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관념으로 느끼는 산의 화가, 유영국 전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1.2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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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에서부터 시청까지의 걷는 길을 좋아한다. 빌딩숲이라는 말이 적절한 단어같다. 사람들은 늘 바쁘게 그곳을 향해서 그리고 나를 지나쳐 반대로 걸어가거나 뛰어가거나, 신호등을 건너거나, 앞서고 뒷서면서 걸어간다. 광화문은 늘 뭔가 하고 있는 곳이다. 마이크 너머의 에코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이순신 동상 앞에서는 늘 사람들이 뭔가를 하고 있는데, 그 모습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집 근처를 멀리 나와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유영국전을 봤다. 이중섭전이 강렬했던 터라 많은 기대를 했다.


IMG_20161106_160510.jpg▲ 유영국전, 절대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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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전시를 보면서, 부조가 등장하고 일본작가의 이름을 더불어 정형화된 도형들과 진한 선들, 그리고 채도가 어둡고도 낮은 색들의 그림들이 1층을 뒤덮고 있었다. 그 광경이 조금 낯설었고, 생각보다 느낌이 묘해서, 이게 무슨 생각이지, 이게 무슨 감정이지 한참이나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었다. 2층의 2전시관과 3전시에서는 노골적일만큼 산에 대한 작가의 '관념산수'적인 그림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1층에서도 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음을 발견하고서는 일찌감치 왜 이렇게 산에 대한 많은 그림을 그렸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낯익은 큐레이터 분이 등장하셨다. 현대미술관 고객평가단 정기모임중에서 이중섭 전 큐레이터를 담당하셨던 분의 목소리여서, 얼굴과 함께 단번에 알아볼수 있었다(행여 내가 착각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이지 열심히 얼굴을 들여다봤는데, 맞는 듯 하다.) 이중섭 전 해설을 들으면서 많은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분에 대한 해설을 들었음이 컸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분의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는게 새삼 감사했다. 그리고 해설이 끝남과 동시에 전시를 보러 왔던 다른 관객들의 생각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참 탁월하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해설을 들어오지 못해서 일지 잘 모르겠지만.

 
IMG_20161106_160339.jpg▲ 1전시관에 위치한 작가의 작품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작품. 릴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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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0161106_155258.jpg▲ 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긴 모습. 실제로 사용했던 안경과 물감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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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전에서도 중요하다고 들어왔던 문화학교, 그리고 그들에게 큰 영향을 준 작가들의 이름들이 굵직하게 나열되곤 한다. 오늘은 그곳에서 하세가와 사부로를 새기고 왔다. 작가의 초기작에서 발견했었던 몬드리안의 이야기도 등장해서, 마음속으로 조금 신기하곤 했다. 사실ㅡ올해 초일까, 한가람미술관에서 몬드리안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나서는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었다. 컴퓨터로, 모니터로 보던 그 빨갛고 노랗고 파란 네모덩어리가 아니었다. 칸딘스키인가-몬드리안인가 묻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칸딘스키 쪽일줄 알았던 나의 취향은 정확하게 몬드리안으로 갈렸다. 그렇게 알아왔던 몬드리안의 진가가 여기서도 눈에 띄게 발현되었다는 것 그리고 몬드리안의 작품으로부터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도 이렇게 멋진 추상화가 작가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김환기-이우환-이중섭. 작가들의 생활고 혹은 부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며 생활해야 했던 이야기들은, 그 당시 부유한 생활을 해왔던 작가들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을 이야기로 남는다.
  
