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대를 지켜낸 모든 배우들에게 바치는 찬가, 연극 '언더스터디'

글 입력 2016.11.21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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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지켜낸 배우들에게 바치는 찬가,

연극, <언더스터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11.4 - 11.13

극단 풍등의 네번째 작품, <언더스터디>
<일어나 비추어라>, <당신에게서 사라진 것>, <깨진 밤> 등

작 전형재
연출 송미숙
배우 오현경, 류태호, 정상철, 차유경 외


배우1.jpg
 
 
     작년 이 맘 때쯤, 국립극단의 연극,‘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열연하던 임홍식배우가 무대를 마친 직후 세상을 떠났다.  출연분량을 모두 연기하고 퇴장한 후였다고 한다. 고인의 연극혼과 가치를 기리기 위해, 녹록지 않은 연극 환경에서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중견배우들을 위해, 이후‘임홍식 배우상’ 또한 제정되었다.
 

     인생이 세상을 살아가는 무대이듯, 무대 또한 세상을 담은 인생이라고들한다. 이 작품을 쓴 전형재 작가는, 작년 우리가 한번쯤뉴스에서 들어봤을 법한 이름, 고(故) 김운하 배우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힌다. “예술과 가난, 고독감 사이에서 죽어라 무대에 오르는 연극 배우의 삶은 무대 위에 있지 않았다. 연극 배우는 고단한 땅을 딛고 현실 속에 있었다. 그 경계에서 연극배우는 서글프다-“라고 말하는 작가. 어쩌면 무대가 배우에게 인생의전부라는 말은, 배우라는 직업을 너무나 일차원적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극을 맞이하였다.

 
     무대는 극중극을 암시하는 2층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1층은 현실이 존재하는 백스테이지와 분장실, 2층은 극중 <베니스의 상인>이 공연되는 무대이다. 조명이 1층과 2층을번갈아 비추며 무대와 분장실을 오고 가는 상황을 나타낸다. 극중 오현경 배우의 샤일록 역을 필두로 한 <베니스의 상인>의 경우 샤일록의 가장 명대사인 장면부터시작된다. 그리고 백스테이지에는 그의 언더스터디(대역 배우)인 정환이 모니터를 보며 선생의 대사와 연기를 지켜본다.
     매번 본인의 몫을 다하고 무대를 내려오는 선생은 사실 치매를 앓고 있었다. 무대와현실의 경계인 분장실을 나서는 순간, 현실 속의 선생은 어린아이처럼 길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선생은 그런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도 매번 무대를 택한다. 막공날이 되어 선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그의 언더스터디였던 정환에게 마지막 샤일록을 연기할 기회가 찾아온다. 그런 정환이 무대에 오르기 직전 관객에게 양해를 구하는 선생의 대사는 실제 관객에게 들려주는 오현경 배우의 60여 년 연기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화가는 그림을 남깁니다.
소설가는책을 남기지요.
그러나 연극은 아무것도 남길 것이 없습니다.

제 배우 인생은 언제나 그때 그 무대를 기억하는
여러분과 함께 지내온 세월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제 연기를 기억하는 분이 계신다면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유감스럽게도 저는 이번 항구에서 내립니다.

……

끝으로 이렇게 어두컴컴한 객석에서
저와 함께 감정의 교류를 하면서
저로 하여금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갖게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의 마지막 대사는 배우 오현경을 보기 위해 객석에 앉은 사람들을 관객으로서 재확인시켜주는 동시에 관객이 있기에존재하는 배우 오현경을 만들어내었다. 현실의 불안함과 고독을 짊어지고 무대를 택한 배우의 마지막 뒷모습을관객은 진심 어린 박수로써 화답한다.
 
 
    어쩌면 연극의 제목이기도 한 ‘언더스터디’는 극중 선생의 아름다운 퇴장을 빛나게 하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인생을 꽉 잡고 놓지 않으려 버티어 내듯, 무대를 서는 배우들 또한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에 오르고자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안고 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듯, 무대 또한 떠나 보내야 할 순간이 온다. 인생과 같았던 무대와 이별을맞이하는 배우와, 그 뒤를 이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또 한 명의 배우. 언더스터디는 단순히 기존 배우에 대한 새로운 배우로의 대체가 아닌, 한인간이 현실을 딛고 일어선 또 다른 무대와의 맞닿음이었다. 그렇게 무대는 결코 죽지 않고 매일같이 새로태어나며, 살아 숨쉰다.  
 
 
     끝으로 셰익스피어는, “이 세상은 무대요, 인간은연극이라는 인생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 라 말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하루살이와 같은 현실에 부딪치며 어렵게 무대에 서는 배우들, 나날이가혹해지는 현실 속에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우리들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며, 또한 이들이 보이지 않는힘으로 자신들의 무대를 지켜나가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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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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