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IAB Studio - '난 그냥 깨 부시고 싶어!‘ 그들의 미술, 그들의 음악 [시각예술]

헤치고, 깨어 버리고, 돌격, 앞으로!
글 입력 2016.11.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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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빈지노!’ 혹은 ‘어디서 많이 본 사진인데?’ 표지 사진을 보고 들어온 당신은 아마도 이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랩퍼 빈지노의 앨범 자켓 아트워크가 되었던 작품이다. 현실과 꿈 그 사이 어딘가에서 껍질 혹은 틀을 조금씩 깨 부시고자 하는 그들을 소개한다.

  IAB Studio는 빈지노(임성빈), 김한준, 신동민, 스티브 으로 구성된 팀이자 그들의 스튜디오이다. 2013년 빈지노의 싱글 앨범 "Dali, Van, Picasso"의 아트워크를 시작으로 음반 커버 아트워크, 영상 콘텐츠, 설치미술 등 미술 및 음악 작업을 하였다. 주로 빈지노의 아트워크, 혹은 무대 연출을 기획하고 연출한다. 이후, 빈지노 뿐만이 아니라 수란, 에디 킴 등 다른 아티스트의 아트워크를 전담하였다.

  IAB은 I've Always Been의 약자이다. ‘항상 그래왔듯, 앞으로도 변함없이 함께’라는 의미로,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세 사람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항상 그래왔다는 말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람들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러한 편안함이다. 세 사람은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서로의 머리와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진 사람들이 되었을 것이다. 핵심이 되는 생각, 자신을 이루는 존재, 정체성 안에 서로가 담겨 있다니 그들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함께’일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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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화각 안에 조형물들을 제작하여 테두리에 배치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조형물들은 다양한 자연의 풍경들을 담았다. 싱그러운 나무가 보이기도 하고, 메마른 사막이 보이기도 하며, 버석버석한 얼음덩어리의 남극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풍경들은 빈지노각 경험했던 시간들을 표현한다,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들, 혹은 휴가의 어느 날처럼 푸르르기만 했던 순간들, 이와 같이 그가 지나온 순간들을 계절과 시간으로 표현해 담았다.

  사실 이 작품은 굉장히 밝고 또 채도가 높아 화려한 색이기 때문에 전체가 하나의 동화 속 풍경처럼 보이기만 한다. 그가 지나온 힘든 순간들이 이 속에 함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어쩌면 그는 그가 지나온 시간들이 다른 좋은 날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섞여서 보이기를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힘든 시간들은, 그가 지금 겪고 있는 현재가 아닌, 과거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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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박으로 만든 투구를 쓴 마네킹은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다른 것들에 비해 훨씬 견고하지 못한 투구를 쓴 그가 우스꽝스러워 보일 것이지만 어찌 되었든 그의 눈빛만은 매우 진지하다. 다른 것들에는 눈길 하나 주지 않을 듯한 굳건한 눈빛. 그 눈빛에 담긴 것은 자신의 무모함과 어려움을 넘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장애물들을 헤쳐나가고 또 깨어 버리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살아가는 것은 장애물을 넘는 일인지도 모른다. 작은 장애물들부터 해서 큰 장애물들까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그저 넘어오려고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감히 치워버리는 것은 어떨까. 혹은 던져버리는 것은? 깨 부수어 버리는 것은? 누군가는 이러한 삶을 열정으로, 또 누군가는 객기로 바라볼 것이다. 혹여 객기라 한들 어떠한가. 맨 땅에 헤딩을 하게 될 지라도 우리는 수박으로나마 투구를 쓰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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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AB Studio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들이 많은 것들을 깨 버리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다. 우선 그들의 작품 - 아트워크, 영상을 비롯한 모든 작품 - 들은 잠시나마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벽에 금이 가게 한다. 그 벽을 훑으며 걸어가던 우리는 미세한 크랙에 눈을 대고 그 너머를 바라볼 수도 있다. 우리의 삶에 멈춰설 수 있는 기회, 즉 브레이크(break)를 주는 것이다.

  빈지노의 뮤직 비디오를 보면 그들은 벽에, 테이블에, 혹은 서로의 머리에 머리를 쿵쿵 찧으며 계속해서 깨기를 시도한다. 그들이 굳건한 무언가에 대고 머리로 그것을 깨려는 시도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어리석어 보이는 그들의 시도가 어느 멋진 날에 빛을 발하는 순간, 어리석음이라 불렸던 시도는 열정이라 불릴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헤치고, 깨어 버리고, 돌격, 앞으로!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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