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작된 힘입니다. [시각예술]

무현, 두 도시 이야기
글 입력 2016.11.2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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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관적인 의견이 있고, 오히려 이 글을 보고 노빠다 편파적이다 생각해 영화를 껴려하실까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요즘같은 세상, 정치인 노무현이 아니라 사람 노무현의 이야기를 듣고 충분히 위로 받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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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지난 민중총궐기가 있었던 날, UCC촬영으로 동해에 다녀온 후 시위에 참석 했다. 전날부터 꽉 차 있던 일정에 몸은 지쳐 있었지만, 거리를 채운 사람들을 보고 힘을 얻어 지친 것도 모른 채 몇 시간을 추위에 서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심야로 보고 싶었던 영화를 예매 해 둔 것도 좋은 응원 거리가 되어 사실 약간 흥분 상태 였다. 좋은 영화는 이렇게 사람의 하루를 바꿔 놓을 수도 있다. 사실 <무현>이라는 영화가 개봉 예정에 있었던 것도 몰랐다. 노사모 회원이신 삼촌을 통해 나중에야 듣게 되었고, 인디 영화가 그렇듯 언제 상영이 끝날지 몰라 부랴부랴 날을 잡아 예매를 했었다. 하지만, 내심 시기가 시기고 팟캐스트 <이이제이>진행자 분 말씀 처럼 이제는 편히 쉬셨으면 하는 분을 다시 더러운 세상사에 얽매이게 하는 게 아닐까 걱정도 있었다. 그럼에도 전 대통령의 살아생전 내가 어리고 생각도 얕았던 시기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그분을 지금에야 그리워한다는 죄악감과 이제라도 더 추구하셨던 세상을 이해 해 보고팠다. 그리고 다행히(?) 영화는 전기적 느낌보다도 정치적인 견해보다도 그 이상적인 세계, 남겨진 사람들의 회고록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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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속 사람들은 술을 마신다 전 대톨령의 생전 영상을 제외하곤 다들 술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에선 눈물을 쏟는 사람도 있고, 말을 뱉다 초점이 멍 해 지는 사람도 있다. 세상사는 사람 이야기는 다 똑같은지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꼭 내 생각과 같아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는지 모른다. 괴물보다 무서운 게 내 옆에 있는, 예를 들면 세월호 단식 시위 옆에서 단체로 햄버거를 뜯는 그런 사람들이 두렵다는 이야기에 또 눈물이 핑 돌았다. 권력층도 아닌 그들은 왜 그렇게 우리를 혐오 가득찬 시선으로 바라볼까.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보듬어햐 하는 걸까. 나는 여기에 더해 내가 괴물이 될까봐 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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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바다 선박 위에서는 누군가 키를 잡고 있어야 하지. 책임을 져야 해. 더 잘 잡아라, 항해 똑바로 해라.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은 있어야 해. 그래야 앞으로 나아가고 움직일 수 있어.”


꾸중과 위로.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나서지 않으려는 내 모습을 훈계하시는 것도 같고 또 극히 이상적인 연설들을 들으며 그래 저런사람도 있었다 위로도 받았다. (사실 그분이 하셨던 권위주의와 지역주의 타파에 대한 연설을 이상적이라고 적고 싶지도 않았다.) 방향의 중심이 아니라 이정표가 되고 싶으셨을 뿐. 앞서 말했듯이 난 이이제의의 진행자 분 말마따나 더 이상 그분을 정치와 엮어 이야기 하는 것에 약간 지쳐있다. 인터넷상의 고인모독성 글과 끝이 없는 토론. 하지만, 정신만은 기리고 싶다. 사람을 모으는 힘. 정치계에 ‘노사모’라는 팬클럽을 개설되고, 선거운동 당시 자금역시 서민 지지층에 의해 모금이 이루워 지며, 이번 영화 역시 크라우드 펀딩으로 개봉되었다. 지도자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었어야 할 이상을 가지고 계셨던 그 모습을 기리고 싶을 뿐이다.

 고민을 하다 영화 자체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내가 좋아하는 제작자의 생각이 철저히 녹아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남겨진 다양한 사람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반면에 번잡한 감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다양한 사람들의 대화를 보며 단순히 정말 오늘 밤 지인들끼리 모여앉아 말문을 트는 것과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세상살이 술을 두고 한풀이성 이야기를 나눌 때 기승전결 뚜렷하고 날 선 대화들이 어디에 있다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살아가라, 우리 부모님들은 말씀하셨지만 더 이상 그런 세상에서 그렇게 가르치며 살수 없습니다.”


얼마 전 SNS에 떠도는 글을 보았다. 왜 예쁘고 젊은 사람들이 일찍 죽냐는 아이의 질문에 꽃도 아름다운 꽃을 먼저 꺽지 않느냐- 라고 대답한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글.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님도 그렇게 일찍 가셨나보다, 괜히 왜 우리를 더 이상 이끌어 주시지 못하시는지 대상 없는 화를 내뿜다가도 허탈해지기의 반복이였다.


  아주 창피한 이야기를 하자면 그분이 살아 계실적 나에게 있어 ‘노무현 대통령’은 그닥 좋은 말은 아니었다. 정치의 정자도 모르던 갓 중학생이 된 나에겐 뉴스에 빈번히 올라오던 국민을 향해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은 정말 죄를 자주 짓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했다. 어리석었다. 사과를 한다는 건 상대방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한다는 의미가 내포 되어 있는 것이고, 그만큼 국민의 존재를 인정하고 계셨다는 이야기 였다. 잘못이 있어도 고개 숙이지 못하는 병이 있는 사람이, 지도자들이 가득한 세상에 보기 드문 사람 이였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서거 직전 음성 파일의 “다 부질없다, 부질없어-” 내뱉으시는 음성은 가슴을 후벼 팠다. 그 영상을 처음 본 날 나는 화장실이였고, 죄책감에 몇 분을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말 그대로 정말 펑펑 울어 다음 날 눈이 두꺼비 만 해 졌을 정도로 울었다. 정치판 더럽다고 말하면서 정작 관심 하나 없고, 가만히 앉아있다 톰 하나 보이면 그거 그럴 줄 알았다- 며 삿대질 할 준비를 하고 있던 내 모습. 꼬박 95분 러닝타임동안 쉼 없이 꾸중을 듣고 온 기분이다. 그리고 해답도 얻어 온 것만 같다. 정치적 견해를 떠나 요즘처럼 매일이 허탈하고 실망스러운 요즘, 모두가 특히 젊은 내 나이 또래들에게 권하고 싶다.

 


[김경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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