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마음의 소리, 인사이드아웃 [시각예술]

지금, 당신의 감정은 자유로운가요?
글 입력 2016.11.13 22:4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16-11-13 22;32;41.jpg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며 궁금해 한 적은 없나요, 저 사람 머리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말이죠.”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나레이션이다. 어쩌면 이 두 문장으로 영화의 모든 내용을 알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의 감정-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을 의인화해, 머리 속에 있는 그들의 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준다. 그들은 머리 속의 본부에서 하루의 생각들과 기억들을 관리하는데, 이 중 중요한 기억은 핵심 기억, 코어 메모리가 되어 라일리의 인격, 성격을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 영화는 10대 소녀 라일리가 미네소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오며 겪는 변화와 그녀의 사춘기의 어느 날들을 보여준다.


2016-11-13 22;31;30.jpg

 
  나는 디즈니X픽사의 작품을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영화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부터 예고편부터 리뷰를 엄청나게 많이 보았다. 그렇게 많은 나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종합하여 이 영화를 통해 내가 얻은 메시지는 크게 2가지였다.


 
1. 마음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라일리가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오게 됨과 동시에 그녀에게는 변화가 일어난다. 지금껏 가만히 있던 슬픔이가 라일리의 머리 속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슬픔이가 기억에 손을 대자 라일리는 갑자기 슬픈 생각이 들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슬픔이는 결코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슬픔이는 다른 감정들이 라일리를 걱정하며 슬픔이를 말리자 ‘미안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 그녀를 저지시키려는 기쁨이의 시도 또한 계속 되지만, 슬픔이는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여러 기억들에 손을 대려고 시도한다. 여기서 혹자는 왜 슬픔이가 저런 행동을 하는지, 왜 자신이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는지 답답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답답해 하는 혹자 역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힘들어했던 기억 또한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다. 내 마음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2. 슬퍼해도 괜찮아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메시지라면 두 번째 메시지는 그의 다음 단계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것은 바로 마음껏 슬퍼하라는 것. 라일리의 장기 기억 속에는 잊혀져가는 라일리의 상상 속 친구, 빙봉이 있다. 그녀는 어린 시절 빙봉과 함께 참 많은 일들을 했었더랬다. 빙봉이 라일리와 많은 추억을 쌓은 로켓이 망가졌을 때, 기쁨이는 슬퍼하는 빙봉을 위로하고, 치얼 업해주려 노력하는데 빙봉은 오히려 덤덤하게 빙봉의 슬픈 점을 이야기하고 함께 슬퍼해주는 슬픔이를 통해서 더 많은 힐링을 얻는다. 기쁨이는 슬픔이의 위로하는 방식을 슬픔을 더 돋구는 방식으로 생각했었는데, 슬픔이를 통해 기운을 차리는 빙봉을 보며 놀라워한다.

 이 씬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결코 괜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들은 많은 압박에 둘러쌓여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유쾌해야해, 처져있으면 안돼, 밝은 사람이어야 해’하는 강박이다. 세상 모두가 밝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는 인식에 이어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기쁨이가 정말 매력있다고,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기쁨이는 물론 5개의 감정 중에 보편적으로 가장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나는 기쁨이를 보면서 지금껏 내가 나 자신에게 기쁨이가 되어 내 나머지 감정들을 억제하려고 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고, 굉장히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안 좋은 일들이 생겼을 때 반은 '얘는 밝은 애니까 곧 괜찮아지겠지'하는 주변의 기대 때문에, 또 나머지 반은 나 자신조차 나는 원래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좋게 생각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과 노력들이 오히려 더 나 자신을 힘들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시도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이어졌었기 때문에 힘들고 답답하다는 마음을 잊고 살았었는데 기쁨이를 보면서 그게 다시 생각난 듯 했다. 그래서 슬픔이가 빙봉의 슬픔에 함께 공감해줄 때 나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슬픔이는 빙봉에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장면을 통해서 지금까지 밝은 사람만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던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슬퍼해도 괜찮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이 영화는 기쁨이랑 (특히) 슬픔이를 통해서 모든 감정이 소중한 걸 알려주고 '다 잘될거고 괜찮으니까 울지마. 슬퍼하지마.' 이게 아니라 '슬퍼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데 그 메세지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무조건 '기쁨=행복'이 아닌걸 알려주어서 감사한 영화였다. 슬프고 화나고 무섭고 짜증났던 순간들이 있어야 기쁨 또한 존재할 수 있다. (기쁨이의 머리색이 슬픔이의 파란색인 것은 이런 사실을 나타내는 설정이다.)
 

2016-11-13 22;34;10.jpg
 

  나는 디즈니 영화를 볼 때마다 굉장히 감동 받고 또 울게 된다. 이 영화 또한 그런 것 같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상상과 즐거움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와 아련함, 감동을 선물하는 영화. 참 좋은 내용으로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찌들고 메말라가는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 마음에 촉촉한 단비를 내려주고 깊고 깊은 깨달음을 주어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정다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