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덜 자란 네 남자의 뜨뜻미지근한 경고 : 드라마 ‘안투라지’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1.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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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하반기 드라마 기대작으로 꼽혔던 ‘안투라지’가 11월 19일 6회까지 방영된 가운데 1% 미만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안투라지’는 2004년부터 8시즌 까지 방영된 동명의 미국드라마 ‘안투라지’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서강준, 조진웅, 이광수, 이동휘, 박정민 등 대세 배우들의 캐스팅과 연예계의 이면을 들춰내겠다는 포부를 밝혀 큰 기대를 모았으나,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다. ‘스타들의 일상을 통해 앞서가는 패션과 문화, 진보적인 사고와 라이프 스타일까지, 감각적인 문화와 트렌드를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연예계의 화려한 단면뿐 아니라 그 이면을 필터링 없이 보여주며 신랄하게 까는 뒷담화’가 ‘안투라지’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기획의도다. 캐스팅과 소재로 충분한 주목을 모은 드라마가 시청률 난항을 겪는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늘어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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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의 잘못된 예
  
  드라마의 캐스팅이 공개되면서 네 남자의 케미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남자들의 케미를 일컫는 브로맨스가 잘못 적용된 예가 ‘안투라지’라고 생각한다. 브로맨스의 성공은 뚜렷한 캐릭터들의 두터운 관계를 기반으로 하며, 그 관계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할 때 가능하다. ‘안투라지’의 네 남자는 캐릭터가 뚜렷하지도, 관계가 긍정적이지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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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빈(서강준 분) : ‘악의 꽃’이라는 첫 영화가 대박을 친 잘나가는 스타다. 어릴 적부터 함께해온 세 남자와 자신의 집에서 동거하며, 여러 여건이 부족한 친구들을 지원해주려 노력한다. 소속사 대표인 김은갑(조진웅 분)과 무명시절부터 함께했다는 이유로 다른 회사와의 계약은 생각지도 않는 의리파다. 하지만 우유부단하다. ‘배우’라는 직업과 ‘자유분방’이라는 성격을 엮어 모든 것을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이미 계약이 된 영화를 포기하고, 원래 하고 싶었던 영화를 위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감독을 무작정 찾아간다. 여기까지는 ‘하고 싶은 연기를 해야 하는 천생 배우’라는 타이틀에 걸맞을지 모르겠다. 소희(안소희 분)에게 차인 후에는 어렵게 따낸 영화의 첫 대본 리딩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미룬다. 연기 열정이 넘치는 배우도,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열정적인 남자도 되지 못한다.
 
이호진(박정민 분) : 영빈의 매니저로 친구들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다. 영빈의 친구이자 매니저이기 때문에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은갑이 가르치는 모습이 드라마에서 많이 보이는데, 그래서 영빈보다 오히려 호진이 드라마의 중심 서사를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북(이동휘 분) & 차준(이광수 분) : 네 남자 사이에서 개그를 담당한다. 아니, 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언제나 유쾌하고 진지한 생각을 하려고 하다가 다시 돌아선다. 그것이 드라마가 의도했던 ‘유쾌함’이라면 시청자들의 반응이 냉담한 것은 당연하다. 거북은 일정한 직업도 없이 영빈의 집에 얹혀살며 근근이 인기도 없는 인터넷 방송을 하며 시간을 때운다. 준은 영빈의 사촌 형인데 무명 배우로 활동하면서 연기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치지 못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지 않은 남자끼리의 만담은 언제나 ‘여자’에 맞춰져있다.

 네 남자의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배우로서 기대하게 만드는 남자들이라서 빈약한 캐릭터가 더 안타깝다. 영빈이 왜 주인공인지 모르겠고, 거북과 준의 철없음은 납득하기 힘들다. 진지해지려다 다시 돌아서 여자이야기로 희희낙락하는 모습은 재미있지도 않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있는 남자들의 관계인데 철없는 10대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서로의 관계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성공한 영빈 하나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관계라고 순순히 납득할 만한 세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빈-소희’, ‘호진-지안(김혜인 분)’ 커플 라인을 제외하면 각각의 캐릭터가 감당하는 서사 역시 드러나지 않는다. 덜 자란 네 남자들의 브로맨스는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을 갖추지 않은 이상 대중의 호응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빈약한 서사에 담긴 뜨뜻미지근한 경고
  
  지난 19일 6화까지 방영된 가운데 25일 7화가 방영될 예정이다. 16화를 예정하고 있으니 오늘이면 드라마가 중반에 접어드는 건데 아직도 중심이 되는 서사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영빈의 ‘왠지 이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설득력 없는 원인에 의해 벌어진 우연한 사건들을 끌고 가고 있을 뿐, 서사 전개 과정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파티장면이나 정신없는 카메오의 출현은 씬에 대한 의문을 가중시키고, 여성을 소재로 한 노골적인 성적 묘사와 비유는 재미있지 않다. 중심인물은 소속사 대표인 은갑까지 총 다섯 명인데 어떤 캐릭터도 중심 서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방송계의 이면을 폭로하겠다는 기획 의도는 그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떡밥이었을 뿐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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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안투라지'를 알았을 때 문득 떠올랐던 것은 2008년 SBS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온에어’였다. 김은숙 작가가 극본을 맡은 이 드라마는 PD, 방송작가, 연예인, 소속사 대표가 중심인물이었다. 방송계에서 일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 나름의 애환과 노력을 그려냄으로써 방송계의 이면을 고발했다. 방송사의 연기대상 공동 수상, 여자 연예인들에 대한 성적 스캔들 등 묵직한 문제들을 들춰내 시청자들로 하여금 기대를 놓지 않게끔 만들었다. 나는 ‘안투라지’가 약간 가벼운 ‘온에어’ 같은 흐름으로 흘러갈 거라 기대했다. ‘안투라지’에서 소속 배우를 위해 주꾸미까지 뒤집어쓰는 은갑의 모습은 분명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지만 연예계의 이면을 보여주기보다는 ‘매니저’라는 직업의 어려움에 더 가깝다고 느꼈고, 은갑과 영빈의 관계였기에 벌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강했다. ‘온에어’는 분명 시청자들이 봤을 때 연예계의 문제에 대한 통쾌한 고발이 담겨있었지만, ‘안투라지’의 빈약한 서사에 담긴 뜨뜻미지근한 경고는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했다.
 
  연예계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산업이니 만큼 그 이면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뚜렷하지 못한 캐릭터들의 공감하기 어려운 관계와 개연성 없는 서사가 어떤 메시지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안투라지’는 25일 7화 방영에 앞서 1~6화의 내용을 요약한 1시간짜리 특별편을 통해 승부수를 띠운다. 그러나 ‘영빈-소희’의 러브라인과 은갑의 활약을 주요 내용으로 하겠다니 서사를 외면하고 화제성으로 일관하는 드라마의 끝이 어떨지 궁금하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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