로써 발레와 국악의 조화를 이끌었다. 또한 이 선율에 판소리가 들어감으로써 작품에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입혀졌다. 전혀 다른 장르였던 소리와 춤이 만나 함께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예술의 한계는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랑 별곡이 피아노 선율과 판소리와 함께 했다면 당산벌림은 농악과 발레만으로 꾸며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서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이른바 댄스 배틀과 비슷하다. 발레는 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회전하는 푸에테를 선보였고 농악은 공중으로 뛰면서 회전하는 자반뒤집기를 선보였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점은 농악 소리외에 어떤 악기의 연주도 없었다. 오로지 장구와 북 꽹과리 그리고 징의 소리로만 이루어졌고 그 소리와 함께 발레 춤사위가 이어졌다. 순수한 농악 소리와 발레는 예상외로 너무 잘 어울렸다. 농악 소리에 맞춰 푸에테를 도는 발레리나는 신명나 보였고 그랑줴떼(점프)를 선보이는 발레리노 역시 흥으로 가득 차있었다. 이 작품을 보면서 발레단 단원들과 팔산대가 서로 작품을 만들면서 얼마나 즐거워했을지 눈에 선하게 보였다. 덕분에 모든 관객들이 한껏 흥에 취한 채로 공연은 막을 내렸다.
 
농악과 발레가 만난 아리랑별곡은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대표목록 등재 2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공연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회성 공연만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작품을 꾸준히 손보고 더 발전시켜 나가는 정기공연이 되면 좋을 것 같다. 농악과 발레가 함께 만나도 서로 너무나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더 나아가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게끔 발전하는 새로운 장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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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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