큐레이터의 해설을 들으면서 생각했던게,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내어 관객들에게 감동을 이끌어내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지 살펴보는 일이었는데, 주로 작가와 작품을 이해할 때에 작가가 겪어왔던 혹은 살아왔던 공간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하여 작가와 작품의 간격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말하고 계신것같아 보인다. 다시 말하면, 작가와 공간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 이중섭 전에서도 그랬었고, 이번 유영국전에서도 작가들의 고향 그리고 생계수단에서의 삶, 작가들이 원하는 유토피아적 이상향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인상주의에서 어떻게 신사실주의가 생겨나게 된것인지, 사실주의는 어떤 그림을 지향하는 작가들이 만들어낸 것인지, 추상화의 시발점은 어떤 생각에서부터 일어난건지까지 하는, 보다 미학적인 접근에까지로 확장시 나가고 있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한국전쟁을 겪어오며 어쩔수없음으로 공간에 대해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것을 작품안에 녹여내고자 했기 때문에서 나올 수 있는 접근방식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지점을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친근하게 잘 풀어내는 재능에 정말 감탄하면서 저절로 공부가 되어지는 듯하는 느낌도 좋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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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되어지고 있는 작품 전부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기 때문에, 플래쉬나 사진촬영음이 전시의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였다. 나 또한 핸드폰으로 담고싶었던 작품 몇점을 찍었으나, 결국엔 실제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진 한장이 되어버렸다. 색감도-감동도- 작품에 담긴 붓터치도 모두 담아내기는 역부족이었음을 알고 나서는 더이상 부지런히 카메라질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  전시장의 조명과 액자의 유무에도 예민하게 보는 편인데. 특히나 여러겹의 색들을 겹쳐서 그림을 그려 온 유영국의 그림은 빛, 그림자 조명에 따라 색이 정말 많이 달라 보인다고 하여 도록을 만드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 공감 할 수 밖에 없던 것이-전시의 팜플렛에 실린 메인그림의 실제 모습을 보고 색감이 너무나 달라서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같은 그림인지 알아 보는데 한참 걸렸으니 말이다.

IMG_20161106_154855.jpg▲ 이 처럼 유영국의 작품에서는 스크래치라고 할까, 칼로 그어낸듯한 흠집같은 선들이 자주 등장하고, 작가는 이를 굉장히 염두해두고 작업하는 듯 해보인다. 산에 대한 관념을 표현한 작가의 '산'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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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토대로 한 메모.





메모에 적었던 '앵포르맨'은 검색해보니 앵포르멜이었다.


앵포르멜: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새로운 회화운동. 이는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 표현주의나 다다이즘의 영향을 받아들여 기하학적 추상(차가운 추상)의 이지적인 측면에 대응하여 서정적 측면을 강조, 색채에 중점을 두고 보다 격정적이고 주관적인 호소력을 갖는 표현주의적 추상예술로 나타났다. 그 뒤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51년 프랑스의 평론가 M.타피에는 이러한 경향의 화가들의 그룹전을 기획하고 소책자 《또다른 예술:un art autre》(1952)을 발간, 이 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앵포르멜(非定形)이라 했다. 선묘(線描)의 오토메티즘, 산란한 기호, 그림물감을 뚝뚝 떨어뜨리거나 석회를 쳐바르는 기법 등을 구사, 구상 ·비구상을 초월하여 모든 정형을 부정하고 공간이나 마티에르에만 전념함으로써 또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려는 것으로 그것은 기성의 미적 가치를 파괴하고 새로운 조형의 의미를 만들어내려 했으나, 무정형 ·무한정한 자유가 오히려 표현에서 멀어질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였다. 대표적인 화가로 포트리에, 뒤뷔페, M.마튜, G.마티외 등이 있으며, 국제적인 예술운동으로 전개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앵포르멜 [Informel] (두산백과)/장 뒤뷔페, 포트리에, 프랑스미술





441381_130556_3024.jpg▲ 유영국
 

추상화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어쩐지 가까운전시가 될 거라고 쉽사리 장담하진 못할 듯 하다. 김환기의 작, 그리고 이중섭의 작품보다는 대중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좀더 구조화되어있고 관념적인 표현의 그림이라 할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일대기를 알기 이전의 자신의 느낌과 감상을 기억해두는 것이 자신만의 그림해석의 토대가 될 것이며, 한국 근대추상화가들의 일대기를 살피며 비교해보는 감상 또한 즐거움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직접 가서 본 그의 작품은 팜플렛이나 모니터로 만나는 감상과는 상당히 다른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직접 가서 올 가을이 가기전 감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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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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