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수능이 뭐라고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1.1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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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 5 일 전
수능을 봤다.
 
그리고 어제 2017학년도 수능이 끝났다.
어렵다. 상위권의 변별력이 높다. 절대평가. 한국사.... 등등
엄청난 말들이 쏟아진다.

수능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시험 중 하나로 꼽힌다.
아니 가장 중요한 시험이다.
수능은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대한민국 사람 중에 수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엄청난 돈과 사람이 몰려있고, 매년 반복된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난 수능과 입시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의 중심에 있었고,
1년이 지난 지금 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그런 것을 겪었는지 조차 모르겠다.


1년 전 수능이 끝난 후, 든 생각은
' 아 인생 끝났다. ' 였다.
어쩌면 12년 동안을 그 수능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보고 달려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시험은 끝났고, 결과는 처참했다.

어이가 없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무기력해졌다.
수능 끝나고 할 일에 써놓은 수많은 것들을 하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
뭘 해도 재미가 없었다.

난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었지만 좀 억울하고 분했다.
항상 공부를 잘해왔고 열심히 해왔다.
인생 최고의 성적을 수능에서 받을 거라고 다짐하고 열심히 했는데
인생 최악의 성적을 받아들었다.

난 욕심이 별로 없다. 적어도 나 스스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가지 욕심낸 것이 있다면 좋은 대학이었다.
그런데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다.
책임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힘들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매일매일 시달리던 소화불량, 두통
앉으면 자는 병에 걸려 하루 종일 서있었던 1년
아침 자습시간에 졸려서 복도를 돌아다니며 공부했던 날들
추운 겨울에 외투도 벗고 나가 손이 얼어가면서도 공부했던 순간들
돌 들었냐고 맨날 놀림당하던 책가방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죄스럽던 지난날들..


요즘도 가끔 생각이 난다.
1년 전에는 억울하고 분했다면, 지금은 위로가 된다.
그때보단 낫잖아. 지금은 행복하잖아.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들이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받진 못했지만,
그것은 나에게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고 믿는다.

얼마 전 본 드라마에서 “내가 믿는 것 중에 하나가 큰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어떤 시련이 닥쳐도 당당해질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지금 이 순간 잊지 말아요. 두고두고 힘이 될 거예요” 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난 이 대사가 무척이나 좋았다.
내가 노력한 순간들, 힘들었지만 이겨낸 순간들... 또한 나에게 힘이 되고, 나를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세상에 일어나는 일 중에 의미가 없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 중에 의미가 없는 사람 또한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이어져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사소한 일이어 보이는 것조차도 큰 결과를 만들어 낸다.
내게 온 많은 시련들은 아팠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그것이 설령 지금까지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그게 ' 나 ' 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싶다. 나를 가장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니까.

수능이 끝나고, 논술을 치고, 수시를 모두 떨어지고... 인생이 끝난 줄 알았다. 더 이상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난 행복하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만족하며 살고 있다.
수시를 넣은 5개의 학교는 모두 우리나라의 최고의 대학들이었다. 하지만 가고 싶은 과가 없었다. 문과였지만, 어문, 상경, 사회계열은 모두 가기 싫었다. 성격은 문과였고, 관심 있는 것은 공대 계열이었으며, 하고 싶은 것은 예체능이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꿈을 찾아왔다. 그 누구보다 먼저 찾기 시작하고 찾고 싶었지만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도 찾지 못 했다. 항상 나는 중간이었다. 문과도 아니고 이과도 아닌.. 좋게 말하면 융합형이고 나쁘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 것...
고3이 되었는데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 고3. 1년은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공부만 하자..  ' 하고 공부만 했다. 수시를 넣어야하는데 정말 가고싶은 과가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데나 넣고 싶지 않았다. 지금껏 재미없게 해온 공부, 전공만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대한 괜찮은 과들로 수시를 넣었지만 사실 붙어도 고민이었다. 너무 좋은 대학들이지만, 재미있게 공부할 자신은 없었기 때문에.. 그런데 그런 고민할 필요도 없이 다 떨어져버렸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걸까...
그리고 인생 최대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수능점수는 나왔고 수시는 떨어졌고... 정시 원서를 넣어야하는데.. 무슨 과를 넣어야하나. 괴로웠던 수험생 생활을 정말 다시는 하고 싶진않았기에 재수의 마음은 접었다.

수능 전과 후의 마음은 많이 달랐다. 수능을 본 후 과를 고르는 나의 마음은 ' 어차피 상위권 대학 가지도 못할바에야 내가 좋아하는 거 찾아서 가자 ' 였다.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난 뭘 좋아할까, 뭐가 적성에 맞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여러 분야에 대한 책들도 읽으면서 하나하나 찾아나갔다. 인생의 진로고민을 수능 끝나고 한달 만에 한것이다. 그 결과 성향에 맞다고 생각한 건축학과를 고르게 되었고 정시 3개를 모두 건축학과로 쓰고, 현재 즐겁게 건축학과를 다니고 있다.

만약, 내가 수능을 잘봤다면... 수시를 붙었다면.. 아마 영원히 건축은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아직 건축이 나에게 끝까지 최고의 진로인지는 100%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 나에게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수능을 망친것과 수시를 떨어진것은 내 인생 최대의 시련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들은 내게 지난 8년이 넘도록 찾아온 꿈을 선물로 주었다. 이건 시련일까 행운일까. 인생사 새옹지마이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그냥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이런 사람도 있다고, 참고하고 싶으면 하라고. 아님말고.
수능을 본 후 절망스럽고 인생이 끝난 것 같다면.. 그렇지많은 않다고. 힘내라고
만약 '대학'과 '과' 중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면 난 과에 한 표를 던지겠다고.

당신에게...
어차피 결정은 본인이 하는 거에요. 아무도 내인생 대신 안살아줘요.
무언가를 억지로 하면서 사는거 정말 쉬운일 아닙니다. 저는 그런거 잘 못해서 재미없어도, 하기싫어도 열심히 잘 하는 사람들이 부럽고 존경스럽기도 해요.
그냥 다 잊어버리고 행복할 것 같은거 고르세요. 대신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고 아주 깊게 깊게 생각해서.
수능도 끝났으니 멍 때리고 있을 시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에게 질문해보세요. (이미 당신 마음속에서는 알고있을지도 모르고요. 자신을 속이지는 마세요.)
나에게 최고의 가치는 무엇인지. 나는 어떨때 행복한지....
모두가 다를 것입니다.
질문에 답이 나왔다면 행동해보세요. 최소한 질문을 하기전 보다는 더 행복한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0% 라는 건 없어요. 자신에게 끊임없는 채찍질을 하여 더 높이 높이 올라가는 것도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만족하고 감사하며 사는 것도 좋습니다. 부끄러워 할 필요 없어요.
난 어느쪽을 선택할 것인가. 난 어떤것에서 더 행복을 느끼는가는 모두 다른거니까요.  

이 글을 보는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진1 : 고3동안 푼 문제집..
사진2 : 대성 입시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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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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