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전 문학, 비판적 소비가 필요한 시점 [문학]

악순환의 재생산, 고전 문학. 비판적 소비가 필요하다.
글 입력 2016.11.2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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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오피니언은 이화여대 석사학위 논문 박영매,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나타난 고전 여성작가 작품 고찰 : 성역할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에 영향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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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문학은 과거에 국한되지 않고, 교육부터 새로운 문화 콘텐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현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전 문학은 오랜 시간 읽힌 만큼 친숙하고, 조상들의 삶, 전통을 담고 있어 그 의미도 뚜렷할 뿐더러 대중의 흥미를 끌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이유로 고전 문학은 현대문학을 넘어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고전 문학이 현대에 이르러서 이렇듯 중요한 요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전 문학이 가지고 있는 유교적 윤리를 비롯한 편협한 시선과 한계점에 대한 반성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편향된 성역할과 성차별적 요소가 그러하다. 이는 끊임없이 고정된 성역할을 기대하는 사회구조를 재생산할 우려가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이 고전 문학이 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쓰인다는 점이다. 학교 교육과정은 학생을 사회화시키는데 필요한 전부다. 학생들은 학교 교육과정에 따라 사회규범과 가치를 부여받고 사회의 일원이 된다. 그런데 그러한 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편향된 성역할을 내포하는 고전문학을 다룬다는 것은 문제가 되는 사회구조를 교육이 재생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학교 교육은 왜곡된 성역할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전 문학의 비판적 소비가 필요하다. 고전 문학을 폐기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고전 문학에 나타난 고정적 성역할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도 어느 집에서는 어린 아이가 여성의 신분 상승 수단은 결혼뿐인 것처럼 그려진 고전 소설을 읽고 있을 것이다. 과연 이러한 순환이 악순환이 아니라 말할 수 있겠는가? 춘향을 보고 열녀, 지조를 지킨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잠재적 성역할을 요구하는 고전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 그대로 두어도 정말 괜찮은가? 예시는 도처에 널려있다. 우리가 흔히 교과서와 필독서로 접했던 ‘바리데기’ 역시 마찬가지다. 바리데기는 유교적 윤리를 바탕으로 한 편협한 성역할, 성차별적 편견이 많이 부여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적 여성이라 불리며 효녀의 표본으로 삼아지는 오류가 범해져 오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고전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오늘이 설화’라는 제주도 설화가 있다. 오늘이 설화의 오늘이는 상대적으로 고정된 성역할에서 벗어나 있으며, 진정한 주체적 여성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는 그간 줄곧 제시되어 왔던 고전 문학의 문제점, 성평등 인식 부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주체적 여성이 그려진 설화가 왜 학교 교육에서 지금까지 배제되어 왔는지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오랜 유교 문화의 전통 아래에서 ‘한’과 ‘효’, ‘정조’ 등에 젖은 ‘여성상’의 추구는 한국 여성들에게는 필수라는 이름의 강요였다. 이러한 강요는 문학 작품에서 잠재적 성역할 행동을 그려내고, 문학 작품은 또 다시 강요를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이러한 악순환은 현대에 이르러 여전히 문제시되지 않은 채 확산되어 왔다. 그러나 ‘여성상’이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의 주체적 사고를 가로 막고 선 장애물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성평등이 현대에 이르러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교 교육과정이나 현대적 변용으로 만들어진 문화 콘텐츠 내에서 고착화되는 여성 성역할의 왜곡은 매우 문제가 크다. 따라서 고전 문학에 나타난 여성의 성역할은 현대문학, 학교 교육과정, 문화 콘텐츠,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서의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전범으로 새로운 성역할 규명에 책임이 있다. 이제는 단순한 수용을 넘어선 비판적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전 문학의 소비는 수많은 여성들이 말하고 있는 여성의 주체적 사고와 행동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비판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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