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시각예술]

' 제임스 터렐 ' 전시관을 다녀와서..
글 입력 2016.11.1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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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면 우린 도대체 뭘 믿어야 하는가....
맞다. 우리는 5개의 감각을 통해 대부분의 것을 인지한다. 시각.촉각.후각.미각.청각. 그리고 여자들이 가지고 있다는 육감까지..
그중에서도 우리는 시각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의존한다. 그런데 그 시각이 틀리다면?
내가 분명히 보고 있는데 보는 것과 다르다면 어떨 것 같은가?
멍~하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 것이다.

가깝지는 않지만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우리를 멍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들이 있다.
그곳은 바로 강원도 원주에 소재한 뮤지엄 산 안에 있는 제임스 터렐 전시관이다.

이는 뮤지엄 산의 홈페이지에서 제임스 터렐을 소개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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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터렐은 ....

시각예술에서 사물을 인식하기 위한 도구이자 항상 조연이었던 “빛”이라는 매체를 작업의 주연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타 작가들과는 다른 예술적 특징을 갖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하늘과 빛을 관조하는 가운데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누리게 하며,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내면의 영적인 빛을 마주하는 ‘빛으로의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1. 스카이스페이스 Sky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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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보게 되는 작품.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게 뭐지.. 싶었다. 빙 둘러앉아 조용히 하고 명상을 하라는데, 뭘 느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우리가 움직이면서 하늘의 모양이 원에서 타원으로 바뀌는 것이나,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천장에 생기는 그림자는 신비로웠다.

미술관이나 작품 전시회를 보러 가면, 무언가를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것 같다. ' 무언가를 느껴야만 해! 작가의 의도를 알아야 해! ' 라는 생각이 든다. 느끼려고, 관찰하려고 노력을 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그 주체가 내가 아니라 작가로 자꾸만 옮겨지는 것 같아서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직은 많이 헷갈린다.

'무언가를 느껴야만 하는 것은 없다. 그냥 내가 느끼는 것이 정답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앞으로 건축을 하면서 살아갈 사람으로서 대중적인 호감, 선호, 느낌에 대한 궁금함과 고민이 있다. 절대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이나 음악의 경우는 싫어하는 사람은 안 보고 안 들으면 되지만, 건축물의 경우는 사람보다 훨씬 크고, 최소 10년은 있고,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기에 훨씬 폭력적일 수 있다. 그래서, 나만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건축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은 평생 이어질 것 같다.



2. 웨지워크 Wedge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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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 앞사람의 희미한 모습만을 보고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곳. 마치 스크린에 3D 영상을 띄워놓은듯하다. 의자에 앉아 열심히 째려본다. 마치 마술을 보며 저 마술가의 속임수를 알아채고야 말겠다는 표정으로.

'뭔가 있을 거야. 뭐지 몇 겹이지. 무슨 원리지. 뭘 표현하고 싶은 거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다 보면 다음 관으로 이동하자고 한다.
기회다! 앞으로 달려나간다. 가까이에서 더 열심히 째려본다.
이런 더 모르겠다.
내가 상상한 것과 다르다.
'여기는 벽이 맞는데... 저기도 벽인 것 같은데... 어?? 아닌가?
그럼 저 뒤에 있는 거는? 이건 조명인가? 뭐지...'

작가는 이런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하고 싶었던 것일까 ? 마술이 트릭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트릭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더 재미있는 것처럼, 착시라는 것을 알지만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 해서 더 재미있는 것 같다.



3. 간츠펠트 Ganzf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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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재미있는 공간. 체험을 하면서도 신기한 공간.

간츠펠트는 독일어로 ‘완전한 영역’ 이라는 사전적인 의미이자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완전한 영역' 이라기보다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흰 벽으로 둘러싸인 곳을 왔더니 알 수 없는 빛의 평면이 보인다. 스크린인가..
올라간다. 만져본다. 뚫려있다. 들어간다. 엄청나게 크다. 매우 작아 보이는 공간이었는데.. 들어가서 돌아다닌다. 내가 보는 것과 내의 발의 감촉은 다르다.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내가 뭘 느끼고 있는 거지. 혼란스럽다. 그런데 재미있다.

평면적인 것 같은데 입체적이고, 쭉 이어진 것 같은데 막혀있다. 평평해 보이는데 튀어나와있고, 작아 보이는데 크다. 막혀있는 것 같은데 낭떠러지이다. 미지의 세계이다.

뭘 알려주고 싶은 것일까. 보는 동안에는 신기해서, 체험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생각하지 못 했다.
공간감?
착시?
눈을 믿지 말라는 것?
빛?



4. 호라이즌룸 Horizon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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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문. 저길 올라가면 뭐가 보일까...
올라갈수록 눈에 들어오는 풍경.
설렘. 유일하게 허락되는 포토타임.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 풍경이 예술이다. 

작품에 대한 생각과 경험은 모두가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쓴 글은 내가 느낀 것일 뿐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다르게 느꼈을 것이다. 근데 사실 물어봤을 때 다들 ' 콕 집어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다..' 라는 눈치였다. 어차피 답은 없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굉장히 신비로운 경험임은 분명하기에 체험해 보고 싶은 분들은 한 번 가서 느껴보길 바란다.





1, 4 번 작품은 수평이나 수직으로 움직일 때 달라지는 시각의 차이로,
2, 3 번 작품은 빛과 공간을 눈으로 바라볼 때 상상하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사실 1, 4번 작품은 우리가 살면서 주의를 기울이면 가끔씩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2.3번은 그렇지 못한 신비로운 경험이기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
빛으로 만들어내는 공간감. 보면서도 알 수 없는 공간.....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무한한 공간감.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느끼게 해준다.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이기에 가장 많이 하는 실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
제임스 터렐의 홈페이지
좋은 사진들이 많다.
http://jamesturrell.com/





사진 출처 : 뮤지엄 산 홈페이지


[김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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