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만히 있으면 안돼, 움직여라."

제16회 2인극 페스티벌, 그렇게 산을 넘는다.
글 입력 2016.11.2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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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산을 넘는다

제 16회 2인극 페스티벌
극단 신작로 감동 프로젝트
 


 

  45분 짧은 러닝타임. 첫 시작 임팩트는 강렬했다. 엉망으로 부서져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구들(극에선 암벽으로 표현 된 듯하다.)에 매달린 두 남자. 그 중 젊은 남자가 중년 남자에게 “그러게 오기 싫다고 했지!” “손에 힘이 풀리고 있어!” “미끄러지고 있어!”라 외치고 “아래를 보지 마!” “가만히 있으면 안 돼!”를 중년 남성이 또 반복한다. 이렇게 급박한 상황임에도 아들은 넌지시 아빠를 놀리는 등 소소한 해학들이 관객을 또 웃게 만들었다. 하지만, 연극이 세월호에 영감을 받아,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사전에 알고 있던 나는 얼마나 철렁 했는지 모른다. 시작부터 갑작스럽게 진행된 이야기에 ‘에구머니! 벌써?’싶어 다들 웃는데 코훌쩍이가 될 뻔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 이외 다른 사람도 불길함을 느꼈을 것이다. 즐거움이 가득하던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들의 질문은 누가 들어도 문맥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죽으면 어디로 갈까?’ ‘나 얼만큼 사랑해? - 얼만큼. -얼만큼? -얼만큼.’ 특히 라면 먹은 후 기울어진 문짝에 누워 <아름다운 세상>을 부를 때가 제일 아렸다. “문득 외롭다 느낄 때 하늘을 봐요, 같은 하늘 아래 있어요,우린 하나예요~(중략)~” 어린 아이한테 얼마든지 세상이 깨끗하다, 아름다울 수 있다 다독여 주지 못하는 상황이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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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산을 넘는다.>를 이야기 할 때 세트와 소품을 꼭 말 하고팠다. 극도의 심플함을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갔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설치가 있었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위태로웠고 사전지식 탓인지 언뜻 부서진 선박 같다는 인상도 주었다. 최고의 소품은 단연 물병 날개였다. 아버지는 목마르다는 아들의 외침에 비뚤고 높은 위치로 자리를 옮겨 그 허술한 페트병 날개를 몇 번이나 퍼덕인다. 바로 앞에 조명이 있으니 그 날개는 사정없이 빛 날 수밖에 없지만, 그 화려한 빛을 가벼운 환상으로 여기고 싶지 않았다. 조명이 꺼지면 결국 분리수거 될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희망이라 여기고 싶다. 


세월호 사건이 충격적 이였던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 힘없는 평범한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갔다는 것이 제일 견디기 힘들다. “말을 많이 하면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질 못해.” “몸이 왼쪽으로 기울어지면 바로 오른쪽으로 중심을 옮겨. 반대도 마찬가지야.” “이성으로 판단해!” 환상 속 이야기였든 과거의 이야기였든 아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대비 해 열심히 배웠건만 결국 막상 상황이 닥치자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이전까지 일구고 가꾸었던 모든 것이 헛것이 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허탈한 상황에 놓인점이 또 둘이 비슷하다.

건우는 어릴 적 개미를 모아 죽인 이야기를 한다. 아이가 열심히 자기의 큰 죄를 꼽아도 개미를 모아죽인 이야기를 가져올 뿐이다. 이 이야기는 개미에 죽은 학생들을 투영한 것일 수도 있고, 아이의 죄 없는 순수함을 나타내는 것 일수도 있다. 나는 거기에 덧붙여 사건을 외면하는 방관자들이 이 대목에 불편함을 느껴 주었으면 한다. 억울한 피해를 알리기 위해 시위하는 자들을 향해 “그만 좀!”하고 외치는 당신, 만약 당신에게 미래에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한 일이 일어났을 때 함께 목소리를 내고 싸워주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면 어떨 것 같은가? 지금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과연 용서 받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걸까? 아니, ‘아버지도 어릴 적 그랬다-’ 라는 대사처럼 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였다. 난 이 대목이 무조건 질려하는 방관자들에게 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경각시켜 주고 있다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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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잃은 자식은 “고아”라고 칭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는 너무 슬퍼 칭할 수 있는 말조차 없다- 는 말이 있다. 자식의 입장 밖에 취할 수 없는 나는 그 슬픔을 전부 이해 할 수는 없지만, 극단 신작로 프로젝트는 그 슬픔을 부모에게 있어 자식이란 스스로의 일부분이고 그 자아를 잃은 것에 대해 허상과의 공존, 부재라고 표현 한 것이 상당히 새로웠다. 어쩌면 미리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고 봤다면 더 다양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했다만 홀 안에 계속 울렸던 그 말이 아름다워 충분히 아쉬움을 해소 시킬 수 있었다. 



부자가 바뀌며 우리에게 외쳤던 말. 
“가만히 있으면 안 돼, 가만히 있으면 죽어. 움직여!”



[김경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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