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리뷰

글 입력 2016.11.1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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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이한 오프닝으로 눈길을 끌었던 <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 배우들은 관객들이 입장하기 전부터 이미 무대에 나와 준비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입장 순간부터 연극은 시작됐다. 틱틱. 시계 초침처럼 일정하게 울려 퍼지던 물건의 소리를 제외하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어둡고 조용했던 분위기. 나는 마치 최면에 빠져 과거로 돌아가 두 사람을 관찰하듯 몽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 신이시여! 대체 정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신성한 재능이, 불멸의 천재성이, 열렬한 사랑과 자기희생과 노력, 기도의 보답으로 주어지는 대신 
저 게으르고 미친 녀석의 머리를 비추고 있다니..오, 모차르트! 모차르트!


어릴 적, 오래된 교회에서 울려 퍼지던 오르간 소리를 들었을 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으며 음악과 관련 없는 모든 과학은 혐오스럽기만 했던 살리에리. 그는 진지하고 곧은 심지로 오직 음악과 신을 찬미하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고난의 길을 지나 마침내 영광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의 앞에 나타난 모차르트는 어떤 존재인가. 눈 먼 노인이 돈 조반니를 연주하는 것을 보며 광인처럼 낄낄대는 모차르트는 그에게 있어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이다. 하지만 이 미치광이의 손끝에서 무심하게 창조되는 음악은 얼마나 심오하고 아름다운지. ‘모차르트, 자네는 신이야. 자네는 그걸 모르지만 나는, 나는 알고 있다네.’ 신을 섬기는 수도자처럼 장인이 되기 위해 인내와 노력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창조하려 애썼던 살리에리에게 이보다 비참한 일이 어디 있을까. 자신의 노력과는 달리 모차르트는 그저 머릿속에 떠오른 영감만으로도 놀라운 음악을 창조해낸다. 저 자격 없는 이에게는 천상의 재능을, 자신에게는 위대한 음악을 들을 줄 아는 ‘귀’만을 선사해준 신을 원망하며 살리에리는 점점 더 모차르트를 향한 질투와 좌절감에 휩싸인다. 


천재와 악행은 양립할 수 없다네. 그렇지 않은가?


차오르는 질투심과 좌절감, 선망, 열등감을 견디지 못한 살리에리. 그가 죽지 않는다면 자신을 비롯해 음악을 숭배하는 모든 사제들이 먼저 죽고 말 것이라 이야기하며 모차르트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살리에리는 저녁 식사를 빌미로 모차르트를 초대한 뒤 그에게 독이 든 술을 권한다. 독이 퍼지는 줄도 모르고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레퀴엠을 연주하던 모차르트. 그는 머리가 어지럽다며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혼자 남겨진 살리에리.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한다. ‘천재와 악행이 양립할 수 없다는 모차르트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천재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면 미켈란젤로는? 그 또한 살인자가 아니었던가.’

원작을 먼저 읽고 나서도, 연극을 보고 난 후에도 기분이 영 께름칙했던 것은 왜일까.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질투의 감정을 넘어 운명론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캐릭터를 한 번 살펴보자. 신이 부여한 재능을 가진 모차르트. 그는 이 재능을 바탕으로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런 위대한 창조는 오직 신에게 선택받은 재능을 갖춰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살리에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모차르트처럼 될 수 없다. 그는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므로. 또한 신을 원망하며 자신의 운명에 맞서 모차르트를 살해해도 남는 것은 악행과 비참함뿐이니 이것은 마치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 친들 신에게 부여받은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는 모습처럼 보여 진다. 두 사람의 판이한 성격 또한 거북할 만큼 신의 권위(재능)과 인간(노력)의 한계, 승자와 패자, 천재와 범재로 나뉘는 이분법적 시각과 체념적 운명론을 더욱 공고히 한다. 재밌게도 연극의 이야기와는 달리 실제 모차르트가 꽤나 노력파였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그의 편지가 하나 있다. ‘사람들은 내가 쉽게 작곡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라네. 친구여, 나만큼 작곡에 많은 시간과 생각을 바치는 사람은 없을 거네. 유명한 작곡가의 음악치고 내가 수십 번에 걸쳐 꼼꼼하게 연구하지 않은 작품은 하나도 없으니 말이야.’ 우리가 흔히 천재라 부르는 이들 중 끝없는 헌신과 노력, 인내 없이 성공한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재능과 노력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패배주의나 운명론을 더욱 부추기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진부한 말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노력 또한 재능이 아닌가. 

이번 국제2인극 페스티벌을 통해 쉽게 보기 힘든 해외 초청작을 관람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지만 페스티벌의 진행 부분은 조금 미숙해보였다. 자막과 배우들의 연기가 맞지 않는 부분이 종종 있어 솔직히 말하자면 극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년에는 부디 이런 부분을 보완하여 좀 더 완성도 높은 페스티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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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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