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손끝에서 피어나는 예술, 네일아트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1.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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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미용의 범위가 손가락 끝까지 확대된 시대다. 저 먼 고대시대부터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위해 화장을 하고 의복을 갖추었다지만, 손톱도 화장하는 시대가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터이다. 예쁜 손톱을 위한 관리는 이제 단순히 다듬기만 하는 걸 넘어서서 그 위에 갖가지 칠을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단순한 칠뿐이랴? 고작해야 폭과 길이가 1cm 남짓인 도화지 위에 사람들은 갖가지 형상을 구현해낸다. 손톱 위에서 펼쳐지는 예술, 그 이름하야 ‘네일 아트’다.


(1)구그루.jpg
(1)구글에 네일아트를 검색한 결과


네일아트는 기본적으로 매니큐어(manicure)를 재료로 한다. 매니큐어의 용어는 손을 뜻하는 라틴어와 손질을 뜻하는 cure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이 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손을 손질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네일아트의 시작은 손톱 손질부터 시작된다. 무엇이든지 기초가 좋아야 결과물이 좋은 법. 매끈한 손톱을 위해 손톱이 밀려나오기 시작하는 부분의 루즈스킨을 푸셔로 긁어내고, 큐티클 부분에 오일을 발라 부드럽게 만든 뒤 니퍼로 잘라낸다. 그리고 파일로 손톱 끝을 갈아주면 기초 손질 완료다.

매니큐어는 다른 말로 네일 폴리시(nail polish)라고도 부른다. 이 역시 말뜻 그대로 손톱에 윤을 낸다는 뜻이다. 기초 손질이 완료된 손톱 위에 원하는 색의 매니큐어를 곱게 바른다. 다양한 색상의 일반 매니큐어, 마르면서 갈라지는 무늬를 남기는 크랙 매니큐어, 모래 같은 독특한 질감의 샌드 매니큐어, 자석 가까이 가면 무늬가 나타나는 마그넷 매니큐어 등 종류는 다양하지만 완성된 후의 공통점은 하나다. 손톱위에 덧입혀진 형형색색의 매니큐어가 손톱의 아름다움을 빛나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렇게 완성된 네일아트는 손톱 주인에게 상당한 흡족함을 선사한다. 물론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귀찮기 그지없다. 바르고, 말리고, 덧바르고 말리고 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듭한다. 그러나 손톱 위에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매력이란 무시할 바 못 된다. ‘나 손톱까지 자기관리 하는 사람이야’하는 자기만족으로 기다림의 시간은 지루하면서도 두근거린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지만 손톱을 애써 기르고 네일아트가 완성된 손톱 위의 어색한 무게감을 즐긴다. 반짝반짝하는 손톱을 바라보고 있으면 덩달아 기분까지 반짝이는 것 같다.

단 일반 매니큐어는 조금만 손을 쓰다보면 금방 벗겨지곤 해, 본인은 전부터 그것을 네일아트의 한계로 생각해 왔다. 매니큐어는 잘 벗겨지기에 손끝 동작을 섬세하게 만들어주는 것 역시 네일아트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키도 했고 말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곁에 자리 잡은 ‘젤 네일’은 몇주동안 벗겨지지 않는 혁신적인 지속력으로 새롭게 네일아트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리하여 이 시대에 ‘네일’은 마치 ‘헤어’처럼 하나의 스타일을 의미하는 외래어화를 이루었고, 국가자격증을 획득한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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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국제 네일아트 경연대회
네일림피아(Nailympia) 출품작 중 하나


그림을 그리고 입체로 쌓아올리기까지 하는 다채로운 네일의 세계를 구경하다 보면 저절로 입이 떡 벌어지게 된다. 무수한 아름다움이 손끝에서 피어오르고 과감한 시도들이 거듭 이루어지는 광경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사실 네일아트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도 한 SNS에 네일아트 키워드를 검색하면 게시물이 이백만 건에 이르고 말이다. 가늘고 긴 손가락, 부드럽고 하얀 손은 옛날부터 미인의 한 조건이었지만 누구나 손 모델처럼 아름다운 손의 형태를 지닐 수는 없다. 그런데 네일아트는 이런 타고난 형태를 넘어서서 아름다움을 손에 덧입혀준다. 벗으면 끝인 옷과 달리 벗겨내기 전까지 하루 종일 함께하면서 말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네일아트를 찾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일상 속에 작은 아름다움이 함께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니까. 옛날 중국 황실의 여인들은 일을 하지 않는 고귀한 신분임을 나타내고자 호갑투(护甲套)라고 하는 손톱장식을 손톱에 씌웠다는데, 네일아트가 현대의 호갑투와 비슷하게 생각되는 건 본인만의 착각일까. 타고난 손의 형태를 바꿀 순 없지만 네일아트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해준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네일아트의 무궁한 세계. 그곳을 슬쩍 들여다보면 어느새 현혹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구글 검색


[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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