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아야 보일까 몰라야 보일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1.18 10:4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많이들 이야기한다. 알아야 보인다고
그 말에 동의한다.

무언가 미리 알고 보면 그냥 지나칠만한 작은 것들도 볼 수 있고, 하나를 보더라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다른 것을 보더라도 다 그 맥락 안에서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아주 바람직하다.

하지만, 가끔 반항심이 들기도 한다. 공연도, 문화도, 노래도, 건물도, 관광지도 다 내가 느끼기 나름 아닌가? 굳이 그런 것까지 작가의 의도를, 평론가들의 생각을, 전문적인 지식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그들은 당연히 나보다 먼저 경험하고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믿고 신뢰하게 된다.
그럼 내가 진짜 직접 가서는 무엇을 보게 되는가? 내가 알고 있던 지식들을 직접 가서 대입해보게 된다.
' 아 저건 그런 의도가 있다고 했지~ 아 거기 나왔던 게 이거네~ 아 여기가 거기구나! '
이러지 않는다면 정말 좋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이미 난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그냥 받아들인다. 내 생각은 사라진다. 반지르르한 정답 앞에서 내 감상 같은 건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래도, 미리 공부하고 가는 것이 장점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여러 번 보기 힘든 것이 많기에 포인트 콕콕 찍어서 제대로 보고 오고 싶다. 아는 게 중요하지 내가 느끼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무엇을 경험하러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할 것 같다.
사실 나도 헷갈린다. 건축답사나 여행을 가기 전, 고민한다. 얼마나 알아보고 갈 것인가. 물론, 영화는 예고편도 안 본다. 공연에 대해서도 딱히 알아보지 않는다.
때로는 불안하기도 하다. 거장들의 작품을 볼 때면 무엇인가 알아야 할 것 같고 알아채야만 할 것 같은 강박이 든다. 나만 몰라서 이해하지 못 할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알면 그 틀안에서만 생각을 한다. 생각이 그 밖으로 나가지를 않는다. 다양한 측면에서 감상하고 싶은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만들어놓은 틀을 내가 깨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은 대충 큰 틀을 알고 가거나 아예 무지하게 가서 나의 감상을 느끼고 와서 쓰고, 다 써놓고 나서 찾아본다.
궁금한 것.. 역사.. 의도.. 등등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느낀 것들.
그러다 보면,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 사실을 발견하면 기분이 짜릿하기도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다르다면 무엇이 왜 다른지 생각해본다.
내가 너무 편파적인 시점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모르는 것이 있는지.. 따라서, 이런저런 것을 찾아보며 감상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해보려고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써놓지 않으면 내 것이 변질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올바를 수도 있고 올바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들이 쌓여서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남이 말하는 것만 듣다 보면 '나' 는 없어진다.

나 역시도 가끔 그렇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와서 댓글을 봤더니 다들 재미없고 억지스럽고 막장이라고 한다.
그러면 어..? 아닌데... 재미있었는데... 하면서도 기억 속을 헤집는다. '맞아..  이런 장면은 좀 억지스럽긴 했지.
'맞아 이런 결말은 솔직히 재미있긴 해도 막장이야..'
내 스스로가 나를 설득시키면서 믿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감상은 어느새 내 것이 된다.
친구들이 그 영화가 어땠냐고 물어본다.
'난, 재미는 있는데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고 음... 결말이 좀 막장이야. 뭐 재미는 있어.'

난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내 스스로도 그렇게 믿는다. 그런데 조금 달라졌다.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좀 그렇다..

모두가 감상하는 방식이 다르니 내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무조건 아는 것이 좋은 것인지, 그렇다고 내 생각만 고집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자신의 결론이 나왔다면 둘을 적절하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이는 특별한 것을 볼 때만 필요한 방법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뉴스나 대중매체의 쏟아지는 정보. 친구. 선생님. 가족 의 말... 등등 우리는 항상 나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 속에 살아간다.
따라서,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수용이  필요하다.

나도 해나가는 중이다. 아마 평생의 숙제 중 하나가 아닐까.


[김진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