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겨울에 피는 꽃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1.1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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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11월 중순이다. 곧 있으면 12월이 오고, 2016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해를 맞아 다짐했던 일들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 날씨도 제법 쌀쌀해졌고, 두꺼운 니트를 꺼내 입었다. 학교에는 단풍이 예쁘게 피었는데, 바쁘게 하루를 보내다보면 단풍을 즐길 시간조차 없다. 그저 차가운 바람에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꽃을 본게 언제였더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봄에는 벚꽃 구경을 가기도 하지만 이외에는 꽃을 본 기억이 없다. 바쁜 탓도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꽃이라는 존재를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길에는 흙보단 아스팔트가 더 익숙해졌으니 말이다. 이제 곧 겨울이 오고, 꽃들도 추워서 몸을 꼭꼭 숨길텐데. 더 많이 보지 못한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겨울에도 꽃은 핀다. 나처럼 꽃을 볼 여유가 없는 독자들을 위해 겨울에 피는 꽃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할까 한다.

 
 겨울에 피는 가장 대표적인 꽃은 동백나무에 피는 동백꽃이다. 동백나무는 보통 2월에서 4월 사이에 꽃을 피운다. 5~7개의 꽃잎이 밑에서 부터 합쳐지며 동그랗게 피어나고, 향기가 없다. 그 대신 빨간 빛깔과 꿀로 새를 유인하는 조매화(鳥媒花)에 속한다. 이름은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얀 겨울에 빨간 동백꽃이 고고하게 피어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참 아름다울 것 같다. 특히 동백꽃은 꽃이 떨어질 때도 꽃송이 째로 떨어져서 낙화가 주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보통 꽃이 떨어지면 시들고 말라서 눈길을 주지 않게 되는데, 동백꽃은 떨어졌을 때 또한 아름답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동백꽃을 소재로 소설, 노래 가사 등 많은 예술작품이 탄생하였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꽃이라는 뜻일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연인과 함께 동백꽃이 핀 거리를 걷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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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꽃은 한란이다. 한란(寒蘭)은 추운 겨울에 피는 난초라는 뜻이며, 보통 11월부터 1월에 개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인 한란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오직 한라산에서만 볼 수 있다. 한란은 보통 꽃들과는 다르게 모습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느낌이 있는 투박한 멋이 있다. 묘하게 보면 볼수록 시선이 간다. 아직까지 한라산에 가보지 못했는데, 겨울에 한라산을 가게 된다면 직접 보고 사진으로 담아오고 싶다. 최근에는 제주한란전시관이 만들어져 전시하고 있다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가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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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나르키소스)라는 청년의 이야기가 있다. 나르시스는 연못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물속에 빠져 죽었는데, 그곳에서 꽃이 피었다고 한다. 그 꽃이 바로 수선화이고, 수선화의 속명이 나루키수스(Narcissus)이다. 그래서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주의(自己主義)' 또는 '자기애(自己愛)'를 뜻하게 되었다. 보통 12월에서 3월 사이에 꽃을 피우며, 눈 속에 피는 꽃이라는 뜻의 '설중화(雪中花)'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꽃잎의 노란 빛깔을 보면 마치 물감으로 물들인 것처럼 진하고 예쁘다. 수선화라는 이름은 여리여리한 느낌을 주는데, 실제 모습은 오히려 자신을 과시하듯 샛노랗고 강렬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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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잇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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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들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주말에 훌쩍 자연이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비오는 아침에 시골길에서 맡았던 흙 냄새, 비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것 같다. 매일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다보면 몸이 찌뿌둥하고 무언가에 속박되어 있는 느낌인데, 자연 속에 있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면 더 없이 자유롭고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을 떠올리며 지친 마음을 힐링(healing)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추운 겨울에도 꽃은 핀다. 차가운 바람과 꽁꽁 언 땅을 뚫고 생명은 피어난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차가운 바람에 몸을 사리며 웅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과정이 차갑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꽃을 피울 때, 그 꽃은 더 아름답고 빛날 것이다.





* 꽃에 대한 정보는 한국임업진흥원 숲드림을 참조하였고, 사진은 google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송송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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