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 그 미묘하고 간사한 마음에 대하여...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문학)

글 입력 2016.1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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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국어선생님께서 친구 무리의 이상적인 수를 말씀해 주셨다. 3명이 딱 좋다고 말씀하면서 두명일 경우 서로 등돌리면 혼자고 네명일 경우 두명 두명으로 갈라질 수 있기 때문에 3명이 적당하다고 하셨다. 그 당시에는 대여섯명씩 몰려다녔기에 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3명은 교우 관계에 있어 결코 이상적이지 않았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가 있다. 살면서 한번쯤은 나를 제외한 동료들이 서로 더 친해보일 때, 분명 나와 친했는데 다른 사람과 친해졌을 때 우리는 미묘한 질투심을 느낀다. 
나 같은 경우에 a와 친했는데 내가 소개한 b가 들어오면서 a와 b가 급격하게 가까워졌고 심지어 나를 제외하고 둘이 동행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 당시 나는 두사이를 질투했고 혼자서 많이 힘들어 했다. 그 감정을 무시하려고 애썼지만 오히려 나만 더 힘들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감정을 섬세하게 잘 그려낸 소설이 바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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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성 친구 관계를 두고 힘들어 했다면 마음에서는 두 남자와 한 여자 즉 이성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책은 크게 3챕터로 나눠진다.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의 유서.
선생님과 나에서는 선생님과 나(주인공)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부모님과 나에서는 나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선생님의 유서에는 선생님의 기나긴 고백으로 이루어 졌다. 

이 세챕터 중 선생님의 유서가 매우 흥미로웠고 많은 공감을 했다. 선생님은 직업이 없고 매우 고독하고 무기력한 인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젊었을 적에는 활기찬 사람이었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사람이 변했다. 선생님은 그 이유를 주인공에게 끝내 말하지 않다가 유서로 남긴다. (내용 스포일러 주의)

유서에는 선생님, 하숙집 딸, 그리고 선생님의 친구 K가 등장한다. 선생님은 하숙집 딸을 사랑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하는 감정도 없어 보였다. 그러다 선생님은 방황하는 친구 K를 위해 하숙집에서 함께 하숙을 했다. 처음에는 말도 잘 안하고 낯가림이 심하던 K가 점점 하숙집 아가씨와 가까워지고 선생님에게 하숙집 아가씨를 짝사랑한다고 고백을 한다. K와 하숙집 아가씨가 가까워지고 자신이 없는 시간에도 같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K와 아가씨 사이를 질투한다. 위기감을 느낀 선생님은 하숙집 딸에게 청혼을 했고 그 소식을 들은 K는 자살을 택한다. 이 기나긴 이야기를 끝으로 유서와 소설은 끝을 맺는다.

유서만 보면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두 남자가 경쟁을 하는 것 같지만 엄연히 말하면 경쟁은 아니다. K는 선생님이 하숙집 아가씨에게 마음이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저 선생님 혼자 K를 사랑의 경쟁 상대로 느끼고 경계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먼저 청혼을 했을 뿐인데 그 결과가 친구의 자살로 돌아올지는 몰랐을 것이다. 

자살한 친구... 그리고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인 것 같을 때 죄책감은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선생님은  늘 마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살며 삶을 무력하게 살아간다. 유서편을 보면 하숙집 딸과 K가 친해지고 둘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K에게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둘이 가까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 마음이 보인다. 질투하고 싶지 않은데 질투를 자꾸 하게 되는 그 미묘한 감정. 비슷한 일을 겪은 나로써는 선생님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대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숙집 아가씨를 좋아하던 K에겐 폭탄 선언 같은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믿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던 친구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내 상황에 비교를 하자면 a와 b가 갑자기 나에게 절교 선언을 해버리는 것과 비슷하겠지만 이성적 관계에 있어선 충격 강도가 다르다. 

마음이란건 참 간사하다. 처음에는 좋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손바닥 뒤집듯 마음이 바뀐다. 그리고 내 의지와 정반대로 느끼는 마음 때문에 힘들고 속상하다. 이런 감정의 변화가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똑같다는 점 이것이 나에겐 큰 위로와 안도로 다가온다. 
필자와 a,b의 관계의 끝은 소설만큼 극단적이지 않다. a와 b가 서로에게 마음 상하는 일이 생겨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는다. 나는 물론 두명과 친하게 지낸다.


[장세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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