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문학]

글 입력 2016.11.1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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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는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홉 등의 많은 작가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시킨”을 소개해볼까 한다. 푸시킨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작가이다.


 푸시킨이 문학 작품을 하던 19세기는 매우 독특한 시대였다. 최악의 전제정치와 농노제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면서도 문학, 예술, 과학 등 많은 분야에서 당대 최고수준의 업적을 이루어냈다. 역설로 들릴지 모르나, 전제정치 역시 위대한 문화를 꽃피우는 데 기여했다. 사회악에 대한 관심과 의견 표시마저도 억누르는 전제권력에서 사람들은 맞서 싸울 대상을 찾았다. 위대한 예술과 사상은 불의와 악과의 싸움에서 싹트는 법. 전제권력은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여 감시하고 탄압했으나, 시대의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올랐다.

 알렉산드르 푸시킨(Aleksandr Pushkin, 1799~1837.1.29)은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푸시킨을 백인으로 알고 있지만, 그는 그 당시 러시아에서는 흔하지 않은 흑인 귀족이었다. 청소년기 데카브리스트들의 모임에서는 〈자유〉 〈마을〉 〈차다예프에게〉 등, 그의 자유사상이 담긴 작품들이 즐겨 낭송됐다. 



〈자유〉

전제의 자리에 있는 나쁜 자여, 그대를
그대의 제위를 나는 증오한다.
사무치는 즐거움으로
나는 그대가 망해가는 꼴을
그대의 죽음과 시체를 지켜보리라



 전제정치에 대한 젊은 시인의 분노가 흡사 격문 같은 문구로 표현되어 있다. 이처럼 체제 저항적 시들이 문제가 되어 러시아 남쪽으로 유배되었다. 형식적으로는 전근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귀양이었고, 푸시킨은 1827년까지 페테르부르그에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이 유배 기간은 시인으로서 생산적인 기간이었을 뿐 아니라 서구 문학의 영향에서 벗어나 성숙기에 돌입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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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30년 당대 최고의 미인 나탈리아 곤차로바와 결혼했으나 아내와 관련된 소문은 그에게 정신적인 타격을 주었다.

 1831년, 그는 근 10년간에 걸쳐 쓴 역작 〈예브게니 오네긴〉을 발표한다.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한 지표가 된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은 뛰어난 기교로 1820년대 러시아를 통찰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푸시킨은 귀족청년 오네긴의 생활에 빗대어 러시아 귀족사회의 방탕과 무기력을 폭로하면서 타탸나라는 현명한 여성을 등장시켜 그 부정적 형상을 극복한다.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려 깊은 여성, 타탸나의 형상은 러시아의 미래에 대한 예언이자 희망이다.
 푸시킨은 위험인물로 간주되었으므로 페테르부르그에 돌아온 다음에도 황제의 검열 없이는 그 어떤 작품 발표도 할 수 없었고 여행도 불가능했다(푸시킨은 죽을 때까지 러시아 땅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1837년 38세의 젊은 나이에 미모의 아내를 둘러싸고 빚어진 결투로 삶을 마감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들이 결투한 곳에는 두개의 비석이 서 있다. 결투를 위해 두 사람이 각각 자리 잡았던 곳이다.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에서 렌스키는 오네긴과의 결투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렌스키의 운명이 곧 푸시킨의 운명이 되고 말았으니, 소설의 하나의 예언이 되었다.





후대 러시아 작가와 평론가들은
그의 업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예언자였다. 우리가 가는 어두운 밤길에 환한 등불이었다."(도스토옙스키)

"푸시킨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문학적 교양이 쌓였다. 그는 러시아에서 문학을 국민적인 사업으로 끌어올린 시인이다."(체르니셰프스키)

"다른 나라에서는 1세기 이상의 시간을 두고 이루어진 두 가지 일(문장어 확립과 국민문학의 창조)이 푸시킨 한 사람에 의해 동시에 성취됐다."(투르게네프)

"푸시킨에 대해서 쓰는 것은 러시아 문학 전체에 대해서 쓰는 것과 같다. 푸시킨 이전의 러시아 작가가 푸시킨으로 모아지고 푸시킨이 푸시킨 이후의 작가를 설명하기 때문이다."(벨린스키)



 푸쉬킨이 가지는 러시아 문학사상에서의 의미를 한마디로 한다면 러시아 후기 낭만주의 문학의 예술적 완성과 러시아 근대문학의 전통과 사실주의 문학을 확립한 작가이다. 그는 이 역사적 시대의 러시아 국민사상과 감정의 최대 표현자로서 국민문학의 창시자가 되었던 것이다. 국민생활과의 밀접한 유대, 시대의 선구적 사상의 반영, 그 내용의 풍부성, 이런 면에서 그를 따를 러시아 시인은 없다.

 러시아 문학사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영문학에 있어서 셰익스피어의 그것에 곧잘 비유되고, 그에게 부여된 `국민 시인`이란 칭호도 그의 작가로서의 비중을 잘 말해 준다.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한 노인은 그를 잘 아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잘 모르오. 하지만 난 러시아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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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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