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 1편 - 예술의 정체와 대하는 방법 [예술철학]

글 입력 2016.11.2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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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과 첫 만남

 남성성이 득실거리는 환경인 군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로맨스를 경험하기 위해서 집어 들었던 책이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기 때문일까. 한 번의 독서로 이해하기 힘든 문장들이 즐비한 책을 저술한 그의 창작물을 읽는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사랑에 관련된 책이 아닌 예술에 대해서 알랭 드 보통만의 감성이 저술된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은 그런 이유로 하나의 로맨스 소설처럼 느껴진다. 


알랭드 보통ㅇ.jpg


 
간략한 책과 저자 소개

 알랭 드 보통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인정되고 있는 스위스 출신의 영국 작가이다. 그는 1993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로 데뷔하여 2016년에는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으로 한국 대중에게 다가온 사람이다. 알랭 드 보통은 특유의 문체를 통해서 대중과 자신의 철학적 사고를 향유하는 방법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다룰 책인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역시 이러한 글쓰기로 쓰인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은 총 5부로 구성돼있다. 알랭 드 보통은 1부에서 방법론을 통해서 예술의 정체를 소개하고, 2~5부에서 사랑, 자연, 돈, 정치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예술에 대해서 그의 생각을 역설한다. 1부를 이해하지 못하고 2~5부로 넘어가는 일은 권유하고 싶지 않다. 모든 사람이 예술에 대해서 전문가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생각을 1편과 2편으로 나눠서 서술하고자 한다.

 이 책의 표지를 넘기면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이 등장한다.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으로 이 책의 저술방향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답한다. 인간과 예술과의 만남이 항상 기대한 바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을 ‘예술을 위한 예술’로 만든 예술계의 잘못이며, 예술을 인간의 타고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 이해할 때 예술은 인간의 심리적 취약점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된다고 말한다. 
 
 예술이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는 도구라는 본인의 말을 설명하기 위해서 알랭 드 보통은 140여 점의 예술작품을 선보이며 예술을 즐기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처음 보는 예술작품부터 시작해서 익숙한 예술작품까지 사진이 담겨있는데, 그는 작품의 배경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작품 자체에 집중하여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전해준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1편 : 예술의 일곱 가지 기능

 이 책은 예술이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이라는 일곱 가지 인간의 취약점과 연관될 때 도구로서의 목적과 가치를 지니게 되고 인간에게 일곱 가지 방면의 보조수단이 된다고 강조한다. 책의 부분 중 희망과 감상 부분을 소개하고 싶다.
 

‘우리는 이상적 이미지를 일반적인 현실의 잘못된 묘사로 간주하지 않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삶이 우리의 욕망에 얼마나 박한지 잘 알기 때문에, 부분적이지만 아름다운 광경은 우리에게 한층 소중할 수 있다. 에든버러에 위치한 왕립의사협회 건물의 신고전주의적 정면으로 돌아가, 우리는 자신이 무지몽매한 대중에게 유포되는 속임수와 은밀히 결탁한다고 두려워하지 말고 전문적인 예법과 기술을 보여주는 이미지로서 그것을 향유하도록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상징하는 이상은 진실로 고상하다. 우리는 그 이상적 표현을 의뢰한 집단의 어리석음과 불완전한 동기를 완벽히 꿰뚫어 보면서도 그 이상을 사랑할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中

 
 정의롭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기에 정의를 외치며, 아름답지 못한 세상이기 때문에 이상화된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그는 희망의 부분에서는 세상이 따뜻한 곳이라면 인간이 예쁜 예술작품에 이렇게까지 감동하지 않을 테고, 그런 작품이 그리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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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1889) >


 학교와 독서실에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보내던 수험생 시절 나는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몰랐다. 우연한 기회로 예술의 전당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작품을 접했고, 그 작품 앞에서 30분 넘게 서 있었다. 그의 작품 앞에서 시간의 흐름은 무의미했다. 그렇게 밤하늘이라는 이상을 접했다. 당시 피폐했던 정신은 이 작품으로 인해서 치유됐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이상적 이미지의 치유가 이런 것일까.


이렇게 예술에는 파악하기 어려운 일상의 진정한 가치에 경의를 표하는 힘이 있다 이 작품은 주어진 상황(항상 좋지만은 않은 직업, 중년의 결함, 좌절된 꿈, 사랑스럽지만 짜증을 잘 내는 배우자에게 충실하려는 노력 등)에 최선을 다하며 우리 자신에게 보다 공정하라고 가르친다. 예술은 이룰 수 없는 것을 미화하는 행위와 정반대의 작용을 할 수 있다. 예술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인생을 이끌어야 할 때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줄 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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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바티스트시메옹 샤르댕의 차 마시는 여인(1735) >


 습관화로 인해서 일상의 가치가 가볍게 느껴질 때, 권태는 찾아온다. 알랭 드 보통은 예술이 낯설게 하기를 통해서 일상의 가치를 일깨운다고 말한다. 샤르댕의 <차 마시는 여인>은 그저 여인이 차를 마시는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서 관람자들에게 소박한 순간의 가치를 일깨운다. 매번 따분한 일상의 기계적 반복인 우리의 일상을 예술은 박살 낸다. 하루하루가 가치 있는 순간이며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치유의 순간은 존재한다. 매번 지나가는 똑같은 길에서 봄에는 벚꽃의, 가을에는 낙엽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순간이 그러할까.



이 책의 전반부는

 이 책의 전반부는 예술이 멀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예술의 감상방법을 알려주면서 예술의 거리가 멀지 않다고 역설한다. 아트인사이트가 말하는 소통은 이런 관점에서 유사한 단어다. 예술은 예술을 위한 예술일 때, 예술가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만 향유할 수 있는 매개체지만 인간의 취약점을 치유하는 존재가 될 때, 누구보다 가까운 도구다. 작품의 좋고 나쁨은 심리 치유에 도움이 되는 정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알랭 드 보통이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예술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게 여겨지지 않는다. 망각, 희망의 소실, 존엄 추구, 자기 이해의 어려움, 사랑에 대한 갈망 같은 우리의 약점을 얼마나 보완해주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좋거나 나쁘게 여겨질 것이다. 따라서 예술작품에 다가가기에 앞서 자신의 성격을 알고, 자신이 무엇을 위안하고 되찾으려 하는지 안다면 유용할 것이다. 


[이종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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