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라우더 댄 밤즈 - 사랑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시각예술]

모성애를 대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글 입력 2016.11.1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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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어 발음 그대로를 읽은 제목만큼이나 솔직한 제목은 없다. 때로는 우스운 오역으로 때로는 내용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의역에 비해 대중의 뭇매를 얻어맞을 확률도 적다. 그러나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내용을 곱씹어 볼 수 있게 만드는 제목이라는 점에서 이만큼 감독의 의도를 담고자 노력할 수 있을까.

 영화의 시작은 갓난아기의 가녀린 손과 어른의 손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생명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훗날 이 아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사랑의 대물림이 이루어질지 영화가 끝나갈 때 문득 생각나게 만든다. 아기의 아버지는 영화의 중심인물인 ‘이자벨’의 맏아들 ‘조나’이다. 조나는 이성적(이여 보)이고 유능하며 갈등하는 아버지와 막내 사이의 완충제와 전달자 역할을 자초하는 한마디로 현대인의 집약체이다. 그는 자신의 일과 가장의 역할을 하기에도 충분히 바쁘지만 어머니의 생전 업적과 가족의 모습 모두를 지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머니 이자벨의 기억을 공유하는 옛 연인 ‘에린‘과의 인연을 끊지 못하는 어른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미숙한 사람이다. 그가 에린에게 지금 자신과 결혼한 부인이 ’언젠가는 자신을 떠날 것이란 확신이 든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그 자신에 대한 어머니 역할의 결핍을 인정하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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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벨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인 ‘진’은 어머니의 빈자리를 아이들이 느끼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한다. 같이 살고있는 둘째 아들 ‘콘라드’와는 나이차이가 꽤 나지만 아들이 즐겨하는 게임에 익명의 캐릭터를 만들어 그에게 접근할만큼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시도하려 노력한다. 안타깝게도 콘라드는 아버지의 관심을 감시로 느끼고 진정한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또 이제는 새로운 가정을 꾸려서 따로 살게 된 첫째 아들 조나에게는 콘라드보다 상대적으로 의지하고 콘라드와 가까워지기 위해 조언을 얻기도 하며 이자벨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는 등 어느정도 친밀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내에 대한 외로움은 지울 수가 없었는지 그녀가 죽은 후 콘라드의 담임선생님 ‘한나’와 교제를 하는 약간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을 들게 하는 남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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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다루는 어머니 부재의 피해자는 막내아들 콘라드이다. 그는 미성년자이면서 사춘기 소년이고 학교에 좋아하는 여자아이도 있다. 학교생활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아버지와 담임선생님은 그에 대해 걱정하고 심지어 아버지는 미행까지 하지만 콘라드는 그 사실까지도 이미 알고 행동하는 아이다. 콘라드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형이나 아버지처럼 어머니의 빈자리를 능숙하게 숨기지 못한다. 어머니가 등장하는 꿈을 꾸고 교과서 이야기를 통해서도 어머니를 그려낸다. 하지만 어른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자기만의 방법으로 누구보다 잘 성장하고 외로움을 극복하는 멋있는 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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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영화는 세 남자가 안쓰럽도록 어머니와 아내로서의 이자벨의 부재를 각자의 방법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하나씩 조명하면서 정작 이자벨의 속내는 타인에 가까운 동료 기자 ‘리처드’를 통해 드러내는 방법을 택한다. 이자벨이 성공한 사진작가와 가정에서의 어머니 역할 사이에서 겪었을 괴리감은 그녀의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모두가 나를 원하고 있지만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자신을 거부하고 있는 건 아닌데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그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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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가족이라는 집단과 어머니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과연 누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으며,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어느정도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어머니의 역할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자식에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반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멋지게 해내면서 가정에서의 어머니와 아내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또 어디까지가 그 역할의 범위라고 할 수 있을지. 라우더 댄 밤즈는 전쟁의 포탄속에서 겸허한 예술작품을 창조해내면서도 가족에서의 역할에서는 패배감을 느껴야 했던 이자벨의 고뇌를 관객 각자의 어머니에게 대입하게 하며 깊숙이 되뇌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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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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