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 진혼곡', 지독한 질투가 가져온 한 인간의 파멸

인간 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2인극을 만나다(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
글 입력 2016.11.1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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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와 살리에리 – 진혼곡 리뷰

천재성에 대한 인간의 질투, 파멸로
- 인간 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2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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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팝송 중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Jealousy is just hate and love at the same time.”


이 구절은 모짜르트에 대한 살리에리의 감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연극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 진혼곡'은 천재를 질투한 인간의 절망에 대한 훌륭한 2인극이었다.





지난 11월 10일, 혜화 예술극장에서는 국제 2인극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그리스 초청작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 진혼곡' 연극이 진행되었다. 처음 들어간 공연장은 어두웠으며 낯설었으며 섬뜩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또한, 방문해 본 공연장 중 가장 작았다. 그리스어로 진행되는 연극이다보니 무대 뒤로 작은 스크린에 한국어 자막이 나타났다. 관객은 입장하는 동시에 강하게 배우들 앞뒤로 쏘여지고 있는 조명을 볼 수 있었다.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어리둥절한 채 더듬더듬 자리를 찾아갔다. 

 연극은 여러가지 딜레마를 나열하며 선택을 요구하며 시작한다. 1부에서는 '들을 것인가, 상상할 것인가'에 대하여 '들을 것'이라는 것을 선택한 뒤 이야기가 펼쳐졌다. 반대로 2부는 '상상'을 택한다. 살리에리의 서사가 진행된 뒤 모짜르트에 관한 서사가 이어졌다. 살리에리는 어둡고 거대하며 장엄하고 엄숙하다면 모짜르트는 마르고 발랄하고 미친 사람과 같은 천재성이 보이기도 했다. 한없이 장난꾸러기같았다. 살리에리는 모짜르트의 재능을 질투하여 그에게 독약을 먹인다. 
 모짜르트는 극의 클라이막스에 달할 때 공연장 내부를 쩌렁쩌렁 울리는 비명소리와 함께 절규하며 고통스러워 한다. 그리고 살리에리 주위를 독사 머리의 긴 천으로 빙빙 둘러싸다가, 그의 지휘봉을 떨어뜨리고 살리에리의 손에 독사의 머리를 쥐어준다. 2부에서는 두 배우가 등을 돌리고 앉아서 가면을 쓴 채로 진행되었다. 서로 특별한 액션보다는 대화를 하는 형식이 주를 이뤘다. 죄인과 천재는 같은 사람일 수 없는가에 대한 대화를 거듭하다, 결국 살리에리는 본인이 지은 죄에 대해 절규하며 결국, 모짜르트를 죽이고도 천재가 되지 못한것인가에 대해 괴로워하며 울부짖고 쓰러진다.

 모짜르트의 천재성에 대한 끝없는 질투는 결국 살리에리 본인에 대한 증오로 마무리된다. 극의 후반부에 울려퍼진 레퀴엠은 모짜르트의 죽은 육신에 대한 슬픔이자 살리에리의 죽어버린 영혼을 달래기 위한 진혼곡이었을 것이다. 증오(hate)에 집어삼켜진 살리에리는 결국 모짜르트를 독살한다. 그리고 죄지은 자신에 대해 절망하며 결국 천재가 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 절규한다. 천재성에 대한 질투가 불러온 한 인간의 파멸인 것이다. 





질투에 대하여


 우리는 모두 우리보다 나은 누군가에 대한 질투심이 조금씩은 있다.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질투심이 강한 분야 또한 각자 다르겠지만 누구나 질투의 감정을 느낀다. 때로는 대상이 좋아하는 사람의 관심상대이기도 하고, 나보다 뛰어난 외모나 재력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살리에리는 예술가로서 자신보다 우월한 재능을 만났다. 아마도 살리에리는 차라리 모짜르트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다가도,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을 테다. 사랑과 증오는 결국 하나에 대한 두 이름이기 때문이다. 

 우월한 재능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질투감에 모짜르트를 죽이고, 그의 진혼곡을 지휘하지만 그의 표정은 전혀 즐거워보이지 않는다. 넘을 수 없는 재능 앞에서 그는 어떤 절망감을 느꼈을까. 죄인이 되어버린 자신은 결국 천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오열하고 절규했던 살리에리는 우리가 감히 평소에 느낄 수 없던 상실감과 절망을 만났을 것이다.



처음 만난 2인극


 2인극은 매우 신선했다. 두 캐릭터를 더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대 장치가 조명과 음향을 제외한다면 아예 전무했기 때문에 배우의 행동, 몸짓, 말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다른 2인극 무대들에 대한 궁금증도 유발했다. 다만 올 해 처음으로 해외초청작을 모셔서 그런 것인지, 자막이 많이 부족했다. 명확히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이름(모짜르트, 살리에리 등)인데 아무리 들어도 자막과 일치하지 않았고, 대사는 흘러가는데 자막은 멈춰있었다. 물론 이 연극에서는 배우들이 주는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큰 에너지와 열기가 느껴질 수 있었지만 대사를 이해하고 싶었던 관객으로서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아쉬움이 남았던 배우와의 대화


 운이 좋게도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배우와의 대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함께 연극을 관람한 학생들이 예술, 연극 전공 학생들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예술가로서 자신의 재능을 열어서 다른 위대한 예술가를 연기한다는 것은 자신을 발굴해가는 과정이라는 내용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잠깐 이어진 질문 시간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첫 번째로는 배우들은 설명 내내 해당 역할의 카리스마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두 배우가 어떻게 각 인물의 카리스마를 설정했는지 여쭤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여전히 우리 관객들이 '성별'에 갇힌 채로 사고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짜르트 역을 맡은 배우분은 여성분이셨다. 그리고 한 질문은 '왜 모짜르트를 여자배우가 연기하냐'는 것이었다. 

 사실 배우가 배역에 들어간다면, 그리고 배역 중에 별다른 해석이 없다면, 그 배우의 성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무대 위에서는 그저 그 배역일 뿐이다. (킹키부츠와 같은 경우는 남성 배우가 여장을 함이 따로 의미가 있지만 말이다.) 그러한 질문을 여러 번 받은 것인지, 해당 질문이 나오자마자 모짜르트 역의 배우가 'I'm not a woman(나는 여자가 아니에요)'라며 농담을 하는 것이 안타깝게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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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의 강렬함


 처음 관람한 2인극은 1인극과도, 다인극과도 달랐다.  1인극에서는 배우 한 명이 오롯이 무대를 꾸려가는데 있어서 배우 한 명의 에너지와 함께 다양한 무대장치들이 중요했지만 (불꽃처럼 나비처럼) 2인극의 경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스어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배우들은 대사 중간 중간 호흡을 대단히 많이 섞었다. 거의 1/10정도는 거친 숨소리와 내뱉기였다.

 연극이론 강의 시간에 '몸'으로의 회귀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결국 연극을 하는 것은 배우의 몸이기 때문에 몸이 내는 소리와 원초척인 현상들을 더욱 많이 이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번 연극에서 그러한 소리들이 주는 긴장감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내용 서사 면에서도, 배우들의 전달 면에서도 본 연극을 관람한 것은 여러모로 훌륭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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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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