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달 저편의 삶과, "암스트롱의 달"

글 입력 2016.11.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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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

극단 Theatre 201
<암스트롱의 달>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지만 개똥밭에 구르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 어떻게 살아가고는 있다지만 자기 인생에 꽃길만 놓이길 바라는 마음이야 누구나 마찬가지일 터이다. 그러나 대다수 인생은 구차하다. 빛나는 인생 아름다운 인생도 물론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살아가기가 왜 이리들 힘들어 보이는지. 극 <암스트롱의 달> 속 작가는 이를 달의 저편과 이쪽으로 비유해 설명한다.

우리가 보는 빛나는 달은 평면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구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빛을 받지 않는 쪽, 어두운 ‘달의 저편’이 존재한다. 그리고 작가는 밝게 빛나는 쪽이 아닌 달의 저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때문에 작가는 ‘암스트롱’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작품을 폄하하는 블로거에게 분노한다.

암스트롱, 인류의 역사를 바꾼 이름, 위대한 인물, 그는 명실상부 달의 밝은 쪽에 있는 사람이다. 잘 안 팔리는 작가 정시화는 암스트롱을 자신과 아예 종이 다른 인물로 생각한다. 어쩌면 그래서 작가는 더욱 ‘암스트롱’에게 분노했을 것이다. 암스트롱의 달은 작가의 달과 다르기 때문이다. 분노한 작가는 줄창 ‘암스트롱’이 자신의 작품을 읽어보지도 않았을 거라 단정한다. 그의 분노의 이유가 되는 ‘작품을 읽지도 않았으면서 폄하한다’는 결국 ‘달의 저편에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달의 저편을 이야기 한다’는 말과 상통한다.

그러나 뜻밖에 블로거 ‘암스트롱’은 어둡고 비참하고 아프고 슬픈 그 달의 저편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세일즈맨이고, 퇴근 후 부장의 전화에, 막무가내 고객의 전화에, 단 한 번도 경제적 도움을 준 적 없는 아버지에게 시달리는 사람이다. 그가 정시화의 작품을 욕한 것은 사실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던 화분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홧김에 그랬다는 지극히 사소한 그 이유가 소시민 암스트롱에게는 너무 잘 어울린다.

그러니 연극 <암스트롱의 달>은 반어적이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잡을 수 없는 달처럼, 도무지 닿을 수 없는 달의 앞쪽의 삶을 제목으로 걸어두고 두 개의 시시한 삶을 보여준다. 60분 남짓한 러닝타임 안에 펼쳐지는 두 개의 사소한 삶은 적절한 무게를 갖추고 있다. 거기서 보여주는 삶은 무겁지도 과장되지도 않았으며 때문에 그것은 리얼리즘이라고도 부를 만 하다.

<암스트롱의 달>에는 전혀 자극적이거나 흥분될 만한 요소가 없다. 같이 극을 관람한 동행은 그렇기에 자칫 지루할 뻔도 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암스트롱의 달>은 우리네 인생을 더욱 닮아 있다. 중간 중간의 소소한 웃음으로 극 중간 중간의 무료함을 이겨내듯, 가끔 생기는 즐거움이 인생을 살아가게 하니까 말이다. 또한 어차피 살아가는 삶은 각자의 것인데, 미워했던 블로거에게 밥 한 끼 먹여 보내는 작가처럼, 무시하던 작가에게라도 칼 한 자루 팔아보려 애쓰는 세일즈맨처럼, 두 다른 타인의 삶에 접점이 생길 때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다. 다른 사람과 내 것이 아닌 각자의 달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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